[재테크 기상도]불확실성 안걷혀 상승 제한적… 분산비율 신중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일 03시 00분


올해만큼은 투자에 성공하겠다고 새해 다짐을 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하지만 주변 사람은 큰돈을 버는데 본인은 그저 그런 수익을 내는 데 그치거나 손해를 보는 결과를 얻기 십상이다. 뭐가 잘못됐기에 그런 것일까.

모범답안만큼 좋은 참고서는 없다. 투자자들에게 새해 투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금융시장에서 잔뼈가 굵고 온갖 투자정보를 섭렵하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물었다. ‘만약 새해에 3000만 원으로 투자를 한다면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짜겠습니까?’

이들의 답변을 집계한 결과 올해 경제 여건과 주식시장을 읽는 시각에 따라 천천히 시간을 두고 투자하겠다는 CEO, 아예 자산관리계좌(랩어카운트)에 맡겨 투자하겠다는 CEO, 공격적으로 증시에 직접 투자하겠다는 CEO 등 투자 방식은 다양했다. 하지만 공통된 흐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채권이나 실물 등으로 나눠 자금을 넣는 자산배분 투자였다. 이는 올해 증시를 밝게 보든, 어둡게 전망하든 모두 마찬가지였다. 어느 CEO는 무려 6개의 상품을 골랐다. 또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펀드에 가입하겠다는 대답이 월등히 많았다. 중국 브라질 등 아무리 좋게 보는 시장이 있어도 해외 및 대안 투자는 보조투자에 그쳤다.

○ “주식에 다걸기하지는 않겠다”

올해 증시를 불안하게 보는 CEO가 의외로 많았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증시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데다 미국, 한국, 홍콩 등의 증시가 역사적 고점의 60∼80%까지 이미 회복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증권사들의 전망이 분분하다는 것은 증시 변동성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이럴 때는 위험관리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랩어카운트 등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투자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그래도 굳이 포트폴리오를 짠다면 국내 투자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선택했다. 해외는 고점 대비 회복 수준이 아직 절반에 불과한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고 나머지는 세계 경기회복의 온기를 누릴 수 있는 원유, 천연가스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올해 세계 경제는 완만한 성장에 그치고 총생산액과 교역량의 절대 규모는 2008년 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중심으로 세계 투자자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내다봤다. 최 부회장은 시장 조정에 대비해 ‘시간분산 투자법’을 제시했다. 1년에 300만 원씩 10번 분할 매수하라는 것. 자금의 80%를 국내와 신흥국 중심 주식형 펀드에 반반씩 나눠 투자하면서 경기회복 사이클에서 성과가 좋은 신흥국 채권펀드에도 나머지 20%를 넣어두겠다고 했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도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 45%를 ‘적립식’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김명한 KB투자증권 사장 역시 “올해는 마땅한 투자처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선진시장→신흥시장→한국 순으로 투자 여건이 양호할 것으로 보지만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전반적으로 떨어질 것 같다는 것. 신흥시장 중에서는 한국과 상관관계가 비교적 낮고 월드컵 및 올림픽 개최 특수가 예상되는 브라질을 추천했다.

이용호 한화증권 사장은 올해 상반기에는 ELS, 원자재펀드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 위주로 투자하다 하반기에 들어서면 주식형 상품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 “그래도 주식 수익률이 높을 것”

유준열 동양종금증권 사장은 “지난해는 세계적인 경기부양으로 주식시장이 일방적인 수혜를 입은 한 해였다면 올해는 불확실성이 높아 투자하기 힘든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의 괄목할 만한 이익 증가와 세계 경기회복세를 감안할 때 60%를 주식형 펀드에 넣겠다고 답했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상반기에는 주식, 채권 비중을 높이다 하반기에는 채권 대신 원자재 비중을 높이겠다고 했다. 경기회복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주식에는 계속 투자하되 출구전략이 시행되는 하반기 이후에는 채권에서 원자재로 갈아타겠다는 것.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은 “올해는 경기회복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경기회복기에는 주식이 부동산, 채권보다 성과가 높다”고 낙관적으로 답했다. 다만 직접 투자의 위험성이 크고 국가별 경기회복에 시차가 존재하므로 펀드 상품을 추천했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은 예년이라면 현물과 증권투자 비중을 반반으로 나누겠지만 올해 경기가 상승할 전망이라 주식 또는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늘리겠다고 대답했다. 특히 금리 인상에 대비해 채권형 펀드보다는 확정 고금리 채권에 일부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서태환 하이투자증권 사장은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기는 상승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경기회복의 속도는 국가별 차이를 보이며 원자재 가격도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서 사장은 미국 경기회복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국내 업종 대표주 주식형 펀드와 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중국 및 브라질 펀드, 세계 원자재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등에 골고루 자금을 넣겠다고 대답했다.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은 “단기적으로는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될 수 있지만 추세적으로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오래 투자할 생각으로 위험을 다소 부담하는 게 좋다”고 위험자산 투자에 비중을 더 두었다.

○ “자본재 vs IT, 자동차”

나효승 유진투자증권 사장은 유일하게 3000만 원 전액을 직접 투자하겠다고 답변했다. 연초에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이 주도주 역할을 하겠지만 경기활성화 국면에 들어가면 철강, 화학, 운송, 기계, 건설 같은 자본재가 각광받기 때문에 자본재 관련 주식을 미리 사두겠다는 것.

제갈걸 HMC투자증권 사장은 1000만 원을 IT, 자동차, 항공, 인터넷업종 대표주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시중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성장과실을 누릴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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