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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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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80년대 들어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이 테러를 자행하면서 공장은 문을 닫았고 거리는 마약중독자로 넘쳐났다. 바스크 지방정부는 빌바오의 몰락을 막기 위해 묘안을 찾다가 1991년 1억5000만 유로를 들여 미술관을 유치하기로 결정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에 의해 1997년 완성된 이 건축물이 바로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이다. 빌바오는 세계적인 건축물 덕분에 전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들였고 지역 연간소득은 10억5000만 유로를 넘어섰다.
서울시는 최근 성냥갑 모양의 건물은 아예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수천억 원을 들여 도시 미관을 혁신적으로 바꾼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현실에서 빌바오미술관 같은 혁신적인 건물을 짓는 것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한국인의 경직된 사고방식을 꼽았다. 남향(南向)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의 성향 때문에 건물의 면(面) 배치가 획일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또 건물주가 용적률이 높은 넓은 건물을 요구하다 보니 성냥갑 건물이 난립하게 됐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도 문제로 지적됐다. 하나의 건축물을 지으려면 수백 종의 규제를 통과해야 해 이 과정에서 창의적인 상상력은 배제되고 기존 관행을 따르게 된다.
일본은 독창적인 건물을 지을 때 모자란 용적률을 옆 건물에서 빌려서 사용하도록 할 정도로 건축 법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희림건축사무소의 정영균 사장은 “한국의 설계비는 해외의 절반 수준인 총공사비의 2, 3%대”라며 “분양가 상한제도 창의적인 건축을 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하버드대는 빌바오의 재탄생을 ‘구겐하임 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아름다운 건축물이 도시 전체를 살릴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서울이 한강의 기적을 넘어 진정한 디자인 수도로 거듭나려면 독창적 건축물을 가로막는 관행을 하나씩 없애야 한다. 이것이 ‘빌바오미술관 건축 10년’이 서울에 주는 교훈이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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