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街 막전막후]집권 3년차 盧대통령 용인술

  • 입력 2005년 1월 24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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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미묘한 변화 기류가 엿보인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 ‘코드 인사’가 주류를 이루는 반면 내각의 경우 전문성과 일 중심으로 인선을 하는 ‘실용노선’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2년 전 조각(組閣) 당시 ‘개혁성향’의 인물을 정부 부처에 전면 배치한 것과는 사뭇 다른 기류다.》

▽핵심 측근 전진 배치한 청와대=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집권 3년차를 맞아 ‘코드 인사’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대통령이 ‘레임덕(임기 말 현상)’에 빠져들지 않고 일할 시간이 사실상 올해밖에 없다는 인식이 작용한 듯하다.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조직특보로 활동한 이강철 열린우리당 집행위원을 시민사회수석비서관에 발탁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다. ‘돌려 막기’ 인사라는 일각의 비판을 무릅쓰고 문재인(文在寅) 씨를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발탁한 것이나 이호철(李鎬喆) 전 민정비서관의 청와대 복귀설이 나도는 것도 모두 대통령 핵심 측근의 ‘재결집 현상’으로 풀이된다.

대선 당시 자문교수단을 이끈 김병준(金秉準) 정책실장과 조재희(趙在喜) 국정과제비서관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집행으로 이어지게 하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386 핵심 참모인 천호선(千皓宣) 전 의전비서관을 국정상황실장으로 전진 배치한 것과 박남춘(朴南春) 전 국정상황실장을 인사수석실 인사제도비서관으로 임명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내각은 실용노선으로 선회=청와대와 달리 내각은 ‘코드’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능력과 직무에 적합한지를 기준으로 전문가를 기용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조각 때와는 달리 이제는 조직의 안정을 중시하고 지금까지 벌여놓은 일들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낙마설이 나돌았던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를 유임시킨 것이라든지,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인 오영교(吳盈敎) 전 KOTRA 사장의 행정자치부 장관 발탁, 이기준(李基俊) 전 서울대 총장의 교육부총리 기용 등에서 노 대통령의 내각 인사 패턴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국가정보원장도 교체한다면 김승규(金昇圭) 법무부 장관이나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처럼 조직을 잘 아는 인사가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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