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길주군 ‘귀신병’ 공포?…탈북자들 “원인 모를 두통·체중 감소 등 건강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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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9월 10일 10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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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여름 무렵부터 길주군 일대에는 온몸에 힘이 없고, 먹어도 살이 빠지고, 두통에 시달리는 등 까닭 모르게 아픈 사람이 많이 생겼다. 이런 환자를 두고 ‘귀신병에 걸렸다’고 수군댔다. 귀신병 환자들은 아파도 병원 진료를 제대로 못 받기 때문에 점쟁이를 찾아간다.”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3차례 핵실험을 경험했다는 40대 탈북자 A 씨(2015년 7월 탈북)의 증언이다.

또 다른 50대 여성 탈북자(2015년 1월 탈북) B 씨도 “내가 원래 냄새를 잘 맡기로 유명했는데 3차 핵실험 직후인 2013년 5월쯤부터 갑자기 후각 능력이 떨어졌다”며 “비슷한 시기에 미각도 약해지고 머리가 멍해지는 등의 이상 증세가 왔다”고 말했다.

B 씨는 또 길주군에 사는 친척과 통화한 내용이라며 “올해 20대 후반인 아들이 2013년(3차 핵실험) 이후 온몸에 땀을 흘리고 기운을 못 쓰는 병에 걸렸는데 4차 핵실험(올해 1월) 이후 병세가 더 악화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2006년부터 올해 1월까지 4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또 다시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주민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탈북자단체인 통일비전연구회(회장 최경희)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2006년부터 핵실험을 감행하고 있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 인근의 북한 주민들 중에는 원인 모를 두통과 체중 감소, 감각기능 저하 등 신체 이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핵 실험장 주변 주민들은 이런 증상을 ‘귀신병’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비전연구회는 북한의 1~3차 핵실험을 가까이서 경험한 길주군 길주읍 출신 탈북자 13명을 최근 인터뷰한 결과, 이들 모두 건강 이상을 직접 겪었거나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이웃을 봤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2차례 핵실험을 겪었다는 C 씨는 “2010년부터 시력 저하와 불면증에 시달렸다”며 “병원에 갔더니 ‘희귀병’이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역시 2차례 핵실험을 경험했다는 D 씨도 “2010년부터 길주에는 늑막염과 급성결핵에 걸리는 사람이 대폭 늘었다”며 “약도 쓰고 잘 먹는데도 낫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했다.

길주읍 주민들은 남한에 와서야 핵실험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B 씨는 “핵 기지가 있는 평안북도 영변군 인근에서 기형아가 나온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있지만 길주군은 별문제가 없는 줄 알고 살았다”며 “지난해 한국에서 히로시마 원폭 투하 70주년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원폭 피해자와 길주 ‘귀신병’ 증세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최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핵 없는 세상 만들기’ 국제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핵실험은 지금까지 모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라는 지역에서 실시됐다”면서 “핵실험장에서 불과 30km 정도 떨어진 마을 출신인 탈북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지역 주민 중 상당수가 암, 심장병, 감각기관 이상, 다리 마비 등의 증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방사성 물질 유출 등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9일 5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 “이번 시험에서 방사성 물질 누출현상이 전혀 없었고, 주위 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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