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불치병도, 평생 장애도 아닙니다” 약물요법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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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부모를 가장 당황하게 만드는 아이의 증상은 경련이다. 아이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부르르 떨며 호흡이 멎는 것 같은 발작 증상을 보이면 대부분의 부모는 ‘내 아이가 잘못되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으로 일단 응급실에 달려온다. 실제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소아 환자 중 두세 번째로 흔한 증상이기도 하다. 경련은 소아기에 주로 나타나고, 상당수는 일시적으로 지나간다. 예를 들어 급격한 발열에 의해 발생하는 열성 경련이나 울다가 호흡이 멎는 발작 등은 아이의 건강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특별한 원인 없이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뇌전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과거 ‘간질’이라고 불렸던 뇌전증은 전체 인구의 1% 정도 가지고 있는 질환이다. 이 중 50∼60%가 소아청소년기에 발생한다. 뇌전증은 부모가 이 질환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뇌전증은 불치병도, 평생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도 아니지만 여전히 이 같은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뇌전증 환자의 발작은 대개 2, 3분 내에 멈추고 대부분 1년에 5회 이내로 나타난다. 또 약물치료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 즉 뇌전증 환자가 발작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페람파넬 성분의 신약은 임상시험에서 인지 저하나 피부 발진 등 부작용도 거의 발견되지 않아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청소년기 뇌전증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복용은 하루에 한 번. 밤에 먹으면 약효가 다음 날까지 지속돼 환자들이 낮시간 동안 발작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다.

다른 치료제와 함께 복용하면 경련 방지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약물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식이요법과 수술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이처럼 뇌전증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질환이니 환자나 부모가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없애야 한다. 뇌전증 환자들은 혹시라도 발작 증상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타날까 하는 두려움과 이로 인한 심리적 위축감 및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 뇌전증은 질환이 주는 육체적 어려움에 비해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더 크다. 또 뇌전증은 어린 시절 나타나 오랫동안 치료와 돌봄이 필요함에도 소아암이나 소아희귀난치성 질환 등 다른 소아 관련 질환에 비해 정부 지원이 매우 부족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뇌전증은 인구 1% 정도의 비율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약물 및 기타 치료를 통해 대부분 잘 조절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따라서 자녀가 소아 뇌전증 진단을 받더라도 낙담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치료해 아이의 건강 상태를 최선으로 회복시키는 게 중요하다. 또 사회적으로 이들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질환에 비해 소외되어 있는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김흥동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교수
#health&beauty#김흥동#뇌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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