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친척들 ‘몸매’ 지적에 명절스트레스 ‘확!’

  • 입력 2016년 2월 4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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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심모 씨(21)는 설 연휴가 다가오는 게 두렵다. 친척들의 ‘지나친 관심’에 부담을 느껴 벌써부터 입맛이 뚝 떨어진다. 옛날부터 통통한 체형을 가진 심 씨는 고3 수능시험을 치기 전까지 외모관리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다. 친척들은 20살이 지난 후 본격적으로 외모 비난에 나섰다.

수능 후 명문대에 합격하자 ‘공부만 잘해서 뭐하냐’는 게 시작이었다. 이후 ‘여자는 외모가 받쳐줘야 잘 산다’는 큰아버지의 훈계, ‘데려갈 남자가 없어 재가한 남자라도 알아봐야 겠다’는 할머니의 저주에 가까운 막말까지 견디기 힘들었다. 가족들이 심 씨를 감싸도 친척들의 막말 행진은 계속 됐다.

대학에 입학한 뒤 꾸준히 정석 다이어트에 나서 고도비만에서 벗어났다. 매일 1시간씩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건강한 식단으로 무리없이 빼내고 있는 스스로가 자랑스럽지만 아직 ‘77사이즈’를 입는 만큼 설날이 두려워진다.

지난해 추석에는 전을 부치다 잠시 쉬고 있는 심 씨에게 고모가 “저렇게 쉬니까 살찐다, 집에서도 분명 게으를 거다”라는 말에 상처받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엄마가 고모에게 한소리를 해도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예쁘다는 게 사실이네’라고 비꼬았다. 심 씨는 “가족도 가만히 있는데 친척집만 가면 몸매를 지적하는 통에 가시방석에 앉은 듯하다”고 토로했다.

한국 성인은 평소보다 명절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경향이 있다. 명절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으로는 경제적 문제·과도한 가사노동뿐만 아니라 ‘잔소리’, ‘남들과의 비교’도 한몫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겐 ‘외모 비교’가 큰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다. 외모가 사회적 스펙으로 자리잡으며 미묘하게, 혹은 대놓고 외모지적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 적잖다.

다만 뚱뚱하다는 낙인이 찍히면 비만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만큼 즐거운 명절을 보내려면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선호 365mc비만클리닉 이사장은 “누군가에게 ‘뚱뚱하다’고 낙인을 찍고 차별하면 체중감량에 긍정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상당 수 있다”며 “외모 지적을 하는 사람 중에는 ‘내가 솔직히 말해줬으니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될 것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결론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연구팀이 6000명을 대상으로 2006년,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체중과 신장을 비교해 얻어냈다. 2006년에 몸무게 때문에 놀림 받은 적이 있었던 사람은 그렇지 않았던 이들에 비해 2010년 비만한 확률이 2.5배 더 높았다. 이같은 현상은 연령, 성별, 교육수준 등과 무관하게 나타났다.

이선호 이사장은 “자존감의 상실이 체중감량 의욕을 꺾게 된다”며 “과체중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 씨처럼 열심히 정석 다이어트에 나서도 친척들의 악담에 포기하거나 의욕을 상실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며 “‘잘 되라고 하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당사자의 기분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고 의지를 갖춘 사람은 스스로 정석 다이어트에 나서 건강한 체중감량을 이뤄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비만 환자가 대부분이다. 이렇다보니 설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는 사람도 적잖다.

특히 어느 정도 통통한 수준을 벗어난 고도비만 환자는 다이어트가 ‘의지’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고도비만 환자에게 음식은 마약과 같이 작용해 과식·폭식을 조장한다. 한 연구 결과 고도비만 환자에게 음식은 마약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중독이 심해지면 음식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비만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지방세포가 피드백 작용으로 자기조절하는 기능을 잃은 나머지 합병증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

이런 경우 비만 전문가의 처방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이미 비만해진 데다 주변 친척들의 지적에 지쳐가는 사람이라면 포기할 게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비만으로 건강 상태가 나빠진 경우 무조건 굶거나 운동에 집착하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비만클리닉에서는 식이요법, 행동수정요법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비만치료를 시행하고 있어 건강한 체중감량을 돕는다.

특히 지방흡입수술이나 주사로 지방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람스’ 치료는 한번 시술로 눈에 보이는 사이즈 개선 효과를 보이므로 다이어트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만약 천천히 다이어트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지방분해주사를 고려해볼 수 있다. 음식 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며 주사시술을 받으면 콤플렉스 부위의 사이즈를 날씬하게 되돌릴 수 있다.

글/취재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정희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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