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글이 요구해 온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 허용하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업계와 공간정보 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그나마 토종업체가 주도권을 쥐고 있던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정보기술(IT) 업계는 구글이 이번 지도 반출로 한층 정교해진 서비스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고 플랫폼 주도권 싸움이 지도 서비스 시장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T맵모빌리티 등 3개 주요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지도기반서비스 시장에 글로벌 강자인 구글이 진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스마트폰 뿐 아니라 자동차 운영체제(OS)까지 장악하고 있다”며 “구글이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 오토, 이어 제미나이 인공지능(AI)까지 결합해 길찾기 서비스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맞춤 광고 시장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IT업계는 구글의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주도권 장악도 우려한다. 구글이 명목상으로는 길찾기 서비스 제공과 외국인 관관객 편의를 들고 있지만, 길찾기 서비스 등은 1대5000 축척의 지도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에서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IT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국가들이 1대2만5000을 국가기본도로 삼는 데도 구글은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며 “더 정밀한 지도를 요구하는 건 미래 기술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출처=pxhere구글이 운영하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웨이모’의 한국 시장 진출 발판이 될 것이란 의미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은 한국에서 국내 기업이 자리를 잡은 몇 안 되는 시장 중 하나인데, 여러 규제로 인해 아직 실증 단계”라며 “우리가 시작을 머뭇거리는 사이 웨이모가 한국에서 실증 없이 바로 사용화 단계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한숨은 더 깊다. 국내 공간정보산업은 ‘중소기업 간 제한경쟁’ 업종으로 99%가 영세 규모다. 고정밀지도 제작 업체인 지오스토리의 위광재 대표는 “공간정보산업 생태계가 다 무너지게 됐다”라며 “그간에는 국토부, 서울시 등이 지도 사업 용역을 맡아 진행해왔지만, 이제는 정부에서 구글 지도 API(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를 쓸 수 있어 용역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 소비자나 외국 관광객들은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수청 미국 퍼듀대 교수는 “한국 관광의 글로벌 재도약을 알리는 전환점이 될 수있다”라며 “단순 지도 업데이트를 넘어 고질적인 불편을 해소해 관광 생태계의 디지털 장벽을 허무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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