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닉 “AI·식재료 데이터로 기존 조리로봇 한계 보완…해외 진출까지 준비” [도전 K-스타트업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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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창경 x IT동아] 도전 K-스타트업은 우리나라 정부 부처 10곳이 함께 여는 최대 규모의 창업경진대회입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 가운데 혁신창업리그의 일반 리그를 운영합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성장한 유망 스타트업의 면면을 IT동아가 살펴봅니다.

“사람을 돕는 로봇을 만드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외식과 식품, 그리고 급식업계가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했다. 최저임금 상승과 맞물려 인건비 부담은 가중되고, 숙련된 조리 인력을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사람을 구하는 것’보다 ‘사람이 할 일을 줄이는 것’에 눈을 돌리는 상황이 됐다.

오진환 로닉 대표 / 출처=IT동아
오진환 로닉 대표 / 출처=IT동아

이 가운데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술을 접목해 조리 자동화에 나선 스타트업이 주목받는다. 바로 로봇 스타트업 로닉(Ronik)이다. 오진환 로닉 대표를 만나 신개념 모듈형 조리 로봇에 집중하는 이유와 성장 전략을 들어 봤다.

큐브 한 대로 1~3명 인력 대체 가능

2022년 설립된 로닉은 ‘더 나은 삶을 위한 로봇(Robotics for a Better life)’ 모토 아래 AI 셰프 로봇 큐브(Cube)를 개발 및 생산한다. 대부분의 조리 로봇이 사람 팔을 모방한 형태인 것과 달리, 큐브는 인간의 조리 행위를 박스 형태로 구현한 모듈형 하드웨어와 RaaS(Robot as a Service) 솔루션을 결합한 제품이다.

조리 과정을 예로 들자. 지금까지는 식재료의 손질과 계량, 분배와 조리, 포장 등을 모두 사람이 했다. 로닉 큐브는 이들 사람의 역할을 한 가지씩 맡는다. 식재료를 다듬는 로봇과 조리하는 로봇, 양념을 하는 로봇과 그릇에 담는 로봇, 포장하는 로봇 등이 유기적으로 구성돼 음식을 만든다. 특정 로봇을 더하거나 빼는 것도 된다.

오진환 대표는 “연구실에만 있는 로봇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로봇을 만들고 싶었다. 조리 현장에 인력이 많이 필요했다. 조리 자동화가 로봇 기술의 실용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기존 조리 로봇의 한계를 보완하고 싶어 큐브를 개발했다. 큐브를 통해 최소 자본으로 조리 생산성을 높이고 최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큐브는 인간의 조리 행위를 박스 형태로 구현한 모듈형 하드웨어와 RaaS 솔루션을 결합한 제품이다 / 출처=로닉
큐브는 인간의 조리 행위를 박스 형태로 구현한 모듈형 하드웨어와 RaaS 솔루션을 결합한 제품이다 / 출처=로닉

큐브의 핵심 경쟁력은 g 단위의 정밀 계량 기술이다. 판매량을 예측하고 재고 손실을 최소화해 원가 마진율을 최대화할 수 있다. AI가 조리 데이터를 학습, 자동으로 보정하는 지능형 시스템을 갖췄다. 원격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상황마다 즉시 대응할 수 있어 유지보수가 뛰어난 데다가 시스템 안정성도 극대화했다. 큐브 한 대마다 1~3명의 인력을 대체할 수 있어 인건비 절감까지 가능하다.

특히 큐브는 보울류, 탕류, 면류 등 메뉴 확장이 자유롭다. 데이터 기반 운영으로 원가와 수요를 최적화할 뿐만 아니라 개인 맞춤 조리까지 가능하다. ‘빠르고 깨끗하며 맞춤형 조리’라는 3가지 목표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AI 기술 발전으로 더 성장

오진환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로봇에 관심이 많았다. 로봇 공학을 전공한 후 통신사 SK텔레콤의 AI 연구소에서 8년간 로봇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등 삶의 대부분을 로봇과 함께 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로봇 경험으로 효용성 높은 큐브를 개발할 수 있었다.

기존 로봇 기업들이 로봇의 움직임 최적화에 집중할 때, 로닉은 식재료를 이해하고 다루는 기술을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시장이 원한 것은 단순히 잘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라, 일정한 품질로 음식을 만드는 솔루션이었다는 것이 오진환 대표의 설명이다.

오진환 대표는 로봇 공학 전공 후 로봇 엔지니어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로닉을 창업했다 / 출처=IT동아
오진환 대표는 로봇 공학 전공 후 로봇 엔지니어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로닉을 창업했다 / 출처=IT동아

AI 기술 발전도 로닉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진환 대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병행하면서 AI 시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조리 로봇 움직임을 만들 때 AI를 활용해 동작 제어까지 가능하다. 피지컬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닉의 경쟁력은 초기부터 축적한 식재료 데이터를 빼놓을 수 없다. 오진환 대표는 “음식의 본질은 식재료와 맛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식재료 특징을 데이터로 쌓아둔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비정형 식재료는 규칙화하기 어렵다.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지난 수년간 쌓은 데이터가 외식이나 식품업계에서 큐브의 활용도를 높이는 핵심 자산이 됐다”고 덧붙였다.

외식부터 급식까지 점차 확대

로닉이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로닉의 기술과 고객사가 원하는 방향이 다를 때도 있었고, 조리 로봇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큐브의 효용성을 두고 고객사를 설득하는 과정 역시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오진환 대표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고객사를 설득하는 과정이 더 어려웠다. 예전에는 ‘좋은 기술이니까 현장에서 사용해주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아니었다”면서 “현장에서 직접 목소리를 들으며 기술을 개선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고객사의 의견을 빠르게 반영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로닉은 고객사의 의견에 따라 큐브를 더 쉽게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고, 원격으로 빠르게 수리하는 방법도 점차 고도화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로닉은 고객사의 의견에 따라 큐브를 더 쉽게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고, 원격으로 빠르게 수리하는 방법도 점차 고도화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로닉은 고객사의 의견에 따라 큐브를 더 쉽게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고, 원격으로 빠르게 수리하는 방법도 점차 고도화하고 있다. 기존 조리 로봇은 고장이 났을 때 수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큐브의 경우 로봇의 모든 기능과 정보가 관제 시스템과 연동돼 있어 언제 어디서나 세심한 요구사항까지 반영 가능하다. 또 후속 지원도 최적화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진행, 고객사 만족도가 높다.

오진환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외식업계만 고려했지만 현재 급식, 식품 생산 전반의 자동화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하드웨어 제품만 납품했다면 이제는 AI 디스펜싱, 매장 자동화, 식재료 분석 및 영양 성분 계산 등의 솔루션을 고객사 니즈에 맞춰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닉의 대표 경쟁력은 창업 초기부터 축적한 식재료 데이터다 / 출처=로닉
로닉의 대표 경쟁력은 창업 초기부터 축적한 식재료 데이터다 / 출처=로닉

로닉은 최근 대형 급식업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오진환 대표는 “원래 외식업계만 타겟했는데, 급식업계는 단순 반복 작업이 많고 인력난이 심각해 조리 로봇 도입이 더 용이하다”며 “특히 식재료 소분이나 배식 분야는 최소 3~4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큐브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로닉의 계량 기술은 3명이 수행하던 작업을 자동화해 효율을 높이고 있다. 500~1000인분의 식재료를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기업과의 PoC(개념증명)를 통해 AI 기반 소분 계량 공정의 자동화 가능성도 확인했다. 또 구내식당, 푸드코트 등에서 탕류, 면류 자동화 역시 검증해냈다.

또 로닉은 타사 조리 자동화 기기에 자사 소프트웨어를 접목하는 사례도 점차 늘리고 있다. 제조 중심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오진환 대표는 “모든 조리 공정을 우리가 다 할 수 없다. 이미 사용 중인 로봇이나 기계와 유기적으로 접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튀김, 해면, 볶음 공정 등 다른 조리 로봇과 소프트웨어로 연동해 식품업계 자동화의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큐브만으로 전자동화를 목표한다”고 밝혔다.

도전! K-스타트업 통합 본선 진출로 우수 아이템 증명

로닉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정부 10개 부처가 공동으로 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범부처 창업 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에 참여, 통합 본선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도전! K-스타트업은 우수 아이템을 가진 창업 3년 이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상금과 후속 지원을 제공하는 ‘창업 등용문’ 성격의 프로그램이다.

오진환 대표는 “외식 시장의 인력난, 고물가 문제를 해결하고 저렴해도 맛있는 음식을 알리기 위해 도전! K-스타트업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큐브가 실제 현장에서 효과가 있는 것을 생산지표나 인력 대체율로 입증했는데 이 부분을 좋게 평가해준 것 같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로닉은 창업 3년차가 됐다. 사업에 대해 잘 나아가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만큼 더 책임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로닉은 도전! K-스타트업에서 통합 본선까지 진출했다 / 출처=IT동아
로닉은 도전! K-스타트업에서 통합 본선까지 진출했다 / 출처=IT동아

로닉은 일본, 미국 진출을 위해 해외 특허 출원에도 적극적이다. 오진환 대표는 “K-푸드 유행에 맞춰 해외에서는 레시피 컨트롤이 어려운데 큐브를 도입하면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며 “새로운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시작 단계부터 로봇 중심으로 설계하면 충분히 협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식을 넘어 의식주 전반의 로봇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로닉의 궁극적인 비전이다. 오진환 대표는 “외식업계로 시작해 조리 자동화 기술을 경험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돕는 로봇을 만드는 기업이 되고 싶다. 휴머노이드 시대를 상상하며 차츰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로닉은 지속가능한 스마트 키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술 개발과 시장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셰프 로봇 큐브’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시장에 진입한 로닉이 또 어떤 도전을 이어나갈지 기대된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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