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사 “물 절약용 무수 소변기, 환경과 경제 모두 만족” [서울과기대 예창패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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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기대 x IT동아 공동기획] 예비창업패키지 지원사업(이하 예창패)은 유망 아이디어의 창업을 돕는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의 주요 창업지원 사업입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2025년도 예창패 주관기관으로 신생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돕습니다. IT동아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과 함께 성장 중인 유망 스타트업의 면면을 살펴봅니다.

무수 소변기 ‘에코쉬’를 소개하는 조수현 에코사 대표 / 출처=IT동아
무수 소변기 ‘에코쉬’를 소개하는 조수현 에코사 대표 / 출처=IT동아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18년 유엔으로부터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 이래 물 절약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화장실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은 전체 생활용수 사용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중 소변기에서 버려지는 물만 해도 어마어마한 양에 이른다.

에코사(대표 조수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이 전혀 필요 없는 무수 소변기 ‘에코쉬’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조수현 대표는 10년 넘게 관련 기술을 연구해온 이 분야의 전문가다. 취재진은 조수현 대표를 만나 그가 말하는 무수 소변기 기술의 특징, 그리고 이 제품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파급력에 대해 알아봤다.

- 무수 소변기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떤 배경이 있었나?

: 저는 원래 건축 CM(건설사업관리) 회사를 운영했었다. 2008년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로 선포되고 나서 물의 중요성을 알게 됐는데, 우연히 다큐멘터리에서 아프리카 아이들이 마실 물이 없어서 1년에 수십만 명이 사망한다는 내용을 접하게 됐다. 그때 물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 일상 중에 물을 가장 많이 낭비하는 곳이 어디일까 조사하던 차에 화장실에서 물이 어마어마하게 버려진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소변기 개량을 통해 물을 크게 아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2012년도에 주식회사 ‘에코웨이’를 설립하고 ‘에코쉬’ 제품을 개발하게 된 계기다.

- 2012년부터 시작했다면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인데,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다

: 맞다. 에코웨이를 통해 10여 년간 사업을 운영했는데, 여러 어려움을 겪다가 2024년 12월에 폐업하게 됐다. 사실 정말 힘든 시기였다. 그런데 2025년 2월, 우연히 창업진흥원에서 예비창업패키지 재창업자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그동안 들인 노력과 기술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너무 아까웠고,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5월 30일에 에코사로 새롭게 창업하게 되었다.

- 에코사의 제품인 ‘에코쉬’의 특징을 소개해달라. 어떤 점이 기존 소변기와 다른가?

: 우선 소재부터 다르다. 모든 화장실 소변기는 도기 제품인데, 저희 제품은 ABS 소재로 만들어졌다. ABS는 가볍고 잘 깨지지 않는 오토바이 헬멧과 같은 소재라고 이해하시면 된다.

도기 제품은 수명이 제한되어 있고 파손되면 폐기물로 처리되는데, 환경적 차원에서 재활용이 어렵다. 반면 ABS 소재는 재생 플라스틱으로 추출해서 사용할 수 있고, 망치로 때려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강도가 높다. 잘 관리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 소재만 다른 것은 아닐 것 같다. 디자인이나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특징이 있나?

: 디자인적으로 보면, 일반 도기 소변기는 소변이 닿는 곳이 평면이다 보니 튐 현상이 많다. 저희는 예전 시골에서 사용하는 ‘요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어느 각도에서 소변을 보더라도 튐 현상이 적도록 설계했다. 화장실에 가면 ‘한 발자국 앞으로’라는 문구를 자주 보는데, 사람들이 소변이 자기 옷에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멀찍이 서서 볼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요강’의 아름다움도 제품 디자인에 녹여냈다.

또한 사람마다 소변의 색이 다르기 때문에 변기 내부에 소변이 묻으면 바로 티가 나고 잔뇨에 대한 악취 우려도 있다. 그래서 표면에 나노 친수 코팅을 했다. 이를 통해 잔뇨가 묻지 않고 온전하게 흘러내린다.

에코쉬의 핵심인 매직밸브 / 출처=IT동아
에코쉬의 핵심인 매직밸브 / 출처=IT동아

- 무수 소변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악취 차단일 것 같다. 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악취를 막는가?

: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절수와 더불어 악취 대응 기능이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데, 화장실 악취의 대부분은 소변 자체의 냄새라기보다 배관에 형성된 요석(尿石)으로부터 비롯된다.

소변의 98%는 물로 구성되어 있고 나머지 2%가 음식물을 섭취한 단백질, 지방, 인 등인데, 이들이 배관에서 물과 만나면서 요석이 형성된다. 결국 화장실의 악취는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쯤 부산 수영구 야외 화장실에서 여고생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원인이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황화수소 때문이었다.

기존 화장실은 물을 물대로 쓰면서도 악취를 막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구조였다. 저희는 이 문제를 심장 판막 원리를 이용한 ‘매직 밸브’로 해결했다.

- 핵심 기술인 매직 밸브의 원리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팔리는 제품은 예전에 선보였던 초기 모델과 어떤 차이가 있나?

: 매직 밸브는 소변기 배수구에 장착되는 실리콘 소재의 밸브다. 심장 판막 원리에서 착안한 역류 방지 시스템을 탑재했다. 소변을 볼 때는 밸브가 열려서 소변이 온전하게 배출되고, 마지막 한 방울이 떨어지면 딱 닫혀서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악취를 100% 차단한다.

이 매직 밸브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에코웨이 시절의 구버전과 최근 개발한 신버전 사이에 디자인 및 성능 차이가 있다. 신형은 밀폐력이 더 높아졌고, 디자인도 기존 일자형에서 Y자형으로 변경되면서 배수가 훨씬 빨라졌다.

심장 판막의 원리를 이용한 매직밸브의 구조 / 출처=에코쉬
심장 판막의 원리를 이용한 매직밸브의 구조 / 출처=에코쉬

- 그렇다면 이를 통해 물을 얼마나 절약할 수 있나?

: 우리가 개발한 소변기는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므로 급수관이 필요 없다. 소변이 배출되는 배수관만 연결하면 된다. 실례로 전국 공중화장실의 경우 약 5만여 곳이 있는데, 거기서 사용되는 남성용 소변기만 에코쉬로 교체해도 연간 1500만 톤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수도 요금 기준으로는 약 600억 원 상당이다.

해마다 수도 요금은 오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절약 효과는 더 커진다. 이는 공중화장실만 기준으로 한 것이고, 사설 화장실까지 포함하면 시장 규모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화장실에서 버려지는 물 중 약 70%는 변기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공중화장실이나 사설 화장실 모두 마찬가지다.

- 이미 10년 넘게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해왔다고 했는데, 어떤 곳에 설치된 사례가 있나?

: 에코웨이 시절인 2015년도에 조달청 우수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설치 사례로는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과 청와대가 있으며, 전국 공원, 학교, 역사(驛舍) 등 다양한 곳에 적용된 바 있다.

해외 8개국에도 수출했는데, 의외로 동남아에 물 부족 국가가 많다. 특히 필리핀에서 반응이 좋았다.

- 그렇게 좋은 성과가 있었는데도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가 무엇인가?

: 제품의 반응은 좋았지만 사업 확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국내의 경우 공공기관 중심으로 마케팅을 전개했는데, 각 기관의 예산 문제가 가장 큰 벽이었다. 제품 자체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일시적으로 큰 비용이 드는 구매 방식은 예산 확보가 어려웠다.

- 이전에 겪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고 들었다.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 맞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판매뿐 아니라 렌탈 시장으로까지 판매 방법을 확대했다. 기존 구매 방식이라면 제품 가격과 공사비를 모두 기관이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렌탈 방식이라면 캐피탈을 이용해 공사비까지 조달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월 사용료만 내면 된다.

중요한 것은 물 절약 비용을 통해 월 렌탈료를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간 600억 원이 절약된다면, 렌탈 방식으로는 물이 절약되는 비용만큼 회수하면 되니까 기관 입장에서도 부담이 훨씬 적다. 마치 정수기를 렌탈하는 것처럼, 사용자는 매달 렌탈비를 내는 것이다.

- 새롭게 선보인 렌탈 방식으로 제품이 도입된 곳이 있나?

: 진주고려병원이 올해 초에 납품을 받아 운영 중이다. 소변기 에코쉬 외에도 자매품인 절수 양변기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5년 계약으로 진행 중이다. 첫 렌탈 납품인 진주고려병원에서 만족도가 높아서 향후 추가적인 사업 확대도 기대할 만하다. 현재 여러 병원을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 서울과기대에서 주관하는 예비창업패키지 지원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프로그램 이용 감상은?

: 무엇보다 멘토링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저는 이미 10여 년 이상 업계에 종사했기 때문에 배울 게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조업도 10여 년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특히 AI와 같은 첨단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는 사업을 운용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았는데, 과기대의 지원 프로그램, 특히 전문가 멘토링 프로그램은 이런 저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투자 관련 멘토링, 특허 출원 관련, 재무, 노무 관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예비창업패키지는 청년 위주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과기대를 통해 운영된 창업진흥원 프로그램은 저 같은 중장년층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청년 기업가뿐만 아니라 저처럼 재도전하는 기업인들에게도 특히 추천할 만하다.

조수현 에코사 대표 / 출처=IT동아
조수현 에코사 대표 / 출처=IT동아

- 재창업이라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 물론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기술의 가능성과 사회적 가치를 믿었다. 물 부족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고, 우리 제품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한 번의 실패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에코사의 방향은 물 절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앞으로 에너지 절약, 공기질 개선 사업, 화재 관련 제품 등 제품의 다양화에 나설 것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공략까지 적극적으로 준비 중이다.

에코웨이 시절에는 1년에 5~6회씩 해외 전시회 및 수출 상담회에 참여했었다. 에코사 역시 과거의 경험을 살려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다. 내년부터는 해외 전시회 참여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과기대를 비롯한 유관 기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한다

: 시대의 흐름에 맞춰야 하겠지만, 대한민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둔 국가다. 요즘은 AI나 소프트웨어 분야에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 있지만,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인들에게도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저희 에코사는 한층 진화된 아이디어와 기술, 제품을 통해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 물 부족이라는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 환경도 지키고 경제적 이익도 창출하는, 그런 가치를 만들어가는 기업이 되겠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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