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택 IBS 레이저과학 연구단장
가속시킨 전자와 레이저 충돌 땐
극단적 상호작용 구현 가능해져
1월 8일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만난 김경택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장이 레이저 펄스로 전자를 가속하는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에서 일어나는 빛과 물질의 극단적 상호작용은 관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력한 레이저 실험으로 지구에서 통제할 수 있는 ‘우주 현상’을 만들어 우주의 비밀을 파헤칠 겁니다.”
지난해 12월 16일 출범한 기초과학연구원(IBS)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 신임 단장을 맡은 김경택 광주과학기술원(GIST) 물리광과학과 교수는 1월 8일 GIST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자연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 모르는 것이 많다. 인류가 가진 지식을 확장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빛과 물질이 상호작용할 때 에너지가 매우 높으면 일어나는 ‘양자전기역학(QED·Quantum Electrodynamics)’ 현상은 대부분 이론적으로만 예측됐을 뿐 실제로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실험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우주의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근처에서는 중력과 전자기장이 매우 강하게 작용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라 물질이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며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상대론적 현상’도 일어나며 QED 이론에 따른 물리 현상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단장은 우주공간이 아닌 지구상에서 QED 현상을 실험으로 파악하기 위해 강력한 레이저를 활용할 계획이다. 실험은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빠르게 가속하고 반대편에서 나온 강력한 레이저 펄스(짧은 파동)와 충돌시키는 원리로 진행된다. 이때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매우 커져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주변에서 일어나는 QED 현상을 일으킬 정도의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연구단 이름이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인 이유다.
전자와 레이저 펄스가 충돌하는 순간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실험 성공의 관건이다. 이를 위해 최대한 짧은 시간에 레이저 펄스를 쏴 레이저의 에너지를 높이고 전자의 속도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구현해 레이저와 전자가 더 강하게 부딪치게 해야 한다. 전자가 닿는 좁은 면적에 레이저를 집속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구단의 첫 번째 목표는 제곱센티미터(cm²) 당 10²⁹(10의 29승)W(와트) 에너지 수준인 ‘슈빙거 한계(Schwinger limit)’를 달성하는 것이다. 김 단장은 “슈빙거 한계에 도달하면 진공에서 전자와 양전자(전자의 반물질)가 생겨날 수도 있다”며 “아토초(attosecond·100경분의 1초) 수준의 짧은 레이저 펄스를 구현하고 전자를 지금보다 빠르게 가속하면 충돌실험으로 슈빙거 한계의 10배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구단은 아토초 레이저 펄스를 구현하고 전자의 속도를 더욱 높이는 등 기반을 다진 뒤 충돌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GIST의 레이저 장비는 2016년에 구현된 4PW(페타와트·1PW는 1000조 W)급으로 현재 세계 최고 기록이다. 그는 “레이저 시설은 최고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며 “출력을 4PW에서 6PW로 높이기 위한 예산을 확보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우리 연구 자체는 물리학의 발전, 인류가 가진 지식을 확장하는 목적이지만 실험을 하면 늘 기술적 한계에 부딪힌다”며 “이를 해결하다 보면 레이저 기술이 발전해 국방이나 산업에 영향을 주는 식으로 파급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GIST 고등광기술연구소와 물리광과학과 소속 교수, 대학원생들과 IBS 자체 연구원들을 모두 합쳐 70명 정도로 꾸려진다. 김 단장은 “아직 사무실 정리도 다 못했고 연구원 고용을 진행하는 단계”라며 “곧 좋은 결과를 내서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양자전기역학 (QED·Quantum Electrodynamics)
고전 전자기학과 양자역학을 결합한 현대 물리학 이론으로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설명한다. 주로 강력한 레이저 장비를 통해 실험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