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獨 등 경험많은 멘토 과학자 유치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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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장 인터뷰
■ ‘멘토’ 필요한 젊은 과학자
해외 연구 인력 국내로 끌어들여… 연구개발 협력-교류 확대해야
■ 협력 기반 이미 갖춰져
‘라온’ ‘예미랩’ ‘올라프’ 등 세계적 수준의 연구시설 구축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해외 유수 연구기관과의 교류를 통해 국내 젊은 과학자의 멘토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해외 유수 연구기관과의 교류를 통해 국내 젊은 과학자의 멘토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글로벌 연구개발(R&D) 협력과 이를 토대로 한 젊은 과학자들의 경험 및 교류 확대가 R&D 예산 삭감 논란과 함께 최근 과학계의 주요 화두다. ‘수월성’ 연구라는 가치로 실력 있는 해외 연구자를 가리지 않고 연구단장으로 선임하는 등 다양한 글로벌 협력과 교류를 해온 기초과학연구원(IBS) 노도영 원장은 “기초과학 연구 역사가 깊은 해외 연구실의 인력을 국내로 끌어들여 젊은 청년 과학자들의 멘토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대전 유성구 도룡동 IBS 본원에서 만난 노 원장은 2019년부터 4년간 IBS를 이끌었다. 임기를 약 1년 남겨둔 그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영국 런던왕립학회에서 열린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 미래포럼’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기초과학의 오랜 전통을 지닌 영국, 아시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이 실질적으로 교류하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젊은 과학자의 해외 진출이 아닌 연륜 있는 해외 과학자들의 국내 유치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해외 과학자들이 탐낼 만한 연구 인프라를 IBS가 그동안 구축해 왔기 때문이라는 자신감도 읽힌다.

노 원장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에는 젊은 과학자를 위한 ‘멘토’가 부족하다고 본다. 오랜 시간 투자를 통해 기초과학 경쟁력을 높여 온 국가들과 달리 한국의 과학기술 역량은 짧은 시간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긴 ‘구멍’을 이제는 메워야 할 때라는 진단이다. 노 원장이 생각하는 한국 과학계의 가장 큰 구멍 중 하나는 젊은 과학자를 위한 멘토의 부재다.

노 원장은 “연구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영국에는 긴 시간에 걸쳐 연구자들 사이에 전수된 노하우가 있다”며 “그들은 훌륭한 스승이 어떤 방식으로 실험실을 운영하고 연구를 진행하는지 직접 체득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를 본격 육성한 역사가 짧은 국내 연구 환경에서는 연구 중 문제에 봉착한 젊은 연구자가 조언을 얻을 곳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노하우를 보유한 해외 연구자들이 한국에서 연구 협력할 수 있는 기반도 이미 갖추고 있다는 게 노 원장의 생각이다. 중이온을 가속시켜 원자핵 충돌을 일으키고 새로운 희소 원소를 찾는 중이온가속기 ‘라온’이 더디지만 구축 중이다. 지하 1000m에 설치돼 우주입자를 관측할 수 있는 ‘예미랩’, 세계에서 에너지 효율이 10번째로 좋은 슈퍼컴으로 꼽힌 ‘올라프’ 등 기초과학 연구자라면 탐낼 만한 세계적인 연구시설을 IBS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 원장은 “라온, 예미랩 등 연구기반시설은 하루아침에 구축된 것이 아니며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을 연구하는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오랜 기간 공을 들인 결과물”이라며 “이미 해외 유수 기관에서 한국의 연구시설을 이용하고 싶다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 원장은 특히 최근 불거진 R&D 예산 삭감 논란 과정에서 IBS는 예외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국내 기초과학 연구비를 상당수 지원받아 연구비가 풍족하다는 것이다. 설립 초기부터 지속된 IBS를 향한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노 원장은 “중이온가속기연구소,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등 2개 연구소를 포함해 지하실험연구단, 시냅스뇌질환연구단 등 총 31개 연구단을 운영하는 IBS에는 박사급 연구원 700여 명, 학생을 포함한 연구 참여 인력까지 합하면 2000여 명이 있다”며 “IBS 연구비에는 박사급 이상 연구자의 인건비까지 포함돼 있어 외부 과제의 연구비 산출 기준과는 다른데 이런 부분이 간과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IBS 총예산에는 2022년 1단계 건설이 완료된 중이온가속기 라온 구축 프로젝트 비용 등도 포함돼 있다. 겉으로 보기엔 예산 규모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설립 초기에 비하면 연구단별 연구비는 크게 줄었다는 게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2024년 11월 임기가 끝나는 노 원장은 남은 임기 동안 잠재력이 큰 젊은 연구자를 발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거듭 강조한 것처럼 영국, 독일 등 전통 있는 연구기관의 경험 있는 연구자를 유치한다는 목표다. 또 국내외 연구자가 공유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를 확보하는 IBS 설립 목표 구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는 “뇌과학이미지연구단이 아시아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초고자장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개발 당시 연구 중단을 고민한 적이 있다. 그러자 IBS 외부의 다수 연구자들이 연구를 중단하지 말아 달라는 메일을 보내 왔다”며 “개방성을 기본 철학으로 국내외 연구자가 공유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를 개발하는 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wissen@donga.com
#멘토 과학자#노도영#r&d 예산 삭감#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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