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운동, 평생 갑니다” 육상부 출신 서울교대생의 ‘건강하게 공부하는 비법’[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7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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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충남 서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1회 전국교육대학교 육상경기대회(교대 육상대회) 남자 1500m에서 2위(4분32초51), 혼성 계주 800m에서 1위(1분54초01)를 한 서울교대 육상부 주장 고승준 씨(과학과 3학년)는 초등학교 시절 육상 선수로 활약했었다. 6학년부턴 공부에 집중했지만 대학에 입학한 뒤 육상부에 가입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된 배경엔 학창 시절의 경험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고승준 서울교대 육상부 주장이 9월 9일 열린 제11회 전국교육대학교 육상경기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 한 뒤 우승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서울교대 육상부 제공.
고승준 서울교대 육상부 주장이 9월 9일 열린 제11회 전국교육대학교 육상경기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 한 뒤 우승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서울교대 육상부 제공.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별 육상대회가 있었어요. 제가 어릴 때 키도 크고 잘 달려서 대회에 나갔는데 운 좋게 입상하게 됐죠. 처음엔 단거리 80m를 했고요. 점점 올라갔어요. 나중엔 800m까지 했어요. 지역에서는 잘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나간 소년체전에서는 별 활약을 못했죠.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공부도 병행하던 고 씨는 6학년에 올라가면서는 육상을 사실상 그만뒀다. 대회가 있으면 간간이 출전했지만 2학기부터는 공부에만 집중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턴 공부와 육상을 병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 운동 경험에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 체력이 좋아 공부에도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고 씨는 지역에서는 잘하는 편에 속해 중학교에서 여러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거부했다고 했다. 그는 서울교대에 입학해 다시 육상을 접했다.

서울교대 육상부 주장 고승준 씨(왼쪽)가 김방출 교수와 포즈를 취했다. 서울교대 육상부 제공.
서울교대 육상부 주장 고승준 씨(왼쪽)가 김방출 교수와 포즈를 취했다. 서울교대 육상부 제공.
“전 체육과는 아니지만 1학년 때 체육 실기지도를 수강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교수님이 육상부가 있다는 말씀을 하셨죠. 너무 반가웠습니다. 바로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라 제대로 활동하진 못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조금씩 운동할 수 있었다. 교대 육상대회가 지난해에도 치러졌는데 준비과정이 짧아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올해는 제대로 준비했다.

“올해 대회가 제가 주장을 맡고 제대로 준비해 나갈 수 있는 대회였죠. 그래서 준비를 많이 했어요. 제가 육상 선수 경험이 있다 보니 훈련 프로그램도 제가 짰죠. 인터넷 등 정보를 찾아보고 교수님들께 자문을 구해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모집했죠. 올핸 60여명이 육상부에 가입했고 대회 출전은 스태프까지 30명 넘게 나갔습니다.”

대회 출전을 앞두곤 주 3회, 평상시엔 주 2회 함께 훈련했다. 육상 선수 출신 지도교수 김방출 교수(57)의 도움으로 엘리트 스포츠의 요람 한국체대에 가서 훈련할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서울교대는 올 교대 육상대회에서 전국 9개 교육대 198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 종목에서 고른 성적을 내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이 5번째 종합 우승이다.

서울교대 육상부 회원들이 9월 9일 열린 제11회 전국교육대학교 육상경기대회에서 종합우승 한 뒤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수(체육과 1학년) 정다은(체육과 3학년) 문현진(체육과 2학년) 김연진(체육과 2학년) 홍유진(체육과 3학년) 심규리(체육과 2학년) 홍채민(체육과 3학년) 조현림(체육과 3학년) 이수민(체육과 3학년) 양현준(체육과 2학년) 홍석제 씨(체육과 3학년). 맨 앞이 김방출 체육과 교수.
고 씨는 “사실 평상시에는 훈련이라기 보다는 러닝 크루(동아리) 처럼 운영하고 있다. 아침에 모여서 함께 달리고 아침 먹고 수업 들어가는 식이다. 요즘 함께 모여 달리는 크루들이 많은데 그런 취미 개념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는 더 열심히 훈련한다”고 말했다.

서울교대의 종합 우승은 어릴 때부터 속칭 ‘국영수(국어 영어 수학)’ 공부에 내몰려 학생들이 운동을 등한시하게 만드는 한국 초등교육에 좋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예비 교사들이 직접 기초 종목 육상을 훈련하고 대회에 출전하면서 운동의 중요성을 체득했고, 교육 현장에 나가서 육상을 가르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교대 육상부는 김방출 교수가 2012년 만들었다. 김 교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심신을 건강하게 다져야 하는데 국내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미래를 책임질 새싹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육상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예비 교사들이 달리고 뛰고 던지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을 형상화한 육상을 제대로 배우고 훈련하면서 향후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건강과 지혜를 함께 키워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김 교수는 “예비 교사들의 스포츠 경험이 중요하다. 경험해 본 교사들이 교단에서 섰을 때도 아이들에게 운동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다. 그 가치를 배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대 육상대회도 김 교수가 주도해 2013년부터 열리게 됐다.

서울교대 육상부 회원들이 서울교대 체육관에서 각 종목 시작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교사가 되면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육상을 할 기회를 주겠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고승준(과학과 3학년) 양현준(체육과 2학년) 조형석(유아특수과 1학년) 심규리(체육과 2학년) 박세호(체육과 3학년) 송현경(과학과 2학년) 문현진(체육과 2학년) 홍채민(체육과 3학년) 이정후(과학과 2학년) 김래원 씨(생활과학과 1학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 교수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김 교수는 “육상대회에 출전해 입상했던 학생들이 현장에 나가 육상부를 만들어 각종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자주 전해온다”고 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교대대항 T볼 대회를 열었는데 참가했던 학생들이 교육 현장에 나가서 T볼을 활성화시켰다. 이젠 서울 초등학교 T볼 대회에 100개 넘는 팀이 나올 정도로 저변이 확대됐다. 조만간 초등학교 육상부도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교사들의 반응도 좋다. 고승준 씨는 “내가 중고교 다닐 때도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공부하느라 거의 운동을 못했다. 몸이 건강해야 공부도 잘되는데….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장에 나가면 아이들이 운동과 공부를 함께 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솔직히 초등학교 때는 여유를 찾아도 되는 시기잖아요. 너무 공부에만 매달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운동도 열심히 하며 놀 시기인데…. 다양한 가능성을 찾는 시기 아닌가요. 운동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고요.”

남자 400m에서 53초62로 금메달을 획득한 조형석 씨(유아특수과 1학년)도 “교사가 돼 아이들을 지도할 때 육상 선수로 활약한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계주는 협동심과 체력을 키워준다”고 말했다. 평소 달리기를 좋아하고 운동회 때 계주 멤버로 참여했던 경험이 조 씨를 육상부로 이끌었다. 교대 육상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육상부에 가입했다는 그는 “그냥 뛰어놀던 수준에서 훈련하니 배울 게 많았다. 육상이 생각보다 체계적이었다. 스포츠 과학적 지식도 얻었다”고 했다.

서울교대 육상부 심규리(왼쪽)와 송현경  씨. 서울교대 육상부 제공.
서울교대 육상부 심규리(왼쪽)와 송현경 씨. 서울교대 육상부 제공.
여자 800m에서 2위(3분5초87)를 한 송현경 씨(과학과 2학년)도 “교육 현장에 가면 내가 했던 경험들이 애들한테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가 재미있게 했던 운동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면 잘 따라 할 것 같다”고 했다. 송 씨는 “육상 선수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달리는데 소질은 있었다. 중고교 시절엔 공부하느라 못했지만 대학에 들어와서 바로 육상부에 가입했다”고 했다. 그는 “열심히 하니 성과가 나왔고,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했다. 여자 800m에서 3분2초66으로 1위를 한 심규리 씨(체육과 2학년)는 “교수님 추천으로 육상부에 가입했는데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심 씨는 달리는 것에 심취해 조만간 마라톤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스포츠 심리학적으로 운동을 일찍 경험할수록 평생 즐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육상대회에 출전한 예비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운동 기회를 많이 준다면 아이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서울교대 육상부 회원들이 서울교대 체육관에서 힘차게 뛰어 오르고 있다. 예비 초등교사인 이들은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운동 기회를 많이 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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