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도와주는 전자담배? 10명 중 8명은 연초담배 같이 피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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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이제는 OUT]
전자담배 유해성 ‘팩트 체크’
간접흡연 위험성 여전하고
타르 등 더 많이 함유하기도

“여러분의 금연 결심, ○○○가 도와드립니다. 2+1 이벤트 진행 중.”

경기 지역의 한 액상형 전자담배(니코틴 용액을 가열해 증기를 흡입) 판매점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금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초를 피우던 흡연자가 전자담배를 사 가면 가격을 깎아 준다는 것이다. 많은 전자담배 취급점이 이 업체와 같이 전자담배 흡연을 금연 방법으로 홍보하고 있다.

여기엔 전자담배가 연초보다 본인과 주변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이러한 주장이 어디까지 진실일지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설명을 바탕으로 9일 확인해 봤다.

―전자담배는 유해 물질 함유량이 연초보다 90% 이상 적다?

“영국 보건부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인용한 바 있다. 하지만 전자담배 옹호론자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 물론 전자담배의 종류에 따라 함유된 유해 성분의 종류와 양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유해 성분의 함량과 유해성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보건복지부(USDHHS)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의 발생 위험성은 담배 속 유해 물질에 조금만 노출돼도 급격하게 증가한다.”

―궐련형 전자담배(연초 고형물을 가열해 니코틴 증기를 흡입)는 간접흡연 위험이 없다?

“사실이 아니다. 이탈리아 로마 라 사피엔차대 연구진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배출된 미세 입자의 상당량이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의 폐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연초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도 근거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에 판매되는 궐련형 전자담배 3종의 타르 함유량을 조사한 결과 4.8∼9.3mg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초의 타르 함유량(0.1∼8mg)보다 오히려 높은 수치다.”

―연초를 전자담배로 바꾸는 것이 완전한 금연을 위한 ‘과정’이다?

“전자담배 사용자 중 대부분은 연초와 전자담배를 동시에 흡연하는 ‘중복 사용자’다. 국내 전자담배 흡연자 중 84.5%는 연초도 함께 피우고 있으며, 청소년 전자담배 흡연자도 76.6%가 연초를 중복 사용하고 있다. 전자담배와 연초를 중복 사용하면 연초만 피우는 사람에 비해 니코틴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이는 오히려 금연을 더 어렵게 만든다. 업체들의 주장처럼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 제품으로 사용하려면 전자담배를 약처럼 처방해 사용량과 방법 등을 통제해야 하는데, 이는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영국에선 전자담배 사용을 권장한다?

“영국과 뉴질랜드에서 연초 대신 전자담배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 정책을 쓰는 건 맞다. 하지만 두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대다수 국가는 모든 담배를 해롭게 바라보고 규제하고 있다. 태국 싱가포르 멕시코 등 세계 32개국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국가도 10개국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연초와 동일한 규제 정책을 적용해야 하며, 액상형 전자담배도 금연보조제로 홍보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전자 담배#금연#연초담배#유해성#팩트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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