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맘꽃가든 “가변형 입식 베드 스마트팜, 농가 불편 해소”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3월 10일 11시 12분


코멘트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아주 작고 사소한 발상의 전환은, 때로는 새 기술을 낳고 기르는 요람이 된다. 이렇게 태어난 기술은 불편을 해결하고 편의를 늘린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퍼진다.

제주도 구좌읍 김녕에 세워진 한 비닐하우스에서 상추, 깻잎 등 엽채류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란다. 그런데, 채소들이 자라는 위치가 여느 밭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땅이 아니라 사람 허리 높이에 있는 베드(농작물이 자라는 밭 역할을 거치대. 거터라고도 한다.)에서 자란다. 덕분에 농부들도 땅에 쭈그려 앉아 일하지 않는다. 선 채로 한결 손쉽고 편안하게 채소를 수확한다.

땅에서 채소를 기르려면 밭 옆으로 밭고랑,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이 비닐하우스에는 통로가 없다. 평소에는 안을 베드로 꽉 채워 채소를 기르다가, 수확할 때에만 베드를 옆으로 밀어 통로를 만든다. 덕분에 좁은 공간에서도 수확량을 한껏 늘린다. 스마트팜 고유의 장점, 환경 제어와 균일한 농작물 수확량은 기본이다. 농산업 스타트업 ‘맘꽃가든’이 설계한 ‘가변형 입식 베드 스마트팜’의 장점이다.

슬라워가 스마트팜 기기를 원격 제어하는 모습을 시연하는 변종기 대표. 출처 = IT동아

대개 스마트팜은 베드를 가늘고 긴 모양으로 만들어 여러 개 설치하고, 이를 위아래 방향으로 움직여 재배 공간을 확보한다. 맘꽃가든의 가변형 입식 베드 스마트팜은 넓은 모양의 베드를 여러 개 마련하고 이를 옆으로 움직인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효과는 좋다. 먼저 구조가 간결한 덕분에 설치 비용이 싸고 고장도 잘 나지 않는다. 베드를 위아래 방향으로 움직이려면 기어와 체인, 모터 등 기계의 힘을 빌려야 한다. 구조가 복잡해 유지보수에 힘 써야 하고 가끔은 고장도 난다. 반면, 옆으로 움직이는 베드는 레일과 베어링, 바퀴만 써서 손쉽게 만든다. 고장 우려가 거의 없고, 고장나더라도 금방 고친다.

맘꽃가든의 가변형 입식 베드. 베드를 옆으로 밀어서 이동 통로를 만드는 방식이다. 출처 = IT동아

기존의 비닐하우스, 유리 온실에 간편히 설치 가능한 장점도 가졌다. 일반 스마트팜은 장소의 입지나 규모에 따라 설치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맘꽃가든의 가변형 입식 베드 스마트팜은 구조가 간결해, 베드의 크기만 조절하면 어디에든 설치 가능하다. 통로 공간까지 재배장으로 쓰다가, 베드만 옆으로 밀면 통로를 손쉽게 만든다.

물론, 스마트팜답게 농작물 수확량은 많다. 맘꽃가든은 이 기술을 도입하면 채소류의 재배 면적이 기존 밭보다 1.5배 넓어진다고 강조한다. 베드 위에 농작물의 씨앗이나 싹이 담긴 ‘포트’를 설치하는 방식이라서, 포트만 바꾸면 손쉽게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도 된다.

맘꽃가든의 가변형 입식 베드를 쓰면 엽채류 채소를 서서 편하게 수확한다. 출처 = IT동아

사람의 허리 아래 높이에서 자라는 엽채류 채소를 수확하려면 앉아서 일해야 한다. 자연스레 자주 앉았다 일어나야 하니 쉬이 피로해진다. 연로한 농부들에게는 고된 작업이다. 맘꽃가든의 가변형 입식 베드 스마트팜은 이름처럼 서서 일하도록 돕는다. 농부의 편의를 높이고, 고령층 농부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스마트팜이다. 이것은 변종기 맘꽃가든 대표가 가장 먼저 해결하려 한 농업의 문제이기도 하다.

변종기 대표는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제주도로 귀농했다. 그러다가 현지 농부들이 좌식 농업, 앉아서 농작물을 거두는 일을 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다. 이것을 해결할 방법을 궁리한 끝에 개발한 것이 가변형 입식 베드다. 회사명 맘꽃가든의 의미는 농부가 편하게 일하면서 ‘마음에 꽃이 피도록’ 돕는, 마치 ‘정원(가든)’처럼 안락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맘꽃가든은 가변형 입식 베드와 스마트팜 기술을 모두 자체 개발한다. 출처 = IT동아

푸르른 산과 바다, 논과 밭이 어우러진 제주도의 풍광에 매료된 변종기 대표는 기술 컨설팅을 하던 엔지니어 경력을 살려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젊은 엔지니어 귀농자들을 섭외해 맘꽃가든을 세운다. 대기업 과장 출신 직원, 농촌 지도사로 일하다가 새로운 인생 2막을 연 팀장, 농업에 관심을 갖고 기술을 갈고 닦은 엔지니어 등 임직원이 속속 합류했다. 그렇게 만든 것이 가변형 입식 베드다.

변종기 대표는 이들과 기술을 연구 개발하면서도, 농업 경험을 쌓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스마트팜과 농업 기술의 연계는 엔지니어, 그리고 농업을 잘 아는 농민이 서로 힘을 합쳐야 비로소 이뤄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맘꽃가든 임직원들은 1,650㎡ 규모 농장을 세우고 1주일에 최소한 세 번은 파종과 육묘, 재배와 약 살포, 수확과 판매 등 일을 하면서 실전 농업 경험을 쌓는다.

맘꽃가든의 가변형 입식 베드 스마트팜에서 자라는 엽채류 채소. 출처 = IT동아

맘꽃가든이 가변형 입식 베드에서 기르기로 한 농작물은 청상추와 깻잎 등 엽채류다. 이들의 보금자리인 제주도 구좌읍 김녕이 바로 엽채류의 주산지라서다. 변종기 대표는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로 주변 농가의 불편을 해소하고, 손쉽게 수확량을 높이도록 도울 방안을 궁리했다.

주변 농가들이 먼저 이들의 기술의 가치를 알아보고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수확량을 늘리고, 앉아서 일하는 불편을 해소하는데다 재배 편의까지 제공하는 덕분이다. 맘꽃가든의 가변형 입식 베드는 기존 비닐하우스에 손쉽게 적용하고 다루기도 쉬우며 고장도 적다는 평가를 받았다.

맘꽃가든 가변형 입식 베드 스마트팜을 제어하는 전용 하드웨어 슬라워. 출처 = IT동아

이어 변종기 대표는 가변형 입식 베드에 스마트팜 기술을 더했다. 여기에서도 임직원들의 엔지니어 경력이 큰 도움을 줬다. 맘꽃가든의 스마트팜 기술은 클라우드형으로, 모든 설비와 기기를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 가능하다. 여기에 쓸 각종 하드웨어와 전용 설비·앱 ‘슬라워(Slower)’를 맘꽃가든은 모두 자체 개발했다.

기존 스마트팜은 대개 주 제어 장치에 소형 컴퓨터를 넣는다. 덕분에 정확하게 움직이지만, 가격이 비싸다. 맘꽃가든은 클라우드 서버와 통합 네트워크로 주 제어 장치를 꾸몄다. 그래서 정확하게 움직이면서도 설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

농민에게 슬라워와 스마트팜을 설명하는 변종기 대표(오른쪽). 출처 = 맘꽃가든

여러 농업 기관도 맘꽃가든의 기술을 눈여겨본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가변형 입식 베드와 슬라워 제어 보드의 시제품 제작, 국가표준 검증을 각각 지원했다. 제주동부농업기술센터는 맘꽃가든에게 엽채류 재배 기술을 전수하고 자문을 건네면서 제주도 구좌읍의 부흥을 함께 이루려고 한다.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도 2021년부터 저비용 스마트팜 보급 목적으로 맘꽃가든과 협업 중이다. 제주도 구좌읍 김녕의 주산물은 깻잎인데, 고령의 농부들이 수확 작업을 하기에는 고되다. 맘꽃가든의 가변형 입식 베드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다양한 채소를 기르도록 돕기에 주산물의 종류까지 늘릴 것으로 기대한다.

맘꽃가든의 가변형 입식 베드 스마트팜 전경. 출처 = IT동아

노력한 결과, 맘꽃가든은 제주도 발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공공성이 우수하다는 평가와 함께 조달청 혁신제품 인증도 받았다. 2022년부터는 가변형 입식 베드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청상추, 그리고 제주도에서 보기 드문 로메인 상추를 음식점과 농협 직판장에 판매 중이다.

이 성과를 딛고 변종기 대표는 재배 가능한 농작물의 종류를 늘리고, 농부들의 재배와 수확 편의를 더욱 높일 방안을 찾으려 고민한다. 농업은 장소와 시기, 날씨와 기후 환경, 농작물의 종류에 따라 모두 다르게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만족하는 만능 스마트팜은 없다. 그래서 맘꽃가든은 특정 작물을 위한 스마트팜 기술을 만들고, 재배와 시설 제어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한다. 농민에게 필요한, 이들이 유용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스마트팜 기술을 제공하며 100년 가는 기업으로 맘꽃가든을 일구려 한다.

맘꽃가든의 가변형 입식 베드 스마트팜에서 자라는 엽채류 채소. 출처 = IT동아
변종기 대표는 “가변형 입식 베드 스마트팜 기술을 고도화해서 농민의 불편을 해소하겠다. 이미 제주도 외에 다른 지역의 농가도 맘꽃가든의 기술을 도입, 운용 중이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가변형 입식 베드 스마트팜을 전국에 보급해 새로운 농업의 모습을 그리고 가꾸겠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