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성유전체 시계로 노화 정도 알려주는 ‘KAI’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0일 15시 38분



후성 유전체 시계(epigenetic clock)를 이용해 노화 정도와 향후 진행될 속도를 예측하는 연구가 한국에서 본격화됐다.

유전체 진단 전문기업인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대표 박희경)는 13일 2023 한국바이오칩학회 동계심포지엄에서 ‘정밀의학을 위한 유전체 및 후성 유전체 기반 전략’을 주제로 한국인의 노화 속도와 건강관리 효과를 측정하는 ‘K-AgingIndex™’(KAI™)를 선보였다.

KAI는 후성 유전체 시계로 한국인 1만5000개의 생물학적 검체에서 도출한 후성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딥러닝을 통해 노화 정도를 평가하고 생활 습관 변화가 노화 속도 지연과 건강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다.

후성 유전체 시계는 게놈의 여러 다른 염색체와 유전자에서 DNA 메틸화(methylation) 수준을 측정해 나이를 예측하는 수학적 모델이다.

DNA 메틸화는 메틸기가 DNA 분자에 화학적 공유결합한 것으로 DNA 기저 염기서열을 바꾸지 않고도 유전자의 기능을 수정할 수 있다. DNA 메틸화는 누적된 생활 습관과 환경의 요인에 의해 진행된다. 안정적인 유전자 표현형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에 암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고 거꾸로 질병 발생을 막을 수도 있다.

후성유전학 시계는 DNA 메틸화를 비롯한 여러 바이오마커를 정상인과 비교·분석해 과거 시점과의 추적 분석을 통해 세포, 조직, 장기의 나이를 추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박희경 대표는 “시선바이오는 2019년부터 유력한 후성 유전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라며 “이 과정에서 확립된 진단 기술을 활용해 질병의 조기진단, 치료 예후 예측, 건강 상태, 노화 가속 등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KAI가 만들어졌다”라고 말했다.

KAI에는 405개의 노화 관련 후성 유전체 바이오마커가 담겨 있다. 이 중 341개는 이미 기존 연구를 통해 확립된 것이다. 64개는 시선바이오가 자체 발굴했다.

KAI 바이오마커는 현재의 건강 상태 지표를 말해준다. KAI가 예측한 나이가 법적 나이보다 많게 산출되면 노화 진행 속도가 빠르고 반대로 적게 나오면 건강관리가 잘 돼 노화 진행 속도가 느리다고 판단할 수 있다.

시선바이오가 선정한 바이오마커의 다양성과 노화 예측 정확도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해외에서도 개발이 활발하다. 미국의 자이모리서치는 타액 표본을 이용한 DNA 메틸화 분석 기술을 개발해 현재 노화 속도를 예측하는 myDNAge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벌리웰(EverlyWell)도 비슷한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후성유전학 시계를 활용해 현재의 건강 상태, 질병 발생 가능성, 치료 결과의 예측 등을 확인해주고 개인 맞춤형 운동치료, 식이요법, 명상, 의료서비스, 건강기능식품 등 건강관리 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NAD 클리닉과 40개국에 1만여명의 의사 회원을 두고 있는 영양유전체학 전문기업인 영국의 뉴트리제노믹스(Nutrigenomix) 등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시선바이오는 DNA를 추출·치환·고정하는 화학물질로 바이 설파이트(Bisulfite)를 쓰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이 물질을 쓰지 않는 전(前) 처리 과정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 바이설파이트 전처리는 DNA 가 손상되고 정확도와 재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독자적으로 개발한 Epi-sPNA는 안정성이 높은 PNA(인조 DNA)에 메틸화된 C(시토신)와 선택적인 소수성 결합을 하는 특수 작용기를 붙인 것으로 가장 흔하게 DNA 메틸레이션이 일어나는 C-G(시토신-구아닌)간 서열에서 얼마나 많은 메틸화가 이뤄졌는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회사는 작년 5월부터 서울대 의대와 연구협약을 맺고 후성 유전체 기반 정밀 의료 구축을 위한 초기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중 암 진단 및 약물 반응성 예측 검사법(Epi-TOP MPP Assay Panel)과 린치 증후군 고위험군 선별검사법(Epi-TOP mMLH1 detection kit) 등 후성 유전체 기반 진단법도 한창 개발 중이다.

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에 항암제인 테모졸로미드가 환자에게 적합한지 미리 판단해주는 ‘Epi-TOP mMGMT Detection Kit’는 2021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체외 진단 3등급 허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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