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도 97%… ‘개 코’로 코로나 감염 여부 알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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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속의 유기화합물 냄새로 탐지
신속 검사 필요한 분야 활용 기대

의료탐지견이 후각 훈련을 받고 있다. 훈련을 받은 의료탐지견은 사람 땀 냄새를 맡아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높은 정확도로 판별하는 데 성공했다.  플로스원 제공
의료탐지견이 후각 훈련을 받고 있다. 훈련을 받은 의료탐지견은 사람 땀 냄새를 맡아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높은 정확도로 판별하는 데 성공했다. 플로스원 제공
프랑스 파리 에스트대와 파리대 네케르앙팡말라데스병원 연구진이 개를 훈련시켜 사람 땀 냄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진짜 감염자들을 양성으로 분별하는 정확도가 9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신속한 검사가 필요한 공항이나 대규모 공연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개의 후각은 사람보다 1만 배 이상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이나 군이 실종된 사람을 찾는 수색 업무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질병을 탐지하는 데도 개의 후각이 활용된다. 2019년 미국 레이크이리대 연구팀은 사냥개인 비글 4마리를 8주간 훈련시킨 결과 폐암 환자의 혈청 냄새를 96.7%의 정확도로 구별했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이보다 앞서 2018년 영국에서는 훈련받지 않은 반려견이 주인의 유방암을 미리 알아낸 사례도 있다. 이 반려견은 6주 동안 주인의 오른쪽 가슴을 누르고 냄새를 맡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이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의료탐지견이 각종 질환을 구별할 수 있는 이유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들이 생성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개는 각각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을 후각으로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연구진은 땀에 섞여 배출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을 개가 인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두 곳에서 335명의 땀 샘플을 수집해 프랑스 소방청과 아랍에미리트(UAE) 내무부에 소속된 개들을 훈련시켰다. 땀 샘플은 지원자들의 겨드랑이, 목 뒤, 마스크 등에서 수집됐다. 기존에 일반적인 후각 훈련을 받은 개들은 3주, 후각 훈련을 받지 않은 개들은 5∼6주에 걸쳐 훈련을 진행했다. 개들은 코로나19 감염을 인지할 경우 제자리에 앉도록 훈련을 받았다.

훈련을 마친 개들은 유전자 증폭(PCR, 종합효소연쇄반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을 97%의 정확도로 찾아냈다. 무증상이지만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을 100% 정확하게 찾아냈다.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경우 91%의 정확도로 음성으로 인식했다. 연구팀은 PCR 검사와 비교해 양성을 판별하는 정확도가 조금 높고, 음성 판별은 조금 낮았다고 설명했다.

개를 이용한 코로나19 탐지는 신속하고 간단한 검사가 필요한 곳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학교처럼 다수가 일괄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곳이나,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처럼 검사하기 어려운 환자들을 검사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연구진은 개를 훈련시키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고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유일한 단점으로 꼽았다.

연구팀은 “의료탐지견을 활용한 검사는 사람 몸에 기구를 넣지 않아도 되고 신뢰도가 높으며 검사 결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의료탐지견이 공항, 항구, 기차역, 스포츠 행사에서도 코로나19 감염을 구별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1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됐다.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ios@donga.com
#개 코#코로나19#의료탐지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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