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상황, 정신력보다 체력 더 중요한 이유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기자 입력 2021-10-23 14:00수정 2021-10-2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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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으로 ‘인생역전’한 유영만 교육공학과 교수
유영만 교수가 웨이트트레이닝 덤벨 프레스를 하고 있다. 성남=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런 ‘인생역전’이 따로 없다. 사회생활하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너무 공부에만 매진하다 과로로 쓰러졌다.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한 뒤 평생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교육학을 전공했는데 체육과 출신보다 더 열심히 체력단련에 집중한다. 수업과 강의, 방송에서 운동의 중요성을 알리는데도 열성적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58) 얘기다.

“1991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박사과정시절이었습니다. 짧은 영어로 따라가다 보니 잠을 줄여가며 공부에 매진해야 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과로로 쓰러졌습니다. 그때 체득했습니다. 뇌력을 발휘하려면 체력이 먼저 돼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생존 차원에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스포츠 왕국 미국 대학은 체육시설이 좋았다. 유 교수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도 키우고 걷고 달리는 유산소 운동을 병행했다. 몸이 건강해지자 공부도 더 잘 됐다. 유 교수의 경험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운동을 하면 뇌신경 성장 인자인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생성돼 두뇌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물들이 많다. 운동은 우울증과 치매도 예방한다. 유 교수는 “몸은 나의 중심이다. 근간을 이루는 몸이 무너지면 모든 감성과 지성, 그리고 영성이 무너진다. 몸이 바로 서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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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만 교수가 경기 성남 정자동 자택 아파트 피트니스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 스쾃을 하고 있다. “환갑에 허벅지 둘레 60cm를 만드는 게 목표”라는 그는 미국 유학시절 공부에 매진하다 쓰러진 뒤 건강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평생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성남=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한 뒤부터 유 교수의 하루는 운동으로 시작된다. 올 1년은 연구년이라 좀 여유 있게 시작하지만 평소엔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간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 땀을 흘린 뒤 학교로 넘어간다. 무산소 근력운동과 유산소 달리기 걷기를 혼합해서 운동한다. 하루를 웨이트트레이닝에 중점을 둔다면 다음 날은 달리고 걷기에 집중하는 식이다.

유 교수도 처음엔 뇌력이 먼저 인줄 알았다. 수도공고를 졸업한 그는 취업해 2년 사회상활 하다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고시에 합격한 체험수기를 본 뒤 인생 역전이라는 게 이런 것을 느끼며 법대에 진학하려고 했다. 그런데 교육공학과에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석사와 박사과정을 하며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다 쓰러진 뒤에야 신체건강의 중요성을 체득한 것이다.

“정신 나간 사람은 정신력으로 극복하려고 하고, 제 정신인 사람은 체력으로 극복합니다. 극한 상황에서 머리는 절대 몸을 통제하지 못합니다. 정신력이 아닌 체력이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유영만 교수가 경기 성남 정자동 자택 아파트 피트니스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 암컬을 하고 있다. 그는 미국 유학시절 공부에 매진하다 쓰러진 뒤 건강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평생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성남=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유 교수는 2015년 해발 5895m 킬리만자로에 오를 때 다시 체력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는 “산을 오를수록 기온이 떨어지고 체력도 떨어져 더 이상 못 움직일 것 같은 극한 상황이 왔다. 머리로는 가자고 하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난 체력이 있어 극복할 수 있었다. 체력이 바닥난 사람은 포기해야 했다. 체력이 없으면 몸은 머리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진국 미국은 체덕지(體德智)를 강조합니다. 지덕체(智德體)를 앞세우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어요. 우리가 살아갈 가장 중요한 기본인 몸을 안 움직이며 머리로만 공부해선 창의적인 인재가 될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세계적인 리더와 창의적 인재가 많이 나오는 배경에 체덕지가 있습니다.”

유영만 교수가 트레드밀 위에서 빠르게 걷고 있다. 사하라사막마라톤에 도전했고 마라톤 풀코스도 5회 완주한 그는 “무릎을 위해 달리기 대신 속보를 하고 있다. 운동효과는 속보가 더 좋다”고 말했다. 성남=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유 교수는 모든 학생을 ‘공부 선수’로 만드는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에 비판적이다. 그는 “무엇을 하려면 실행을 해야 한다. 몸이 부실하면 실행력이 떨어진다. 실력은 실행력의 줄임말이다. 결국 체력이 실력이 된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생활화해야 실행력이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2018년 체인지(體仁智)란 책을 썼다. 체덕지와 비슷한 개념으로 직접 체험하고 공감하며 실천하는 게 진짜 지성이라는 뜻이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어야(Change) 한다는 뜻도 담고 있다. 그는 “운동하면 행동하는 것이다. 내가 움직인 만큼 세상을 보는 프레임이 바뀐다”고 했다.

“운동하는 사람은 정신 건강도 좋아요. 머리는 거짓말 하지만 몸과 감정은 거짓말 하지 않아요. 몸을 움직이면 그 느낌이 가슴을 거쳐 머리로 올라갑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뇌만 때리고 있습니다. 몸으로 느끼고 가슴에 온 게 없으니 손발을 안 움직입니다. 실천이 없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죠.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을 체덕지 위주로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유 교수는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영만 교수가 웨이트트레이닝 렛풀다운을 하고 있다. 성남=이훈구 기자 ufo@dogna.com
“오늘 사용한 동사가 얼마나 다양하느냐가 행복을 결정합니다. 매일 ‘오늘도 수학 영어 공부했다. 회사에 갔다, 친구를 만났다’ 등 틀어박힌 동사를 사용하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아요. 일상을 바꾸는 것은 자신의 움직임을 바꾸는 것입니다. 어제 안했던 운동을 해보고 산에도 오르고, 자전거도 타고 등 어제와 다른 행동을 해야 합니다. 오늘 얼마나 많은 감탄사를 연발했으냐가 행복의 기준입니다. 신체를 움직이면 그게 곧 행복입니다.”

실행력을 키우는 교육을 강조하는 배경엔 유 교수의 지식생태학적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지식생태학자를 자처한다.

“평범한 대학교수보다 개인의 정체성을 알리는 퍼스널 브랜딩 차원에서 자칭한 것입니다. 지식생태학자는 생명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면서 경쟁과 협조를 통해 어떻게 거대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지를 관찰합니다. 그리고 통찰을 통해 사람의 생각과 조직을 변화시키는 원리를 연구합니다. 예들 들면 지식생태학자는 화초와 잡초를 비교해서 비닐하우스가 날아가면 죽을 수밖에 없는 나약한 화초형 인재보다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면서 야생에서 자생력을 기르는 잡초형 인재를 육성하자는 주장합니다.”

유영만 교수가 2015년 킬리만자로에 올랐을 때 모습. 유영만 교수 제공.
유 교수는 지식생태학에 대해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지식생태학자는 갓 잡은 명태를 지칭하는 생태(生太)를 연구하지 않고, 생물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과 그들 간의 관계를 지칭하는 생태(生態)를 연구합니다. 물론 명태의 싱싱한 생태도 연구하고 겨울에 얼린 동태도 연구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생태는 명태의 다른 이름인 생태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양태를 지칭하는 생태(生態)입니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지식생태학은 자연 생태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관계맺음이 일어나는 사회생태입니다. 기존 학습관과 지식관을 비판적으로 분석, 대안적인 관점과 접근논리를 제시하려는 근원적인 생태학적 대안입니다. 지식생태학은 자연 그대로의 생태가 아닌 인간의 의도성과 목적성이 담긴 지식생태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지식과 생태라는 익숙한 개념이 만나 지식생태라는 낯선 생태가 탄생한 것이죠. 지식생태학의 탐구여정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나 공동체를 지식생태계로 조성하는 과정, 우리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지식생태계를 다 함께 디자인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묻고 대답하며 깨달아가는 집단적 성찰의 과정입니다.”

유 교수는 운동하고, 책 읽고, 책 쓰는 것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쓴 책만 번역서를 포함해 90권이 넘는다. 연구 논문도 다른 교수들에 비해 10배는 많다. 체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올 초에는 ‘부자의 1원칙, 몸에 투자하라’를 썼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을 잃으면 소용이 없다며 운동을 강조한 책이다. 그는 “돈도 체력이 있어야 번다. 재테크는 실패할 수 있지만 근(筋)테크는 절대 실패할 수 없다. 돈 번 뒤 병원에 누워 있으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했다.

유영만 교수가 2012년 250km를 질주하는 사하라사막마라톤에 도전했을 때 모습. 유영만 교수 제공.
유 교수는 다양한 도전도 이어가고 있다. 2012년 7일간 250km를 달리는 사하라사막마라톤에도 도전했다. 사하라 등 세계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국내 최초로 달성한 ‘오지레이서’ 유지성 OSK 대표(50)와 함께 참가했다. 비록 120km지점에서 포기했지만 유 대표와 ‘울고 싶을 땐 사하라로 떠나라’란 책도 썼다. 마라톤 42.195km 풀코스도 5번 완주했다. 마라톤 계속 하다보니 무릎에 무리가 가는 것 같아 이젠 달리지 않고 속보로 걷고 있다. “운동효과는 달리기보다 속보가 더 효과적이다”고 했다. 올 6월부터는 자전거로 전국 일주도 시작했다.

유영만 교수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다 자전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유영만 교수 제공.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국토 종주를 다녀왔어요. 자전거 타기는 또 다른 매력을 주더군요. 먼저 오르막 내리막을 달리기 때문에 유산소 무산소 운동이 함께 되는 효율적인 스포츠입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잘 갖춰진 자전거길이 너무 아름다워요. 자전거 타기는 움직이는 인생학교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순간 모든 사물이 제게 말을 걸어옵니다. 바람도 하늘도 강도 나무도…. 자전거 타기는 자연의 협주곡을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한편의 시라고 할까요? 제가 자전거 타는 시인이 된 기분입니다.”

유 교수는 자전거 인문학이란 책도 준비하고 있다. 4대강 1857km, 동해안해안도로, 제주 둘레길 등 국토완주을 하면서 느낀 점을 책에 담을 계획이다.

운동 습관은 어떻게 들여야 할까?

유영만 교수가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다 잠시 멈춰 포즈를 취했다. 올 6월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유 교수는 “자전거는 유산소 무산소 운동이 되는 효율적인 스포츠다. 그리고 타고 나가는 순간 세상이 바뀐다. 나와 자연이 하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영만 교수 제공.
“우리가 밥은 매일 먹죠. 안 먹으면 죽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된 거죠. 어떻게 보면 운동은 안 해도 죽진 않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등한시하죠. 하지만 운동을 해야 삶의 질이 좋아집니다. 삶을 보는 프레임도 바뀝니다. 밥 먹듯 매일 운동해야 합니다.”

유 교수는 운동은 새벽에 해야 효과적이며 알람이 울리자마자 1초안에 일어나 나가야 실천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운동을 점심, 저녁 때하면 변수가 너무 많아집니다. 갑자기 없던 약속이 생기도 하고, 회의가 잡히기도 하고. 새벽에 하면 그런 변수가 사라지죠. 그리고 알람 3개를 맞춰놓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바로 일어나지 않으면 바로 ‘운동을 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머리를 맴돕니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오래 생각하면 행동은 미뤄지는 법입니다.”

유 교수는 “100세 시대의 화두는 건강과 행복이다. 과거 50대에 정년이었다. 이젠 5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신체성, 즉 건강이 확보돼야 100세까지 즐겁게 살 수 있다.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재차 강조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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