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잘 보낼 에너지 생겨” 못 말리는 의사의 배구 사랑

김상훈기자 입력 2021-08-06 11:12수정 2021-08-06 11:34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
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30년 가까이 배구로 체력을 다진 ‘배구 예찬론자’다. 정 교수가 병원 내 실내체육관에서 배구 서브를 하고 있다. 사진 촬영은 방역수칙을 지키며 진행했다.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활약이 눈부시다. 8강을 넘어 4강에까지 오르자 누구보다 환호성을 내지른 의사가 있다. 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49)다.

정 교수는 ‘배구 예찬론자’다. 그는 의대 본과 1학년이었던 1993년 배구동아리에 가입한 이후 30년 동안 배구에 빠져 살고 있다. 어떤 점에 끌린 걸까. 정 교수는 “배구는 혼자 잘 한다고 되는 운동이 아니다.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동하고 각자 맡은 역할을 이행할 때 최고의 성과가 나오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그의 아내도 배구 선수 출신이다. 대학 시절 배구동아리 경기에 참가했을 때다. 현역 대학선수들이 시범경기를 펼쳤는데 아내가 그 팀에 있었다. 한눈에 반했다고 한다. 1년 동안 아내를 쫓아다녀 연인이 됐고,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정 교수는 부정맥 분야에서 외과적 수술과 내과적 시술을 병행한 ‘하이브리드’ 치료를 국내에 도입한 베스트 닥터다. 심한 부정맥을 수술하려면 가슴을 열고 심장을 멈춰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때문에 내과적 치료만 할 경우 정상 박동을 회복하는 비율은 55~70%였다. 정 교수는 하이브리드 치료를 통해 이 비율을 93%로 올렸다.

주요기사
● “배구는 나의 운명”



정 교수는 요즘도 체력에서는 웬만한 사람에 밀리지 않는다. 그 뿌리가 의대 배구동아리라고 했다.

당시 동아리에서는 주말마다 훈련했다. 브라질과 일본에서 배구를 했다는 교포 선배들이 훈련 프로그램을 짰다. 공 좀 치고 즐기는 수준이 아니었다. 달리기, 팔굽혀 펴기와 같은 기초체력 훈련만 3시간 했다. 서브 리시브는 1000회 이상 받아내야 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훈련은 오후 8시가 돼서야 끝났다. 독한 훈련 결과 체력이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정 교수는 당시 사진을 보여주며 “저때는 온몸이 근육질이었다”며 웃었다.

힘든 데도 즐거웠다. 레지던트 과정을 밟을 때는 주말에 딱 하루만 쉬었다. 하루 사이에 밀린 빨래며 청소를 끝내고 휴식도 취해야 한다. 하루가 짧은데도 정 교수는 동아리로 향했다. 2, 3시간 동안 배구를 즐기고 나면 새로운 일주일을 보낼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았다.

전문의를 따고 난 후에는 사회인 배구동호회에 가입했다. 매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3시간 동안 배구를 했다. 때로는 훈련을 하고 때로는 경기를 했다. 돌이켜보니 배구 경력이 어느덧 28년째다.

● 탁구에도 심취, 이명 증세 개선 효과


정 교수는 탁구 실력도 수준급이다.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1999년 탁구를 시작했으니 20년이 넘었다.

당시 주로 군 동료들과 탁구를 즐겼다. 유독 한 동료가 약을 살살 올렸는데, 그에게만은 이길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승부욕이 없던 정 교수였지만 그 동료만큼은 이기고 싶었다. 2년 동안 퇴근한 뒤 전문 강사에게 레슨을 받았다. 가급적 ‘매일 20분 레슨, 40분 훈련’을 지켰다. 제대하기 얼마 전 정 교수는 마침내 그 동료를 꺾었다. 그 짜릿함이란 말할 수도 없었다.

이후 정 교수는 탁구동호회에 가입했다. 주말엔 배구, 주중엔 탁구를 즐겼다. 정 교수는 “그래도 내게 주력 종목은 영원히 배구”라며 웃었다.

그래도 탁구 덕을 본 적이 있다. 펠로 과정을 밟던 때였다. 갑자기 귀에서 소리가 맴돌았다. 이명(耳鳴)이었다. 소리가 워낙 커서 3일 동안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정 교수는 몸을 피곤하게 만들면 잠이 올지도 모른다며 근처 탁구장에 들어갔다.

탁구장에 있던 ‘고수’들과 몇 게임 하고 나니 증세가 나아졌다. 사실 이명은 완치가 쉽지 않다. 민감도를 낮추고 증세를 완화하는 게 최선이다. 정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이명 환자 카페에 올리기도 했다. 이후 몇몇 카페 회원들이 정 교수를 따라 탁구를 통해 증세 개선 효과를 봤다는 글을 올렸다. 꽤 뿌듯했단다.

● 요즘엔 걷고 뛰기로 체력단련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거리 두기가 시행됐다. 이후 배구동호회와 탁구동호회 모두 활동을 잠시 접었다. 배구는 1년 반, 탁구는 1년 정도 하지 못하고 있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 체력이 떨어졌다. 보통 수술 시간은 6시간 내외다. 예전에는 수술이 끝날 때까지 큰 문제가 없었다. 운동을 중단한 후로는 집중력이 크게 떨어졌다. 대안이 필요했다. 정 교수는 걷기를 선택했다. 지난해 9월 일이다.

그때부터 매주 3일은 반드시 걸어 출퇴근했다. 집이 있는 반포에서 병원까지는 대략 15㎞. 처음에는 2시간 반이 걸렸다. 어느 정도 능숙해지자 달리기를 추가했다. 걷기와 뛰기를 조합하니 시간은 1시간 50분까지로 줄었다. 왕복으로 계산하자면 일주일에 3회는 30㎞를 걷거나 뛰는 셈이다.

정 교수는 요즘에도 평일 중 하루, 주말엔 이틀을 이런 식으로 출퇴근한다. 주말 휴일까지 병원에 가는 이유가 있다. 수술이 대개 금요일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환자 상태를 체크하려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병원에 가야 한다. 이 때문에 정 교수는 골프를 하지 않는다. 교외로 나갔다가 응급 환자 콜이 오면 대처하기 어렵다.

정 교수는 연구실에서도 몇몇 장비를 놓고 운동한다. 건강검진 결과로 보면 혈압, 당뇨 수치, 콜레스테롤 수치 모두 정상이다. 필요 이상으로 운동을 많이 하는 건 아닐까.

일단 체력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게 정 교수의 생각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다시 배구를 즐길 수 있는 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꾸준히 체력을 키워놔야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못 말리는 배구 사랑이다.




정동섭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평소 하체 근력을 강조한다. 그래야 운동도 제대로 즐길 수 있고 체력 소모가 많은 일에도 끄떡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세 가지 운동법을 추천했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 아킬레스건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데 효과가 좋다.

①의자 위로 점프하기

의자 혹은 의자 높이 물건을 앞에 둔다. 의자를 사용할 경우 벽에 바짝 붙여야 미끄러짐을 방지할 수 있다. 이어 바닥에서 의자 위로 점프한다. 점프할 때는 무릎을 가급적 들어올리는 게 좋다. 엉덩이는 아래로 처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5회 3세트.




②옆으로 장애물 뛰어넘기

장애물과 10㎝ 정도 거리를 두고 선다. 정면을 본 상태에서 높이 뛰어 장애물 건너편으로 이동한다. 높이 뛸수록 좋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높이가 낮은 장애물을 둬도 된다. 그것도 부담이 된다면 신문지 같은 것을 놓고 해도 된다. 20회 3세트.




③받침대 놓고 제자리 달리기

20~30㎝ 높이의 받침대를 앞에 놓고 제자리 달리기 하듯 두 발을 번갈아 달린다. 양팔은 자연스럽게 허리춤에 놓으면 된다. 이때 발목이 흔들리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높이 뛸 필요는 없다. 100회 이상을 쉬지 않고 하는 게 좋다. 하루 3회 반복.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