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치료제 ‘오시머티닙’ 사용시 4기 폐암 환자도 3년 이상 생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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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인터뷰

안진석 교수
안진석 교수
《우리나라 사망률 1위 폐암은 치료가 까다롭고 예후가 불량해 ‘암 중의 암’으로 불린다. 수술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는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전이가 이미 발생한 4기 폐암 환자도 40% 이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빈번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1, 2차 치료제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 오시머티닙(성분명)이 등장해 폐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는 글로벌 3상 임상 및 환자 데이터를 통해 입증됐다. 안진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에게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홍은심 의학기자=비소세포폐암이 무엇인가.

▽안진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폐암의 한 종류다. 어떤 것들은 생긴 것을 보고 종류가 다르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암도 모양에 따라 성질이 다르고 치료법도 다르다. 소세포폐암은 말 그대로 세포 크기가 작은 암이다. 진행이 빠르고 진단 당시 이미 전이가 돼 있는 경우가 많다. 항암 치료에 일시적으로 반응 효과가 좋은 특징을 가진다. 전체 폐암의 10∼15%가 소세포폐암이다. 반면 세포의 크기가 작지 않은 암을 비소세포폐암이라고 한다. 비소세포폐암이 전체 폐암의 80∼85%를 차지하기 때문에 좁은 의미에서 비소세포폐암을 폐암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홍 기자=비소세포폐암의 일반적 치료 방법은 무엇인가.

▽안 교수=대부분의 다른 암과 비슷하게 조기에 발견되면 수술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조금 더 진행됐을 땐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병행한다. 더 많이 진행된 원격 전이는 항암치료를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이는 다른 고형 종양과 거의 유사한 치료법이다.

▽홍 기자=오시머티닙은 어떤 폐암, 병기에서 사용이 되는가.

▽안 교수=모든 약제의 개발은 질병이 많이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오시머티닙도 처음에 원격 전이가 있는 4기 폐암 환자의 효과를 검증하고 2차, 1차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수술 후 재발 방지 목적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데이터가 보고됐다.

▽홍 기자=오시머티닙의 기전은 무엇인가.

▽안 교수=오시머티닙을 얘기하자면 게피티니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게피티니브는 EGFR라고 하는 특정 단백질을 공격하는 치료제다. 그런데 게피티니브의 기전을 살펴보면 EGFR라는 물질이 많이 발현된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EGFR에 특정한 돌연변이가 있으면 암세포가 해당 단백질에 의존해 생존하고, 특정 돌연변이를 차단하면 암세포가 쉽게 죽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게피티니브로 어떤 특정 유전자에 이상이 있고 해당 유전자에 암세포가 의존하는 것을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다만 게피티니브는 EGFR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굉장히 좋은 효과를 보지만 안타깝게도 일정 시간, 약 10개월 정도 지나면 50∼60% 환자에서 T790M이라는 또 다른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이때 좋은 약이 없었다.

오시머티닙은 EGFR T790M 돌연변이에도 작용하는 약으로 개발이 됐다. 게피티니브 치료로 내성이 생기더라도 오시머티닙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어 환자들에게는 다시 치료 기회가 생긴 것이다. 다만 오시머티닙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긴다.

▽홍 기자=오시머티닙은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에게만 사용되는가.

▽안 교수=EGFR 돌연변이는 한국인을 포함 동아시아인에서 많이 발생한다. 서양인은 약 15%에서 발견되는데 한국인의 경우 약 40%에서 EGFR 돌연변이가 관찰된다. 따라서 오시머티닙과 같은 EGFR 돌연변이 표적치료제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이 많이 혜택을 본다고 할 수 있다.

오시머티닙을 1차 약제로 사용하면 약물의 지속 기간이 훨씬 더 오래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게피티니브의 무진행 생존 기간이 10개월 정도인 데 비해 오시머티닙의 경우 대략 18개월 정도 무진행 생존 기간을 보였다. 전체 생존 기간도 차이가 난다. 따라서 처음부터 오시머티닙을 쓰는 게 좋은 건 맞다. 다만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EGFR 돌연변이 치료제로 내성이 발생하면 생존 기간을 얼마나 늘리느냐가 관건인데 오시머티닙을 썼을 때와 쓰지 않았을 때 현저한 차이가 난다. 기존 항암제를 썼을 때 4기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은 1년 정도지만 EGFR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오시머티닙과 같은 약제를 쓰면 4기 폐암 환자라도 3∼4년을 생존한다.

▽홍 기자=EGFR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뇌 전이가 많이 발생하는가.

▽안 교수=EGFR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치료 도중 뇌 전이가 발생한다. 어떻게 보면 과거에는 폐암 환자에서 뇌 전이가 생기기 전에 사망했다. 문제는 뇌로 전이가 되면 편마비, 어지럼증, 두통 등이 동반돼 삶의 질이 상당히 훼손된다는 거다. 현재까지 약제들은 뇌 전이에 잘 듣지 않았으나 오시머티닙은 뇌 전이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뇌로 전이된 암이 줄어든다.

▽홍 기자=오시머티닙의 부작용은….

▽안 교수=기존 약제보다 부작용이 적다. 보통 EGFR 돌연변이 표적치료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피부 건조, 발진, 구내염, 설사 등이다. EGFR가 피부 점막에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시머티닙은 기존 약제보다 부작용이 훨씬 적다. 1, 2세대 표적치료제들은 정상적인 세포에 있는 EGFR를 어느 정도 공격하는 반면 오시머티닙과 같은 3세대 약제는 돌연변이가 있는 세포에만 선택적 작용을 한다.

▽홍 기자=당부 말씀이 있다면….

▽안 교수=10∼20년 사이에 생존율, 치료 효과 측면에서 가장 많이 발전한 암이 폐암이다.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다. 유방암의 경우 95%는 수술 가능한 상태에서 발견되는데 아마 환자 수가 많아서 그럴 것이다. 어쨌든 유방암의 경우 보통은 다 생존한다. 그것과 비교하면 폐암은 조금 우울하다. 하지만 20년 전 폐암 생존율이 10%도 안 됐다는 것을 상기하면 생존 기간 측면에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폐암은 예방이 먼저다. 금연하고 미세먼지를 피하고 환기도 잘해야 한다. 꾸준히 운동하고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흡연자라면 정기적으로 검진해야 한다. 폐암에 걸렸을 때는 의료진과 상의해 좋은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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