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건강이 곧 정신건강…자전거로 갱년기 극복”[양종구의 100세 건강]

양종구 기자 입력 2021-06-05 14:02수정 2021-06-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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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말 무작정 산악자전거(MTB)를 샀다. 그해 초부터 불거진 크고 작은 일로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황현실 씨(52)는 자전거 타며 갱년기를 슬기롭게 보낸 뒤 자전거 마니아이자 전도사로 거듭났다.

황현실 씨가 서울 한강뚝섬공원에서 사이클을 타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결혼하기 전에는 다양한 운동을 했는데 아이 낳은 뒤 일하고 살림하느라 바빠서 잊고 살았죠. 출산 후유증으로 허리 디스크가 생겨 통증 억제 수단으로 헬스클럽에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기본적인 건강만 챙기는 수준이었어요. 가까운 사람들과의 갈등 등으로 너무 힘들어 돌파구를 찾았죠. 처녀 때처럼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할 때 자전거 붐이 한창 일고 있었어요. 평생 자전거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해 MTB를 샀습니다.”

도로 사이클은 바퀴가 가늘어 위험하다는 생각에 MTB를 구입했다. 자전거 교실을 찾아 배울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무작정 혼자 자전거에 올랐다. 브레이크와 기어도 구분하지 못해 숱하게 넘어지면서 타는 법을 익혔다. MTB를 1년 정도 탄 뒤 도로 사이클로 바꿨다. 사이클이 날렵하고 자세도 잘 나온다. 최근 젊은층들이 사이클로 몰리는데 사이클 타는 멋진 모습의 사진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고 싶은 욕구 때문인 측면도 있다. 사실 황 씨도 처음부터 사이클 타고 싶었지만 안전을 위해서 MTB를 택했던 것이다.

황현실 씨가 서울 한강뚝섬공원에서 사이클을 타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솔직히 처음부터 사이클을 타고 싶었어요. MTB는 나이 좀 들거나 어린 아이들이 주로 타죠. 사이클을 타야 속된 말로 ‘간지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MTB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사이클을 타고 싶어 바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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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신세계였다. 페달만 밟으면 가고 싶은 곳을 다 갈 수 있었다. 50km, 100km 거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는 볼 수 없는 풍광도 감상할 수 있다.

“디테일이 살아있다고 할까요. 오롯이 내 두발로 페달만 밟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요. 가다 냇가가 나오면 들고 건너서 가도 되고, 가다 힘들면 쉬고, 여기저기 유명한 맛 집도 찾아다니고…. 너무 좋았어요.”

황현실 씨가 서울 한강뚝섬공원에서 사이클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이클을 타다보면 다양한 상황에서 사이클을 들고 이동한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사실 허리가 좋지 않아 자전거 타는 것을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허벅지와 복근 등배근육 등 코어 근육을 많이 써 오히려 허리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됐다.

“2017년 8월 저혈압으로 쓰러진 적이 있었어요. 운동을 시작했지만 스트레스가 가중되다보니 기절을 했죠. 방문 고리에 부딪혀 왼쪽 눈 근처에 큰 상처가 나 유혈이 낭자했었죠. 당시 피가 흐리지 않았다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었다고 해요. 그 때부터 건강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2018년부터 등산도 즐겼다. 불교 신자라 평소 사찰에 가기 위해 산행도 많이 했는데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어울리다 등산에도 빠지게 됐다. 자전거 동무들이 산악회 회원들이라 자주 산을 찾게 된 것이다. 산악회 정기 등산보다는 맘 맞는 회원들과의 산행을 즐겼다.

황현실 씨가 산행 중 포즈를 취했다. 그는 코로나 19가 확산되기 전엔 산행도 자주 했다. 황현실 씨 제공.

“서울 근처에 산이 많잖아요. 그냥 시간 되면 북악산에 올라 인왕산 찍고 오거나, 북한산 일부 구간을 걸어요. 짧고 굵게 산행하는 것을 좋아해요. 하루 종일 타고 막걸리 마시는 분위기는 싫어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되면서는 산행보다는 사이클에 집중하고 있다. 교육업을 하고 있는 황 씨는 주 3~4회 사이클을 탄다. 주중엔 서울 한강으로 나가 50~60km를 달린다. 주말엔 경기 양평 등 수도권 명소를 찾아 100km 이상 질주한다. 페달을 힘차게 밟아 거친 숨소리와 함께 이마에 땀이 맺히는 만큼 쌓인 정신적 스트레스는 날아갔다.

황현실 씨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날렸고 갱년기도 슬기롭게 넘기고 있다. 황현실 씨 제공.

올 3월부터는 자전거 교육 및 콘텐츠 사업을 하는 케이벨로(kvelo. www.kvelo.co.kr)를 찾아 제대로 자전거를 공부하고 있다. 황 씨는 “사이클을 제대로 타려면 클릿슈즈를 신어야 한다. 페달과 슈즈를 연결해주는 클릿을 넣고 빼는 것은 혼자 배우기 힘들어서 케이벨로를 찾았다. 클릿슈즈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유튜브를 보고 인터넷 검색도 해봤는데 케이벨로가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당초 클릿슈즈 사용법만 배우려했는데 자전거 안전의 기본까지 배우며 또 다른 즐거움을 얻었다. 그는 “솔직히 독학으로 자전거를 배우다보니 상황에 따라 불안한 측면이 있었는데 안전수칙을 배우고 나니 심적으로 안정이 됐고 안 보이던 풍경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전거교실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에도 있고 구청별로 개설한 곳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몰라 이용률이 높진 않다. 케이벨로는 수준별 자전거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황현실 씨가 북악산 북악팔각정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북학산은 업힐라이딩 명소다. 황현실 씨 제공.

황 씨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안전하다고 알려진 자전거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가 많다”고 했다. 헬멧 등 기본 장비를 갖추지 않는 것은 물론 한손에 휴대폰을 들고 따릉이를 타거나, 연인끼리 두 줄로 타다 반대편에서 오는 자전거와 충동사고가 난다. 어르신들은 막걸리 한잔 하고 비틀거리다 넘어지기도 한다. 그는 “운전면허 취득 때 교육시키듯 자전거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 씨는 갱년기를 앞둔 여성들에게 자전거를 권유했다. 그는 “특히 전업주부들의 경우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집안 일만 몰두하다 애들이 성장해 품 밖으로 나가면 허무해지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른다. 이 때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운동을 취미로 가지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신없이 살다 폐경기와 갱년기가 맞물리는 시점에 건강도 챙기며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자전거라는 얘기다. 그는 “자전거를 사야하고 배워야 하는 등 약간의 진입 장벽은 있다. 하지만 취미로 어떤 것을 시작해도 초반엔 투자가 필요하다. 자전거는 한번 투자하면 추가 비용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트레스 받을 때 자전거 타고 신나게 달리면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에너지가 솟는다”고 말했다.

황현실 씨가 사이클을 타며 활짝 웃고 있다. 그는 “내가 선택한 최고의 운동이자 취미가 자전거”라고 말했다. 황현실 씨 제공.

운동생리학적으로 운동을 하면 뇌신경 성장 인자인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생성돼 뇌가 각종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다. 신체 건강이 곧 정신 건강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또 100세 시대에 사이클 같은 운동이 취미가 된다면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황 씨는 결혼하기 전에는 ‘운동 본능’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복싱과 유도 등 격투기도 했고 테니스와 스쿼시, 탁구, 축구, 농구, 배구도 했다. 결혼하면서 생업과 살림 때문에 중단했던 것이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일찌감치 체험했죠. 운동은 심신을 건강하게 해준다는 것을…. 그래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고 그 선택을 자전거로 했는데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다시 운동 본능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8년, 2019년 유방암환자 후원 핑크런 마라톤대회 10km에 출전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올해 열리면 다시 출전할 계획이다.

자전거는 평생 탈 생각이다.

“이제 제 인생을 살 겁니다. 그동안 일과 살림에 치여 제 자신에 대해 투자하지 않았는데 이젠 저를 위해 투자할 겁니다. 이젠 제 인생을 즐길 겁니다. 건강한 취미, 자전거가 있어 행복합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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