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하늘을 나는 택시의 시대, 드론택시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6월 3일 1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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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꽉 막힌 도로 위를 날아가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UAM

몇 년 전부터 미디어에서 ‘드론’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죠. 이제 드론이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은 아마 별로 없을 겁니다. 실제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아도 날아다닐 수 있는 ‘무인항공기’를 일컫는 드론은, 레져용부터 산업용까지 넓은 분야에서 쓰임새를 넓혀가고 있죠.

지난 CES 2017에서 1인 드론 시장을 선보인 eHANG 184 조립 모습, 출처: IT동아
지난 CES 2017에서 1인 드론 시장을 선보인 eHANG 184 조립 모습, 출처: IT동아

그런데 혹시… ‘UAM’이라는 말은 들어 보셨나요? 요즘 드론을 언급할 때 자주 붙어 나오는 단어입니다. UAM은 Urban Air Mobility의 줄임말인데요. 한국어로 번역하면 ‘도심항공교통’을 뜻합니다. 주로 높지 않은 저고도 공중에서 이동하는 도심 이동수단을 의미하죠. 낮게 나는 비행기라고나 할까요? 영화 속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상상한다면 비슷할겁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대표적인 이동수단은 비행기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비행기는 여객기입니다. 날개가 고정되어 있다고 해서 ‘고정익’이라고 부르는데요. 헬리콥터는 돌아가는 날개를 사용해 ‘회전익’이라고 부르죠. 기존 고정익과 회전익은 도심에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고정익은 이착륙을 위해 넓은 활주로가 필요한데, 밀집도가 높은 도심에 활주로 건설은 어렵죠. 회전익은 돌아가는 날개로 발생하는 소음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고층빌딩 가까이 헬리콥터가 날아 다닌다? 어우 상상하기 어렵네요.

위 문제를 해결해야만 도심을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꽉 막힌 도로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거죠.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해 날고, 소음도 적어야 하고… 그래야 구현할 수 있는 것이 UAM입니다.

헬리콥터도 수직 이착륙하지 않나요?

네, 맞습니다. 헬리콥터도 수직 이착륙으로 하늘을 날죠.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시끄럽습니다. 회전하는 날개에서 발생하는 바람도 상당하죠. 소음과 바람 등으로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헬리콥터는 회전날개(로터, Rotor)가 공기를 아래쪽으로 밀어보내면서 비행합니다. 이 때 엄청난 소음이 발생하죠. 헬리콥터 소음을 줄이려는 노력은 지금도 지속 중이고, 실제로도 많이 개선했다지만, 아직 도심에서 대량으로 운용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활용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드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재난치안용 멀티콥터 무인기 MC-3의 모습,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활용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드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재난치안용 멀티콥터 무인기 MC-3의 모습,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UAM은 작은 로터를 여러 개 사용합니다. 드론처럼 말이죠. 로터가 작기 때문에 당연히 소음도 적습니다. 헬기처럼 1~2개가 아니라 최소 4~6개 이상 로터를 사용하는데요. 이로 인해 안정성도 높습니다. 만약 로터 한 개가 정지하더라도 비교적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거든요.

또 다른 차이는 동력에서 나옵니다. 현재 UAM의 가장 대표적인 이동수단은 ‘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입니다. 전기를 사용해 비행하죠.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전기차 소음이 훨씬 적듯, 전기 동력을 이용한 비행 역시 소음 감소에 효과가 있습니다.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어 도심에 더욱 필요하고요.

세계적으로 UAM 개발은 얼마나 진행 중인지 궁금하네요.

국내외 다양한 기업이 UAM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국내 최초로 여의도에서 시범비행을 선보인 중국의 Ehang을 비롯해 미국의 Wisk Aero, Joby Aviation 등 많은 기업이 개발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한화시스템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개발하고 있습니다. 항공업계부터 자동차업계까지 200여 업체가 기체를 개발하거나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죠.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UAM 시장 규모가 2040년 1조 5,00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고요.

서울 한강 위를 날고 있는 Ehang 216, 출처: Ehang 홈페이지
서울 한강 위를 날고 있는 Ehang 216, 출처: Ehang 홈페이지

특히, 많은 국가가 ‘드론택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같은 개념으로 ‘에어택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드론택시는 약 30~50km 거리를 비행하면서, 승용차가 1시간 걸리는 거리를 단 20분만에 도달할 수 있는 빠른 이동서비스를 제공합니다.

200여 업체라니…. 생각보다 많은 업체가 UAM을 개발하고 있군요. 그럼 그 중에서 오늘 살펴볼 곳은 어디인가요?

오늘 소개할 기업은 볼로콥터(Volocopter)입니다. 볼로콥터는 독일의 eVTOL 비행체 개발사로, 지난 2011년부터 꾸준하게 테스트하고 있는데요. 이미 독일, 두바이, 핀란드 헬싱키, 그리고 싱가포르 등에서 시험운행 허가를 받았습니다. 현재까지 진행한 테스트는 1,000번이 넘고요.

볼로콥터의 볼로시티, 출처: 볼로콥터
볼로콥터의 볼로시티, 출처: 볼로콥터

볼로콥터가 개발한 UAM 기체는 ‘볼로시티(VoloCity)’입니다. 2인승으로, 교체할 수 있는 배터리 9개를 탑재하고 있죠. 로터는 무려 18개입니다. 18개 로터 중 12개만 작동해도 운행할 수 있다네요. 최대 속도는 시속 100km 수준이고, 한 번 충전으로 35분을 비행할 수 있습니다.

100개 이상의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주행보조시스템도 갖췄습니다. 이용자가 복잡한 조작방법을 몰라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수 있다네요. 또한, 기존 소형 헬리콥터와 비교해 소음은 1/4 수준이라고 합니다.

많은 기업 중에서 볼로콥터를 소개하는 이유가 있나요?

볼로콥터는 UAM 기업 중에서 다양한 국가에서 비행을 시험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드론택시는 항공과 기타 교통, 안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시험해야 합니다. 규제 승인을 받는 것이 쉽지 않죠. 여러 국가에서 테스트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주변을 날고 있는 볼로시티, 출처: 볼로콥터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주변을 날고 있는 볼로시티, 출처: 볼로콥터

아직 정식 운행하는 항공노선지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볼로콥터는 앞으로 미국과 아시아, 유럽 등에 노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싱가포르와 파리에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고요.

중국과의 파트너십도 강력합니다. 중국의 최대 민영 자동차 기업 지리자동차(吉利·Geely)와 손잡았죠. 지리자동차는 지난 2019년 볼로콥터에 8,700만 유로(한화 약 1,181억 원)를 투자했고, 최근 합작회사를 만드는 데 합의했습니다. 앞으로 볼로콥터의 eVTOL 생산 기술과 지리자동차의 대량 생산 능력을 결합해 중국 내에서 드론택시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국내에서는 UAM 연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우리나라도 드론택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6월, 국토교통부가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을 통해 UAM 분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첫 번째 로드맵을 발표했어요. 여기에서 제시한 목표는 ‘2025년 상용서비스 최초 도입’과 ‘2030년 본격 상용화’입니다. 로드맵 기본 방향 중 하나로 민간주도 사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발표했는데요. 이에 따라 국내 민간기업도 UAM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고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최근 눈에 띄는 곳은 한화시스템입니다. 미국의 UAM 개발 기업 오버에어(Overair) 지분 30%를 사들이며, 드론택시 사업을 위한 수직 이착륙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버터플라이’라는 이름의 기체를 공동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기 엔진 제작 역량을 활용할 수 있어 유리합니다.

한화시스템의 도심항공교통 UAM 사업 계획, 출처: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의 도심항공교통 UAM 사업 계획, 출처: 한화시스템

대한항공도 UAM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최근 관련 조직을 꾸리고 자체 제작 개발에 나선 소식이 알려졌죠.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2020년 6월에 출범한 ‘UAM 팀 코리아’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육성해 온 무인기 사업 역량과 틸트로터 기술 등을 UAM에 적용할 수 있죠.

현대자동차 역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내놓고 2028년 UAM 상용화 목표를 밝혔는데요. 화물용 무인 항공 시스템을 시작으로 도심 운영에 최적화한 전동화 UAM 모델 개발, 인접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 출시 등을 계획 중입니다.

그래도 상용화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을 것 같습니다.

혁신적인 기술일수록 상용화, 그러니까 실생활 도입까지 철저한 준비를 선행해야 합니다. 기존 소음 문제를 제외하고도 크게 3가지 문제를 언급할 수 있는데요.

첫째, 항공관제시스템과 인프라 부족입니다. NASA 등 국제 기관이 UAM 교통 관리 연구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 많은 난관을 지적합니다. 크기가 작은 드론은 운용에 있어 기후 변화에 민감합니다. 또한, 기체 위치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기 위한 통신 기술, 동시에 운영하는 다른 기체의 위치 정보 등도 처리해야 합니다. 드론택시 이착륙지점, 관리 점검할 수 있는 포트 등도 설치해야 하죠.

둘째, 비용입니다. 블룸버그는 하늘을 나는 비행체 운용은 자동차처럼 지면에서 운용하는 이동수단보다 약 12배 비싸다고 전했습니다. 1차적인 경쟁 상대인 지상 택시와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죠. 보험 관련 비용도 면밀하게 계산해야 합니다.

셋째, 안전 문제입니다. 항공 사고는 치명적입니다. 어떠한 이유든 한번 발생하면, 탑승자 대부분 사망에 이릅니다. 그만큼 위험하죠. UAM은 자율주행차량처럼 상용화에 앞서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교한 시스템과 안전 테스트를 만족해야 합니다.

언급한 문제 이외에도 상용화 이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문제와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UAM 상용화 시기를 판단하기는 어렵죠. 하지만, UAM과 같은 새로운 모빌리티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여러 국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현실만 봐도 알 수 있죠. 언젠가는 답답한 도로 대신 탁 트인 하늘을 드론택시로 이동할 날을 상상해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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