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잉위잉’ 자기장도 전력으로 다시 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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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팀, 고효율 소재 개발
컴퓨터 메모리 등 활용 가능

형광등을 켜면 종종 ‘위잉위잉’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기 변압기 근처에서도 이런 소리가 들린다. 전류가 흐르는 도체 주변에서 항상 생기는 자기장이 물체와 맞닿으며 나오는 소리다.

미국 연구팀이 도체 주변에서 나오는 자기장을 컴퓨터 메모리 전력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인텔도 함께 연구에 참여하며 이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존 헤런 미국 미시간대 재료과학및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자기장을 전력으로 전환하는 소재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1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자기장은 전류끼리 서로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면서 미치는 힘이 작용하는 공간을 뜻한다. 전기가 흐르는 주변에는 반드시 자기장이 생긴다. 전도율이 매우 높은 전깃줄과 절연성이 좋은 피복을 사용해도 전기의 일부분이 자기장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전기에너지로 만들어진 자기장은 지속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자기장이 발생하면 전기에너지의 효율은 떨어진다. 과학자들은 사라지는 자기장을 전력으로 다시 변환해 전기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는 연구를 이어왔다.

‘자왜소재’와 ‘압전소재’를 활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자왜소재는 자기장에 반응해 소재의 형태가 바뀌는 특성을 갖고 있다. 압전소재는 형태가 바뀌면서 압력이 가해지면 전력을 만들어내는 소재다. 이 둘을 결합해 자왜소재의 변형을 압전소재에 전달하면 외부 자기장을 전력으로 바꿀 수 있다.

헤런 교수팀도 이 방법을 활용해 자기장을 전력으로 전환하는 효율을 기존보다 10배 높인 소재를 개발했다. 자왜소재는 보통 갈륨을 원료로 사용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기술의 한계로 갈륨을 일정량 이상 자왜소재에 넣지 못했다. 연구팀은 갈륨을 촘촘히 박아 넣을 수 있는 ‘분자선 에피택시(MBE)’라는 기술을 이용해 갈륨의 양을 기존보다 2배 늘려 효율을 10배로 높였다. 연구팀은 현재 인텔과 함께 이 소재를 컴퓨터 메모리에 쓸 수 있도록 소형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미 관련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국내에서도 자기장을 전력으로 활용하는 응용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류정호 영남대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지난해 12월 자기장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변전 설비 안전감시 센서를 만들었다. 류 교수는 헤런 교수팀 연구 결과와 관련해 “MBE가 고가의 공정이라는 게 단점이지만 소재의 기존 한계를 극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자기장#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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