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진기와 영상기의 절묘한 조화, 캐논 EOS R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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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24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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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장조사기업 앱애니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스마트폰에는 동영상 스트리밍 앱이 2019년 대비 80% 증가한 평균 8개가 설치될 것이라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야외활동에 대한 수요가 영상 감상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리라는 관측이다.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 동영상 시장이 어느 정도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통계는 매년 최대치를 갱신하며 동영상 시장의 성장을 알리고 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물론 틱톡이나 네이버 스노우 등 영상 감상부터 제작까지 어떤 콘셉트의 영상 콘텐츠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아닌 제공자 입장이라면 모바일 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도 함께 보아야 한다. 바로 카메라 시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스트리밍 시장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모바일 기기로 보는 영상 대부분은 모바일 기기가 아닌 디지털 카메라를 갖춘 영상 전문가의 작품이다. 전체 영상을 따지면 스마트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겠지만, 스마트폰은 어디까지나 일반 소비자용 제품일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덕분에 최근 전문가용 카메라들 역시 사진 기능과 더불어 비디오 촬영과 영상 녹화 기능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8월 출시된 캐논의 EOS R6도 이같은 시장 추세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

EOS-1D X Mark III의 심장을 받은 카메라, 캐논 EOS R6

캐논 EOS R6는 캐논의 RF 마운트 미러리스 카메라로, 유효 2,010만 화소 35mm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한 전문가용 카메라다. 해당 센서는 캐논의 플래그십 DSLR인 EOS-1D X 마크 III에 채용한 센서를 기반으로 해 4K 영상 기록과 초당 20프레임의 전자식 연속 촬영은 물론 상용 감도 ISO 100~102400, 확장 감도 ISO 50~204800까지 확장할 수 있다.

캐논 EOS R6, RF 마운트 기반이며 전원이 없는 상태에선 셔터막이 닫겨있다. 출처=IT동아
캐논 EOS R6, RF 마운트 기반이며 전원이 없는 상태에선 셔터막이 닫겨있다. 출처=IT동아

4,500만 화소의 고해상도 기종인 캐논 EOS R5와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활용 환경에 따른 특성이다. 캐논 EOS R5는 초고화소 지원으로 기록 사진이나 고화소가 유리한 여행 및 스튜디오 작가, 8K 영상 촬영 대응이 필요한 전문가에게 적합하고, EOS R6는 2,010만 화소로 스포츠 같은 고속 연사 촬영이나 저조도에서의 감도 우선 촬영, 4K 영상 대응으로도 충분한 전문가에게 더 특화돼있다. 원래 카메라 화소가 높으면 이미지 결과물의 활용도가 좋지만 연사 촬영 시 미세한 블러 발생의 우려가 있고, 상대적으로 이미지 감도의 상한선이 낮다. 반대로 화소가 2천만 화소 급일 경우 고화소 대비 블러 발생이 적고, 이미지 감도의 가용도 조금 더 높다. 아울러 가격 역시 R5가 510만 원대, R6가 310만 원대로 차이가 크다.

미러리스지만 고성능 RF 렌즈를 사용하면 DSLR에 가까운 그립감과 활용도를 갖춘다. 출처=IT동아
미러리스지만 고성능 RF 렌즈를 사용하면 DSLR에 가까운 그립감과 활용도를 갖춘다. 출처=IT동아

크기는 가로 138mm 높이 87.5mm에 그립부 두께가 88.4mm로 5D 마크 IV와 비슷한 그립감이지만, 무게는 배터리와 메모리를 포함해 680g으로 기동성이 좋다. 외장은 폴리카보네이트 외장에 내부 마그네슘을 활용해 무게감과 내구성을 적절히 살리고 있다. 셔터는 전자 제어식 포컬 플레인 셔터로 1/8000초~벌브를 기계식으로 지원하고, 전자식 설정 시 1/8000초~0.5초로 노출을 결정할 수 있다. 연사 속도는 기계식 고속 연사에서 최대 12매를 지원하며, 고속 연사에서 6장, 전자식 선막 사용 시 8장까지 지원한다. 만약 전자식 셔터를 완전히 사용할 경우 초당 최대 20매의 연속 촬영을 지원한다.

AF는 듀얼 픽셀 CMOS AF를 채용했고, 자동 AF 영역이 CMOS 면적 전체다. 여기서 1,053개의 영역을 분할해 자동 초점을 검출한다. 특히 DIGIX X 프로세서의 처리 성능을 바탕으로 캐논 EOS-1D 마크 III에 탑재된 AF 추적 알고리즘을 적용했으며, 눈 검출 및 인물 피사체 검출 성능이 향상된 EOS iTR와 사람이 아닌 동물의 몸, 얼굴, 눈까지 검출하는 EOS iTR AF X까지 적용돼 야생 동물 촬영에서의 정밀도도 높아졌다.

후면 인터페이스도 전작인 EOS R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기능이 배치됐다. 출처=IT동아
후면 인터페이스도 전작인 EOS R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기능이 배치됐다. 출처=IT동아

미러리스 카메라인 만큼 뷰파인더는 전자식으로 구현되며, 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시간 라이브뷰로 화상을 본다. 연사나 스포츠 촬영 등에 필수라고 할 수 있는 뷰파인더는 369만 화소 OLED 뷰파인더를 채용했고, 0.76배율을 지원해 웬만한 DSLR보다 크고 시원시원하게 화상을 볼 수 있다. 아울러 디스플레이 역시 170도 화각을 갖췄고, 3.0형 크기에 162만 화소로 선명하게 화상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캐논 미러리스나 DSLR에 꾸준히 탑재되고 있는 스위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스틸컷 로우앵글과 하이앵글은 물론, 영상 촬영 시 화상을 보면서 촬영하는 데 유리하다.

인터페이스는 USB 3.1 2세대 C형 단자를 포함해 FHD 출력을 지원하는 마이크로 HDMI, 외부 마이크 입력 단자 및 헤드폰 단자, 리모트 컨트롤 단자가 배치돼있고, 스테레오 마이크를 내장하고 있다. 저장 매체는 UHS-II 급을 지원하는 SD 슬롯 2개가 배치돼있으며, 4K UHD 해상도 촬영 시 UHS-II 급 SD 메모리를 사용하는 게 좋다.

디스플레이는 터치 기능이 적용됐고, 스위블로 다양한 각도로 꺾을 수 있다. 출처=IT동아
디스플레이는 터치 기능이 적용됐고, 스위블로 다양한 각도로 꺾을 수 있다. 출처=IT동아


조작은 기존 캐논 DSLR과 거의 흡사하면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기본 조작은 엄지 손가락이 닿는 부분의 상단의 원형 다이얼과 후면부 SET 주변의 원형 다이얼, 그리고 셔터 근처의 세로형 다이얼 3개를 통해 조작한다. 필 플래시 용도로 자주 쓰는 *버튼이나 AF 배치 변경 버튼, 녹화용 REC 버튼, 그리고 오조작을 방지하는 잠금 버튼까지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EOS R5의 경우 상단에 모드 다이얼 대신 상단 디스플레이 패널이 배치돼있다.

DJI 로닌 RSC2와의 조합, 디스플레이를 펼친 상태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한다. 출처=IT동아
DJI 로닌 RSC2와의 조합, 디스플레이를 펼친 상태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한다. 출처=IT동아

전문가용 DSLR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핸드핼드 영상 촬영의 필수품인 짐벌과의 조합도 좋다. 업계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DJI 로닌 RSC2와 조합해 캐논 EOS R6의 활용도를 점검해보았다. 로닌 RSC2의 탑재 하중은 권장 3kg으로 전문가용 DSLR과 조합하기는 다소 어렵지만, 전문가용 미러리스와 조합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전문 영상 촬영을 목적으로 EOS R6 정도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짐벌과의 조합이 상당히 궁금하리라 본다. 조합에는 무게가 680g인 캐논 EOS R6와 900g인 RF24-70mm F2.8L IS USM 렌즈가 사용돼 총 1.58kg을 지탱해야 한다.

해당 결과에서 캐논 EOS R6는 다양한 포지션에서도 디스플레이를 펼친 상태로 원활하게 볼 수 있었고, 특별히 본체와 충돌하는 부분도 없었다. 특히 캐논 EOS R6는 DJI가 제품 호환성을 확인해 USB C 케이블 연결로 사진 촬영부터 비디오 시작 및 종료, 포커스는 물론, ISO, 셔터속도, 조리개 모두 DJI 로닌 RSC2에서 조작할 수 있다. 캐논 EOS R6와 RF24-70mm F2.8L IS USM 렌즈가 캐논 RF 시스템 중 무거운 조합에 속한다는 걸 감안하면, 캐논 RF100-500mm F4.5-7.1L IS USM 같은 장망원 렌즈를 제외한 대다수가 짐벌과의 조합에서 사용할 수 있어 보인다.

2,010만 화소는 해상력과 고감도 환경의 절충안


RF 마운트 특성상 대물렌즈와 촬상면까지의 거리가 짧아 해상력이 좋다. 사진의 오른쪽은 원본에서 크롭만 한 결과다. 출처=IT동아
RF 마운트 특성상 대물렌즈와 촬상면까지의 거리가 짧아 해상력이 좋다. 사진의 오른쪽은 원본에서 크롭만 한 결과다. 출처=IT동아

캐논 EOS R6의 화소는 2,010만 화소로 캐논 EOS R이나 보급형인 EOS RP보다도 화소가 낮다. 화소 수가 낮음은 곧 원본 이미지 전체의 크기가 작고, 그만큼 담기는 정보가 적어 세부적인 표현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다만 해상도가 낮다는 게 절대로 해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화소 수가 많으면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많아서 최대 연사 촬영 수가 줄어들고, 셔터 쇼크에도 미세한 블러가 발생해 해상력을 해치는 일이 부지기수다. 아울러 센서의 마이크로 렌즈가 받아들이는 빛의 양도 줄어들어 고감도 노이즈도 늘어난다. 천만 원에 육박하는 캐논 EOS-1D X 마크 III나 니콘 D6가 2,000만 화소를 유지하는 이유도 저화소가 초고속 연사와 고감도 저노이즈 구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캐논 EOS R6의 해상력도 1D-X 마크 III와 대등한 정도로 볼 수 있고, 실제 해상력도 굉장히 안정적이다. EF24-70mm F2.8L IS USM 렌즈를 활용해 원거리를 광각 상태로 촬영한 결과에서는 세부 디테일이 2,010만 화소라고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날카롭다. 최상급 렌즈라고는 하나 광각에서 주변부까지 이 정도 해상력을 보여준다면, 근접에서의 해상력 역시 전문가 기준에서 부족하다고 느끼기 어렵다.

캐논 EOS R6는 풀프레임 센서가 적용돼 피사계 심도 표현에 유리하다. 출처=IT동아
캐논 EOS R6는 풀프레임 센서가 적용돼 피사계 심도 표현에 유리하다. 출처=IT동아

35mm 풀프레임 센서를 갖춘 만큼 얕은 피사계 심도 구현에도 유리하다. 최근의 디지털 카메라는 과거 필름 크기와 동일한 35mm 풀프레임, 이 센서를 1.5~1.6배율한 APS-C 센서 중 하나를 탑재하는 게 보통이다. 이론상 센서가 크면 피사계 심도가 깊어지지만, 피사체를 사진으로 보기에 같은 크기로 담는 기준이라면 풀프레임이 더 가까이 가야 해서 실제로 눈으로 체감하는 심도는 풀프레임쪽이 더 얕다.

게다가 캐논 RF 렌즈는 배경흐림 표현에 유리한 RF28-70mm F2L USM이나 RF50mm F1.2L USM, RF85mm F1.2L USM 등의 렌즈군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서 인물이나 정물 촬영에서의 이점이 크다.

4K 촬영 시 크롭 없이 센서 그대로 촬영된다. 광각 영상 촬영이라면 대단한 이점이다. 출처=IT동아
4K 촬영 시 크롭 없이 센서 그대로 촬영된다. 광각 영상 촬영이라면 대단한 이점이다. 출처=IT동아

동영상 기능 면에서도 인상적인 면이 많다. 영상 지원은 10비트 캐논 Log와 10비트 HDR PQ지원 등 포스트 프로덕트에 유리한 전문가용 기능 지원을 비롯해 4K UHD 60프레임 해상도부터 FHD 120프레임, FHD 타임랩스를 지원한다. EOS R6이 12비트 8K RAW 및 8K UHD 촬영이 가능한 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지만, 4K를 메인으로 쓰는 편집자라면 EOS R6로도 부족함이 없다. 영상 촬영시 지원 감도는 일반 동영상에서 상용 ISO 100-25600 상당이며, 캐논 Log 적용 시 ISO 400-25600 사이다.

특히 35mm 풀프레임 센서의 피사계 심도를 그대로 이용하는 4K 60P 영상 지원이 장점이다. 지금도 대다수의 4K 영상 지원 카메라는 과열 방지나 데이터 처리량의 한계로 Super 35mm로 기록 화상을 잘라서 녹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사진에서 영상으로 전환하거나 광각 촬영 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캐논 EOS R6는 35mm 풀프레임 센서에 보이는 그대로 4K 영상 촬영이 진행된다. 기존에 광각 영상 촬영이 많았다면 이 부분은 큰 장점이다. 동영상 촬영은 크롭없이 5.1K 촬영 시 30분, 4K UHD 해상도로 크롭 시 35분까지 지원하고, 과열 조절 메뉴를 통해 대기 상태에서 해상도나 프레임 속도를 일시적으로 변경해 과열 상태에서도 영상 기록을 지원한다.

화소가 소폭 줄어든 만큼, 저조도 환경에서의 결과도 상대적으로 좋다. 출처=IT동아
화소가 소폭 줄어든 만큼, 저조도 환경에서의 결과도 상대적으로 좋다. 출처=IT동아

다소 낮아진 화소 덕분에 저조도 환경에서의 고감도 노이즈 억제 성능은 탁월하다. 우선 캐논 EOS R6는 EV -6.5의 저조도 환경에서도 초점을 검출해 다른 기종들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초점을 잡아낸다. 여기에 화소 수가 2,010만 화소로 풀프레임으로는 소폭 낮은 편이라 저조도 환경에서 노이즈의 발생 수준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해당 사진은 조리개 f/1.8에 1/125초, ISO 12800으로 약한 조명만 있는 실내 야간 환경인데, 야간 촬영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직물의 질감이나 암부에 대한 표현력이 인상적이다. 이렇게 저조도 환경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보일 경우 ISO 400~1600 정도에서도 상대적으로 나은 결과물을 보여주므로 셔터 속도를 최대한 끌어내야 하는 스포츠 연사 촬영에서도 2,400만 이상 화소급 제품들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4K 영상 촬영부터 프레스십까지 다재다능, EOS R5와 잘 따져봐야

캐논 EOS R6와 DJI 로닌 RSC2. 출처=IT동아
캐논 EOS R6와 DJI 로닌 RSC2. 출처=IT동아

캐논 EOS R6는 그야말로 팔방미인형 카메라다. 4K 영상 촬영 면에서도 10비트 Log 촬영이나 35mm 풀프레임 촬영을 지원함과 더불어, 사진 촬영도 기계식 12연사, 전자식 최대 20연사에 캐논 EOS-1D X 마크 III의 센서와 알고리즘이 적용돼있다. 그야말로 사진과 영상의 비중이 5:5인 느낌이다.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다소 모호한 감도 없지 않다. 최근 미러리스 카메라는 특정 사용자층을 겨냥해 사진이나 영상 비중이 7:3 혹은 3:7로 비중을 두는 편인데, 5:5의 조합이라 특정 부분에 최적화됐다는 느낌이 조금 빠진다. 당장 EOS R5만 하더라도 8K 지원 등 영상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EOS R6는 두 시장 모두 노리는 듯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쪽 모두 균형 있고 고성능을 추구해 부족한 점을 찾기는 어렵다.

가격은 렌즈를 제외하고서 310만 원대 후반으로, 철저히 전문 작가를 위한 가격대다. 여기에 렌즈를 포함하면 500만 원은 기본으로 잡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보통 업계에서 사진과 영상 모두 전문적으로 다루는 작가는 드물다. 그래서 카메라들 역시 시장 눈높이에 맞게 특정 부분에 비중을 두고 내놓는다. 캐논 EOS R6는 사진과 영상을 골고루 찍는 팔방미인형 사진가에게 유리하며, 비중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완성도를 갖춘 미러리스 카메라를 찾는 경우에도 적합하다고 본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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