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심 기자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무증상 깜깜이로 간암 부르는 ‘C형간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C형 간염
단기간 완치 가능한 바이러스 질환
조기 치료할수록 간암 예방효과 커
내달까지 고위험군 연령 무료검진

홍은심 기자
홍은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증상 깜깜이 환자가 전파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이 가운데 코로나19와 같이 돌연변이로 인한 유전적 변이가 심해 백신이 없는 법정 감염병이 있다.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C형간염이다.

C형간염은 ‘C형간염 바이러스(HCV)’에 감염된 혈액을 매개로 전파된다. C형간염은 간암의 주요 원인이 된다. 간암은 국내 40, 50대 사망률 1위 질환이다.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70∼80%가 만성화되고 이 중 약 30∼40%는 간이 굳고 기능이 떨어지는 간경변증, 간암으로 이어진다. 국내 C형간염 환자는 약 3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치료를 받은 환자는 약 20%에 불과하다. 대부분 무증상으로 증상이 있는 경우는 약 6%에 불과하다.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균 2∼10주 정도 잠복기를 거친다. 잠복기부터 만성화된 이후에도 대부분의 환자에서 무증상은 지속된다. 일부 증상이 있더라도 복부 불편감, 피곤함, 기력 감소, 식욕 감소 등 비교적 가볍고 비특이적인 증상이다. 일상적인 피로감과 C형간염으로 인한 피로감을 구분하기도 어렵다. 감염자 대부분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병을 키우다가 20∼30여 년 후 뒤늦게 간암 등 심각한 상태로 발견되는 이유다. 한 자료에 따르면 C형간염과 연관된 간암 환자 5명 중 4명(약 83%)은 간암 상태가 돼서야 발견된 ‘뒤늦은 진단’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심재준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홍보이사)는 “국내 약 30만 명의 C형간염 환자 중 대부분(약 80%)이 아직 진단되지 않은 잠재 환자”라며 “이들이 간경변증, 간암으로 병을 키우는 것도 큰 문제지만 본인의 감염 여부를 모른 채 타인이나 집단에 바이러스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C형간염 바이러스는 혈액이나 체액으로 전파되며 혈액에 오염될 수 있는 손톱깎이, 면도기 등은 공동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무허가 혹은 비위생적인 장소에서의 문신이나 피어싱, 주사침 찔림 등도 주요한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C형간염은 다른 간염(A형간염, B형간염)과 달리 예방 백신이 없다. 이 때문에 조기 검진을 통한 발견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아 개인이 병원을 찾아 별도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C형간염은 제때 치료를 받으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C형간염 바이러스 유전자형(1형∼6형)에 관계없이 최소 8∼12주 정도 하루 한 번 약 복용으로 100%에 가까운 치료 성공률를 보이는 치료제도 있다.

질병관리청과 대한간학회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C형간염 환자 조기 발견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이달 1일 시작된 올해 무료 검진은 10월 31일까지다. 대상자는 고위험군 연령에 속하는 1964년생(일반 건강검진 대상자 중 미수검자)이다. 건강검진기관에서 채혈 시 C형간염 항체검사를 함께 진행한다. 항체검사 결과 양성일 경우 채혈한 기존 혈액으로 확진검사를 진행해 최종적으로 C형간염을 진단받게 된다.

심 교수는 “C형간염은 단기간에 완치가 가능한 바이러스 질환으로 조기에 치료할수록 간경변증이나 간암의 예방 효과가 더욱 크다”며 “무증상 감염자를 최대한 빨리 진단하는 것이 C형간염 퇴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범사업이 면밀히 추진돼 국내 C형간염을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관리할 수 있는 실제적인 예방 관리 정책이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헬스#건강#질환시그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