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도 아직 사용하는 01X 번호, 왜 없애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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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14일 1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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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뉴스1
2013.12.1/뉴스1
#. 유명 방송인 김국진씨는 아직도 2G 폴더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방송가에서 유명하다. 휴대폰 번호도 01X 번호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예능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가수 김종국씨도 비교적 최근까지 ‘폴더폰’을 고수하면서 01X 번호에 애착을 보였다. 김씨는 지난 2018년에야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면서 번호도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피드 011, 죽어도 못보내”…뜻 꺾지 않는 01X 이용자들

SK텔레콤이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를 오는 7월6일부터 순차적으로 종료한다. 이로 인해 SK텔레콤의 2G폰 이용자 일부가 이용하던 011, 017 등 01X 번호서비스도 함께 종료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3사 중 01X 번호에 대한 애착이 가장 강한 ‘011 번호’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달 1일 기준으로 SK텔레콤 내 01X 번호 이용자는 38만4000명 가량이며 이중 법인사용자나 사물인터넷(IoT)용 번호를 제외하고 011 번호를 실제 사용하면서 절대 바꿀 수 없다고 버티는 이용자들은 수만명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들을 위해 단말기 무상 제공 및 요금할인은 물론이고, 원한다면 현재 사용하는 2G 요금제를 해지 전까지 평생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등 다양한 전환프로그램을 내놨지만 01X 번호 이용자들은 SK텔레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01X번호통합반대운동본부에 따르면 이들은 “2G망을 억지로 유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20년 넘게 사용한 01X 번호를 앞으로도 꾸준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면서 “돌아가신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번호라거나 수십년간 같은 번호로 사용해 ‘신뢰’를 받는 번호가 되는 등 자기 자신과 일체화된 번호가 많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사연이 많다”고 호소한다.

SK텔레콤의 01X 사용자들은 헌법재판소에 “01X 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SK텔레콤을 상대로 소송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 8년간 지속적으로 관련 소송이 제기됐음에도 번번이 소송에서 패하거나 기각됐기 때문에 이번 소송 역시 승소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011 번호면 ‘명품’?…이용자 차별 심해져 010 통합


그렇다면 2G망을 종료하면서 꼭 01X 번호를 010으로 바꿔야만 하는 것일까. 어쩌다 모든 휴대폰 번호는 010으로 통일이 된 것일까.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010 번호통합정책’을 전면 시행했다. 기존 01X 번호 사용자들은 ‘한시적 번호이동’이나 ‘01X 번호 표시안내 서비스’를 거쳐 스마트폰 교체와 함께 종전 01X 번호 대신 010 신규 번호를 받았다.

정부가 010 번호통합 정책을 취한 이유는 사업자 별로 부여한 휴대폰 식별번호가 어느순간 통신사와 연계된 ‘브랜드’처럼 취급되면서 그 자체로 이용자 차별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SK텔레콤은 2000년대 들어 ‘스피드 011’, ‘스무살의 011 TTL’, ‘명품 번호 011’ 등 번호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당시에는 정부가 후발 사업자를 보호하고 1위 사업자의 ‘약탈적 요금(1위 사업자가 후발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해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하해 가입자를 빼앗아 가는 방식)’을 막는 ‘유효경쟁정책’을 폈고 이로 인해 SK텔레콤의 요금이 경쟁 이통사인 KT(당시 KTF)나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보다 비쌌다.

이같은 현상은 엉뚱하게도 이용자들 사이에서 앞자리 식별번호가 마치 비싼 명품을 사용하는 계층과 저렴한 알뜰상품을 이용하는 계층으로 인식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SK텔레콤도 이 부분을 은연중에 부각시켰다. 각종 광고나 캠페인 등을 통해 ‘스피드 011이 당신의 품격을 보여준다’는 식으로 강조하는가 하면 통화연결음에 ‘011 번호’를 강조하는 문구를 넣어 당국의 규제를 받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사업자 식별번호가 이용자 차별을 심화시키고 통신사간의 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번호를 010으로 모두 통합하기로 하고 2010년 010번호통합 정책을 전격 발표했다. 당시에도 010번호통합정책은 적지 않은 반발을 낳았지만 대다수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번호를 변경했고, 일부만이 10년째 01X 번호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매’ 맞은 KT, 2G망 철거두고 송사 휘말려…대법원서 최종 승소

KT는 SK텔레콤보다 9년 앞서 2G망을 종료했다. 당시 KT는 SK텔레콤보다 더 심각한 반대에 직면했었다.

당시 2011년 12월8일 0시를 기해 2G망을 종료하려던 KT는 01X번호 이용자 775명이 제기한 ‘2G 종료 집행 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망 철거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01X 이용자들은 KT에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정부의 010 번호통합 정책이 (번호를 계속 사용할)개인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휴대전화 번호는 국가의 자원이자 공공재이며 개인의 사적 재산으로 볼 수 없다”며 정부의 010 번호통합 정책이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01X 이용자들이 KT 측에 제기한 민사소송도 최종 대법원 심리까지 갔는데 3심 모두 법원은 KT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SK텔레콤의 2G 종료 시점에 맞춰 01X 이용자들은 소송을 제기하고 또 다시 헌법소원도 낸다는 방침이지만 승소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01X 이용자들이 SK텔레콤에 제기한 민사소송 1심도 이미 이용자들이 패소한 상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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