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약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이뤄진 ‘말단비대증 치료제’ 특허소송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동국제약은 지난 27일 법원으로부터 장기서방형 주사제인 ‘옥트레오티드(octreotide)’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법원 무효소송 2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30일 밝혔다. 1심 판결을 뒤집은 결과다. 노바티스가 항소할 경우 최종 판결은 3심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다만 동국제약 관계자는 “3심에서 2심 판결이 뒤집어진 사례는 극히 드문 경우”라며 “3심으로 가더라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3년 시작됐다. 노바티스가 추진한 ‘옥트레오티드(제품명 산도스타틴 라르)’의 에버그린전략(연장특허)에 관한 건이다. 에버그린전략은 신약개발 제약사가 신약 독점기간을 늘려 제네릭 제약업체 진입을 막기 위한 전략을 말한다. 노바티스는 특허만료를 앞둔 옥트레오티드를 일부 변경해 후속특허를 등록한 것이다. 동국제약의 경우 노바티스 제품의 특허만료에 맞춰 제네릭 제품인 옥트린라르 주사제를 출시했다. 이에 앞서 옥트레오타이드의 서방출성 마이크로캡슐의 제조방법에 관한 국내 특허도 취득했다.
동국제약이 제네릭 제품을 출시하자 노바티스가 반발했다. 특허제품을 무단으로 복제해 판매했다고 주장하며 특허권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4년 1심에서는 특허심판원이 노바티스에 손을 들어줬다. 동국제약이 특허무효를 청구했으나 1심에서 패소한 것이다. 특허법원에 의한 2심 판결(2016년)과 3심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작년)을 거쳐 이번에 2심 특허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특허법원 측은 “노바티스 연장특허 제품이 기존 시판되는 제품 대비 치료학적 효능에 대한 진보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고 전했다.
동국제약은 지난 2000년 초부터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는 펩타이드 약물의 장기서방출성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항암제 ‘로렐린 데포’ 등 첨단 펩타이드 의약품을 개발해 글로벌 5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의 연장특허 등록과 동일한 전략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시장 확보 및 방어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이번 특허소송은 일반적인 침해 회피가 아니라 적극적인 특허무효화를 통해 다국적 제약사의 특허전략을 정당하게 견제하는 공세적 전략”이라며 “동국제약은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연구개발 경쟁력을 갖추고 다른 특허소송에서도 승리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옥트레오티드는 말단비대증 치료제로 지난 199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아 판매되고 있다. 말단비대증은 성장이 멈춘 성인에게서 성장호르몬 과분비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국내에서는 전체 환자수가 약 3000여명으로 발생빈도가 낮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지만 이를 방치하면 당뇨병과 고혈압, 수면 무호흡증, 심근병증, 직장암 등 다른 질병 발병이 증가해 이로 인한 사망률이 일반인에 비해 2~3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남미 지역에서는 유전적 특성으로 인해 빈도가 높은 질병이다. 유일한 치료약물인 옥트레오타이드 주사제인 산도스타틴의 경우 높은 비용(1회 투여 시 약 165만 원)으로 노바티스가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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