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힘내세요’ vs ‘사퇴하세요’ 실검 싸움…순위 조작 가능성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9일 15시 00분


코멘트
포털 네이버 검색어 창에서 총성 없는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을 둘러싼 실시간검색어(실검) 순위 경쟁이다. 온라인에서는 특정 검색어를 순위 상위에 노출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지령까지 돌면서 네이버 실검 메커니즘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27일 누리꾼들 사이에서 ‘조국 힘내세요 vs 사퇴하세요’ 실시간검색어(실검) 경쟁이 일어난 데 이어 28일엔 친문(親文) 성향 커뮤니티에서 ‘기레기 꺼져’를 실검에 올리려던 시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기레기 꺼져’가 비속어 논란을 빚으면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가짜뉴스 아웃’으로 대체됐고, 29일 현재는 ‘한국언론 사망’이 실검 상위 순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친문 커뮤니티에서는 ‘검색 전에 로그인 먼저 하라’ ‘비속어를 섞지 말라’ 등 실검 순위 조작을 위한 요령이 퍼지기도 했다.

29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 실검 순위는 ‘얼마나 많은 검색이 이뤄졌나’가 아니라 ‘단위 시간 동안 얼마나 검색량이 증가했나’가 기준이다. 즉 검색 총량이 아니라 단기간에 얼마나 검색량이 가파르게 늘어나는지 이른바 기울기(미분 값)로 순위가 매겨지는 것이다. 이 때 단위 시간은 1분이다. 1분마다 증가세가 가장 큰 검색어가 1위에 올라가고, 이보다 증가세가 큰 검색어가 나오는 순간 순위는 뒤집히게 된다.

만약 검색 총량으로 정해진다면 ‘날씨’, ‘서울 날씨’ 등의 검색어가 하루의 대부분 실검 상위권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게 네이버의 설명이다. 실검 순위가 짧은 시간 동안 수없이 바뀌기도 하는 이유다.

‘로그인 먼저 하라’는 일부 커뮤니티의 지령은 ‘맞는 말’로 확인됐다. 네이버는 실검 조작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실명 인증 로그인을 한 이용자들의 검색어만 실검 순위에 반영하기로 정책을 변경했다.

‘비속어를 섞지 말라’도 근거가 있는 조건이다. 네이버는 △개인정보가 노출될 경우 △성인·음란성 정보를 노출하는 경우 △의미 없는 오타, 욕설 등 여러 가지 자체 기준에 따라 검색어 노출을 제외하고 있다. 기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 고객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대중에 공개돼 있다.

이번 실검 싸움으로 과거 드루킹의 댓글 순위 조작 사건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드루킹은 네이버 뉴스의 특정 댓글 추천수를 매크로(특정 작업 반복 소프트웨어)로 계속 클릭하도록 해 상위 댓글을 조작하는 방법을 썼다. 실검 조작에 비해 노력은 적게 들고 여론 노출 시간은 상대적으로 길다. 드루킹 사건 이후 네이버는 정치기사 댓글 정렬 방식을 각 언론사가 직접 정하도록 변경해 댓글 순위 조작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최근 대부분의 정치기사들은 댓글이 ‘최신순’으로 노출되고 있다.

일부 특정 세력의 이 같은 실검 조작은 명백한 여론 왜곡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29일 김규환 의원실 등 일각에서는 “실검 순위 조작에 네이버가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명예훼손 등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기반 내부 기준에 위배되는 경우 외에는 네이버는 실검 순위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