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 정밀 촬영 ‘고강도 MRI’로 뇌신경망 2배 선명하게 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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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T MRI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7T ‘마그네톰 테라’는 뇌 신경망의 구조와 호르몬 분비, 혈관 등 세세한 변화를 감지해 영상으로 구현해준다. 지멘스 헬시니어스 제공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7T ‘마그네톰 테라’는 뇌 신경망의 구조와 호르몬 분비, 혈관 등 세세한 변화를 감지해 영상으로 구현해준다. 지멘스 헬시니어스 제공
2003년 미국의 폴 라우터버와 영국의 피터 맨스필드 박사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라우터버와 맨스필드가 발명한 장치는 인체에 무해하고 정확한 장기 영상을 얻을 수 있어 의학 진단과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발명한 획기적인 진단기기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다.

최근 독일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고강도 MRI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용 승인을 받았다. MRI에 대해 알아봤다.

○맞춤형 처방 가능하게 하는 MRI

질병을 조기에 찾아내고 인간 수명을 크게 늘리는 데 기여한 의료기기 중 하나가 MRI다. MRI는 커다란 자석통 안에 사람을 넣고 고주파를 발생시켜 인체 각 조직의 신호 차이를 측정한다. 그리고 이것을 컴퓨터를 통해 재구성하여 영상으로 보여준다. 영상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의료진이 질병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맞춤형 처방도 가능하다.

진단기기 중 X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은 우리 몸에 X레이를 쏘아 몸이 흡수한 방사능 수치의 차이를 영상화하기 때문에 종종 방사선 피폭이 문제가 된다. 반면 MRI는 자석에서 나오는 자기장을 이용해 검사로 인한 통증이나 부작용, 유해성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 MRI는 종·횡단면을 모두 찍을 수 있어 뇌나 허리뼈, 근육, 연골, 인대, 혈관 등 연부조직의 영상을 높은 해상도로 획득할 수 있다.

MRI는 뇌질환, 척수종양, 다발성 경색, 자궁경부암, 전립샘암 등 다양한 질환을 진단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자기공명영상 검사로 인한 부작용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MRI 촬영 시 밀폐된 원통형 검사대에 들어가 수 십분 동안 가만히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폐쇄로 인한 불안감과 소음으로 인한 불편함을 느낄 수는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상 촬영 때 사용하는 조영제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알츠하이머, 정밀하고 정확하게 진단

과학자들은 MRI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MRI 기계의 자기장을 높여 정확도를 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그동안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은 특정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이게 도와주는 조영제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조영제란 영상 검사를 할 때 조직의 대조도를 높임으로써 병변을 명확하게 구별해내는 데 도움을 주는 의약품이다.

하지만 정확한 영상을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기장 세기를 높이는 것.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사용하는 MRI 장비는 1.5∼3T(테슬라) 규모의 기기다. 테슬라는 MRI 자기장 세기를 나타낸다. 숫자가 높을수록 자기장이 세고 더 정밀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3D 뇌혈관을 7T에서 얻게 되면 기존에 1.5T나 3T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얇은 혈관들까지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임상적으로 1.5T에서는 0.6mm 이상, 3T에서는 0.5∼0.6mm의 두께로 촬영할 수 있다. 7T에서는 0.4mm 이하로도 촬영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7T ‘마그네톰 테라’는 뇌 신경망의 구조와 호르몬 분비, 혈관 등 세세한 변화를 감지해 영상으로 구현해준다.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도 눈으로 뇌 기능을 확인할 수 있어서 ‘뇌를 들여다보는 천리안’으로 불린다. 이 장비를 사용하면 질환의 발생 전후, 치료제 투약 전후의 미세한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치매의 조기 진단과 예방이 가능하다. 국내에는 현재 70만여 명의 치매환자가 투병 중이다. 고령화로 인해 12분에 한 명씩 치매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정부도 그 심각성을 인지해 올해부터 60세 이상 치매의심환자(경도 인지장애)의 MRI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7T MRI는 뇌암을 수술할 때도 유용하다. 뇌의 대사 과정을 정밀하게 촬영하고 정상 조직과 병변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어 암 조직만 떼어내고 정상 조직의 절제를 막아준다. 자기장 세기가 낮을 때는 식별이 어려웠던 뇌전증 환자의 백질과 회백질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7T

마그네톰 테라는 자기장 세기만 높인 것이 아니다. 이미지 손실을 최소화 하는 기술을 접목했다. 열과 간섭에 무관한 광학통신으로 신호대잡음비를 향상시켜 영상의 질을 높였다. 속도도 빨라졌다. 동시에 여러 단면을 나눠 찍은 뒤 이를 모아 이미지를 구현하는 멀티밴드 기술을 탑재해 환자가 MRI 장비 안에서 오래 머물 필요가 없게 됐다.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마그네톰 테라의 CE 인증을 획득했다. CE 인증 획득은 안정성, 임상적 유익성, 환경 보호 측면에서 모든 EU 요구사항에 충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일부 연구기관에서 시험용으로만 사용하던 마그네톰 테라의 식약처 허가가 났다. 이제 7T MRI도 임상에서 사용이 가능해졌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지멘스#알츠하이머#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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