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통신-양자컴퓨터 핵심원리에 한발더 접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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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스위스 등 연구팀, ‘양자얽힘’ 수천개로 늘려

유럽의 세 연구팀이 양자역학 특유의 성질인 ‘얽힘’을 수천 개 원자를 대상으로 만드는 데 동시에 성공해 과학잡지 ‘사이언스’ 27일자에 연이어 발표했다. 얽힘은 양자통신이나 양자전송(텔레포테이션), 양자컴퓨터 등의 핵심 원리 중 하나다.

양자얽힘은 원자나 입자, 이온 등의 양자 두 개가 마치 서로 끈으로 연결된 것같이 행동하는 이상한 성질이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하트 무늬를 좌우로 쪼개 각각 금고에 넣은 뒤 사랑의 징표로 나눠 가졌다고 해보자. 수십 년 뒤에 다시 만나더라도 금고 안 하트 무늬가 맞춰진다면 서로를 증명할 수 있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한 가지 이상한 성질이 추가된다. 금고를 열기 전까지 징표가 왼쪽 징표인지 오른쪽 징표인지 알 수 없는데, 금고를 여는 순간 둘 중 하나로 ‘결정’이 된다. 그런데 더 이상하게도, 멀리 떨어진 상대의 징표까지 동시에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상대와는 정반대로) 결정된다. 거리와 상관없이, 양자 정보가 먼 상대에게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것과 같다.

물리학자들은 이 성질을 통신이나 계산에 이용하기 위해 얽힌 양자의 수를 늘리고자 노력했다. 지금까지 약 10∼20개의 양자를 얽히게 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번에 연구팀이 얽힐 수 있는 양자 수를 수천 개까지로 늘렸다.

비결은 일종의 ‘희석’이다. 먼저 루비듐 원자를 매우 차게 만든 뒤 좁은 공간에 밀집 배치해 ‘보스아인슈타인응축(BEC)’이라는 상태로 만들었다. 그 뒤 양자얽힘 상태를 만들고, 원자 사이 간격을 천천히 벌렸다. 마지막으로 레이저를 이용해 양자얽힘 현상이 개개 원자 사이에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예를 들어 독일 하노버대 연구팀은 원자 구름을 임의로 두 부분으로 나눈 뒤 한쪽의 성질을 변형해 다른 쪽에서 변형이 일어나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개별 원자의 얽힘을 확인했다. 그 결과, 원자가 임의로 나눈 부분 사이에도 얽힘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양자 덩어리 내부에도 얽힘이 생겼다는 뜻이다. 마테오 파델 스위스 바젤대 물리학과 연구원은 “양자정보의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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