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텍
세계적인 제약사 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 전격 인수
혁신신약 개발 SK바이오팜 뇌전증-수면장애 신약 잇단 성과
세종시 명학산업단지 내 SK바이오텍 세종 공장. 4만여 m²의 대지에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들어선 증설시설에서 16만 L 규모의 원료의약품(완제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성분)이 생산된다. 기존 대덕단지 내 생산설비까지 합치면 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으로 2020년까지 국내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위탁생산회사) 가운데 최대 규모인 총 80만 L급 생산시설 증설이 예정돼 있다.
대규모 증설과 함께 SK바이오텍은 세계적 제약사의 유럽 내 생산시설 인수에도 성공하는 등 사업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일랜드 스워즈시에 위치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사의 대형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8만1000L 규모)을 전격 인수한 것이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 설비를 통째로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SK바이오텍이 선진 유럽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SK바이오텍은 이번 M&A로 생산 설비와 전문 인력은 물론 BMS의 합성의약품 공급계약과 스워즈 공장에서 생산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공급계약까지 가져오게 됐다. SK㈜ 관계자는 “SK바이오텍은 지난 10년간 BMS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해 온 주요 공급사로, 세계 최초 양산화에 성공한 연속반응기술 등 독보적 기술과 품질관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로 SK는 세계 CMO시장을 양분하는 유럽 지역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게 됐다. BMS가 보유한 글로벌 판매망과 생산노하우가 SK바이오텍의 기술력과 만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텍은 지난해 매출이 사상 첫 1000억 원을 돌파했으며 매출 대부분(95%)은 노바티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미국·유럽의 글로벌 제약사들에 수출됐다. 저가 복제약이 아닌 특허권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의 원료의약품을 제조해 업계 평균치를 상회하는 높은 영업이익률(30%)을 내는 곳은 SK바이오텍이 국내 CMO 중 유일하다.
이 같은 성과는 최태원 SK 회장의 바이오·제약에 대한 뚝심 있는 장기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며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제약 산업에 20년 이상 장기 투자를 계속했다. 2007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고 그룹 차원의 투자와 연구 역량을 결집해 왔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SK바이오텍은 2020년까지 매출 1조5000억 원, 기업가치 4조 원 규모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세계 의약품 생산시장 규모는 620억 달러(약 70조 원)로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2020년까지 평균 6%의 안정적 성장이 예상된다.
SK 바이오·제약 사업의 다른 한 축은 중추신경계 혁신신약 개발에 주력하는 SK바이오팜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뇌전증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뇌전증(간질) 신약(Cenobamate)이 미국 FDA로부터 탁월한 약효를 인정받아 뇌전증 신약 중 세계 최초로 임상3상 약효시험 없이 신약 승인 추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시판되면 미국에서만 연 매출 1조 원 이상을 거두게 되며, 향후 뇌전증 치료 분야에도 새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많은 제약사들이 제네릭이나 개량신약 등의 개발에 주력하는 데 반해 SK바이오팜은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데 모든 역량을 투자하고 있다. 유럽·미국 제약사들이 점령한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신약주권’ 달성을 통한 국가 위상 제고가 기대되는 이유다.
SK가 미국 재즈사와 공동 개발 중인 수면장애 신약(SKL-N05)도 임상 마지막 단계인 3상 시험을 모두 완료해 NDA(신약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SKL-N05 임상 시험은 수면무호흡증과 기면증(비정상적인 주간 졸림증)으로 인한 수면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탁월한 약효뿐 아니라 장기 투여 시에도 부작용이 적어 수면장애 치료에 새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재즈사는 6월 6일 이 같은 내용의 임상 결과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수면전문학회에서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난치성 수면장애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치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2011년 미국 수면장애 질환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재즈사에 SKL-N05를 기술 수출했으며 이후 임상 등 공동 개발을 진행해 왔다. 수면치료제 시장 중 SKL-N05가 목표로 하는 기면증 영역만 하더라도 시장 규모가 1조 원에 달하며(2014년)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을 기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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