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원태 “길어진 여름, 더 더워지는 것도 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7일 03시 00분


권원태 기후변화학회 명예회장 “40도 가까운 살인폭염 늘어”

권원태 한국기후변화학회 명예회장(62·사진)은 26일 기자의 전화를 받자마자 ‘한반도 142일은 여름’이라는 26일자 동아일보 기사 이야기부터 꺼냈다. 여름의 길이만 이야기했는데, 정도가 심해진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권 회장은 “이제 여름은 더 길어질 뿐 아니라 더 더워질 것”이라며 “우리나라 역대 가장 더웠던 날 기온이 40도 정도인데 습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기온이 40도를 넘어가면 온열질환자가 폭증하면서 말 그대로 ‘살인더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회장은 1991년 국립기상연구소에 연구관으로 들어가 기후연구실 초대 실장(2000년), 국립기상연구소장(2010년), 기상청 기후과학국장(2012년)을 역임한 뒤 퇴임해 현재 한국기후변화학회 4대 회장을 맡고 있는 국내 기후변화 연구 최고 전문가다. 사실 그가 기상학과를 졸업해 기후변화를 연구해 보겠다고 할 때만 해도 국내에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정말 소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는 동아일보 기사에 소개된 ‘광프리카(광주+아프리카) 바나나’와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달걀프라이’ 사진을 보며 “일반 시민들까지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느끼고 우려하는 증거”라고 말했다. 사실 과거에도 자연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학자보다 더 빠르게 체감하고 있었다고 한다. 권 회장은 “잘 아는 교수가 10여 년 전 충남 서산에 갔다가 마늘 농사하는 분들을 만났는데 원래 한(寒)지역 마늘을 재배하던 농부들이 다 난(暖)지역 마늘을 키우고 있다고 해서 물었더니 농부가 ‘지구 온난화 때문인 거 모르느냐’고 답했다더라”고 말했다.

이례적인 폭염이 덮친 지난해 온열질환자 수는 2123명으로 2015년(1056명)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닥치면 어떤 재앙이 일어날지 모른다. 권 회장은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에 마일리지가 있듯 ‘이 자동차는 1000km를 달리면 2.3t의 온실가스를 내뿜는다’는 식으로 모든 제품에 탄소 마일리지를 부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에 대한 기대도 털어놨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일시 가동 중단 정책에 대해서는 “미세먼지 덕에 온실가스를 줄였다”며 웃었다. 새 정부의 재생에너지 비율, 친환경차 확대 정책도 잘 실행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권원태#여름#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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