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동화 하듯… “밥상머리서 인성교육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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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경험많은 은퇴 보육교사 활용
어린이집 점심시간 식사지도

1일 서울 종로구 종로생명숲어린이집에서 은퇴 보육교사 송경숙 씨가 아이들에게 밥과 반찬을 나눠 주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60세 이상
교사를 점심시간에 어린이집으로 보내 식사 지도를 돕는 ‘보육 시니어 인성밥상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1일 서울 종로구 종로생명숲어린이집에서 은퇴 보육교사 송경숙 씨가 아이들에게 밥과 반찬을 나눠 주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60세 이상 교사를 점심시간에 어린이집으로 보내 식사 지도를 돕는 ‘보육 시니어 인성밥상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오늘은 청국장국이네. 힘이 세지고 얼굴이 예뻐지게 만들어주는 청국장. 두부와 무도 들어있네. 시금치 반찬까지 골고루 맛있게 먹자.”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생명숲어린이집에서는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 선생님’이 조그마한 아이용 식탁에 함께 앉아 구연동화 하듯 다소 과장된 목소리와 몸짓으로 이렇게 말했다. 시금치를 싫어한다던 아이도 “우아, 맛있다”며 먼저 먹는 할머니 선생님의 시범에 방긋 웃으며 따라 먹었다. 몸을 축 늘어뜨린 채 식판에 입을 대고 먹던 아이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할머니 선생님의 부드럽지만 따끔한 충고에 금세 바로 앉았다. 이들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보육 시니어 인성밥상 교육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은퇴 보육교사다.

어린이집 일과 중 점심식사는 아이와 보육교사 모두에게 가장 힘든 시간으로 꼽힌다. 실제로 안전사고 및 아동학대 사건은 점심시간에 주로 일어난다. 게다가 교사 1명당 아이 수가 7명인 2세 반과 달리 3세 반은 아이 수가 2배 이상(15명)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교사들은 식사 지도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재단은 보건복지부 산하 보육인 시니어직능클럽과 함께 3월부터 보육교사 및 일반교사 자격증이 있는 60세 이상 시니어 교사를 어린이집 점심시간에 파견해 식사 지도를 돕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총 8개 어린이집에서 23명이 활동 중이다. 보통 주 5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활동한다. 보수는 하루에 3만5000원이다. 이들은 ‘인성밥상머리 선생님’이라고 불린다.

현장의 반응은 좋다. 종로생명숲어린이집의 인성밥상머리 선생님인 고귀옥 씨(60)는 “나이가 드니 오래 근무하는 게 힘들었는데 2시간만 일할 수 있어 좋다”며 “아이들과 만나니 다시 젊어지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실제 9개월 된 손주가 있는 고 씨는 “아이들이 다 내 손주 같아서 사랑스럽고 예쁘다”고 덧붙였다. 15년 경력의 송경숙 씨(63)는 “점심시간에 교사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며 “할머니이자 오랜 보육교사의 노하우로 아이들을 지도한다”고 말했다.

이선우 종로생명숲어린이집 원장은 “핵가족 시대라 할머니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는 아이도 많은데 인성밥상머리 선생님이 세대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해준다”며 “실제로 아이들이 선생님을 무척 편안해 하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유석쟁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전무는 “보육 시니어 인성밥상 교육은 아이와 현직 교사 및 보육 시니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며 “점차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어린이집#점심시간 식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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