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범(汎)중화권 기업들이 디스플레이 패널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해 한국 기술에 도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TV 제조사들은 퀀텀닷 기술을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필자를 포함한 서울대 연구진은 몇 년 전 환경과 인체에 유독한 카드뮴을 쓰지 않은 ‘친환경 퀀텀닷 LED’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 퀀텀닷을 이용한 상용화 제품이 나왔다고 하니 더욱 반가웠다.
퀀텀닷은 크기가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분의 1에 불과한 나노 크기의 반도체다. 물질을 바꾸지 않고 입자 크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색을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색을 가장 정확하고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 태양전지, 조명, 위조화폐 분석은 물론이고 몸속에 주입해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도 쓰인다. TV 디스플레이는 퀀텀닷의 활용도가 높은 분야다. 다양한 크기의 화면에 적용하기도 쉬운 데다 무기물인 퀀텀닷과 디스플레이가 만나게 되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내구성을 보이는 장점을 갖췄다.
최근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화질을 위해 어두운 부분은 더욱 어둡게, 밝은 부분은 더 밝게 명암비를 세밀하고 정교하게 나타내는 HDR(High Dynamic Range) 기술이 화제다. 이 기술에 스스로 빛을 내는 반도체인 퀀텀닷을 적용하면 세밀한 명암 단계별로 광범위하고 정확한 색 표현이 가능해진다. 에너지 효율도 높다. 이 때문에 국내외 다수의 TV 제조사들이 앞다퉈 퀀텀닷을 이용한 TV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다행히 퀀텀닷 기술은 국내 기술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친환경 비카드뮴 기술이다. 현재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카드뮴을 쓰지 않는 퀀텀닷 기술을 상용화해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퀀텀닷은 국내 업체들의 미래 생존 여부를 가를 핵심 미래 기술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또 높은 광효율과 안정성, 저전력 등을 기반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전기 전자 및 에너지, 바이오 소재로의 응용 기술 개발 또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퀀텀닷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는 산업의 새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일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풍요와 행복을 증진시키는 노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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