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 포토샵 픽스 신기능, "인턴인 제가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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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3월 18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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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가 공개한 포토샵 픽스(Photoshop Fix)는 데스크톱용 포토샵의 핵심 기능을 담았으며, 특히 모바일 버전에만 존재하는 신기능 '안면인식 유동화(Face Aware Liguify)'가 추가돼 인물 사진을 더 간편하고 자연스럽게 수정할 수 있다. 사진 속 얼굴의 이목구비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이 기능을 통해 일일이 브러시를 움직여 얼굴을 '뽀샵(사진 수정/보정을 뜻하는 은어)'할 필요가 없다. 이목구비 위에 놓여진 동그라미를 터치해 상하좌우로 손가락을 쓱 움직이기만 하면 원하는 보정효과를 낼 수 있다.

포토샵 픽스의 인기 기능 중 하나인 안면인식 유동화 기술 개발은 한국인 인턴이 주도했다. 바로 지난해 3월부터 미국 어도비 본사에서 인턴 프로그래머로 근무하고 있는 박가혜씨다. 그는 약 6개월의 프로젝트 기간에 안면인식 유동화 기능의 실질적인 개발 책임을 맡았다.

보통은 연구와 개발이 별개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드물게, 연구 없이 제품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어도비는 박씨에게 몇 가지 기능을 테스트 삼아 개발시킨 후, 실력을 확인하고 3주 만에 안면인식 유동화 기능 전체를 책임지도록 개발을 맡겼다.


"물론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공식 출시일에 맞춰 바쁘게 작업을 진행해야 했고, 개발을 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안면인식 유동화 기능의 전체적인 구현 기술 관련 아이디어는 어도비의 멘토로부터 지도 받았습니다. 다양한 이론을 설명해주시면 제가 직접 구현해보고 문제점을 조금씩 해결해 나갔죠. 특히, 얼굴 변형 모드 디자인은 어도비 랩(Adobe Lab) 디자이너에게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완성했습니다"고 말했다.

교육이 아닌 실전을 통해 개발 경험을 쌓은 셈이다. 실제로 그는 매주 포토샵 모바일 팀 회의에 참석해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다른 팀원으로부터 제품 개발 관련 사항을 확인하는 등 어엿한 팀원으로 활약했다. 이 과정에서 어도비 소프트웨어의 UI가 어떻게 개발되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안면인식 유동화 기능의 초기 인터페이스를 수많은 화살표로 표현했었는데, 다소 복잡하고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UX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면서 차츰 사용자 경험 및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갔습니다. 심플한 원으로 구성된 현재의 인터페이스는 어도비 UX 디자이너와 매니저, 어도비 랩의 디자이너, 그리고 많은 팀원의 아이디어와 피드백이 녹아 완성된 결과입니다"

이렇게 개발한 기능은 지난 9월 아이패드 프로가 공개된 '애플 스페셜 이벤트'와 10월에 열린 어도비 맥스 컨퍼런스 키노트 세션에서 소개됐다. 핵심 기능을 직접 개발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전세계에 선보인 만큼, 앱에 대한 그의 애정도 남다르다. 그는 포토샵 픽스의 안면인식 유동화 기능에 대해서 다른 앱의 유사한 얼굴 리터칭 앱과 비교해 기본 원리부터 다르다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일일이 브러시를 움직여야 하는 대부분의 기존 보정 앱과는 달리 포토샵 픽스는 사진 속 이목구비를 자동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안면인식 유동화와 유사한 기능이 구현되어 있는 얼굴 리터칭 앱이 있기도 한데, 이것은 기존 포토샵 픽셀 유동화(liquify) 기능을 얼굴 변형 목적에 맞춰 만든 것입니다. 픽셀 유동화 기능은 브러시를 이용해서 픽셀들을 특정 방향으로 밀거나, 모아서 이미지를 변형하는 기능이죠. 하지만 포토샵 픽스의 안면인식 유동화 기능은 브러시로 픽셀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앱이 사진 속 얼굴에 대한 3D 지도(mesh)를 만들어 이를 직접 조정해 얼굴을 변형하는 원리입니다"


그는 어도비 본사에서의 인턴 경험은 프로그래머로서의 중요한 첫 발이었다고 말한다. 인턴 기간 중 제품 출시, 특허 등록, 워크샵, 회의, 인턴쉽 홍보물 참여 등 많은 것을 경험하고 이룰 수 있었다. 진로를 포함해 다방면으로 얻은 것도 많고, 깨달은 바도 많은 매우 뜻 깊은 기회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그래픽 프로그래머의 길은 미술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에서 기인했다. 컴퓨터 공학과에 입학해서도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전문 분야로 삼았다. 포토샵, 프리미어 프로 등 주요 소프트웨어도 이 과정에서 접했다.

"프로그래밍은 그림 그리는 것과는 달라요. 연필을 잡으면 마음대로 그릴 수 있지만 프로그래밍에서는 벽이 자주 느껴져서 답답해질 때가 있죠. 하지만 익숙해질 수록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 프로그래밍이에요. 결국에는 원하는 것을 마음껏 창조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 지금 이 일을 선택한 것이 참 뿌듯합니다"

동아닷컴 IT전문 이상우 기자 ls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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