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혈전-협착 등 부작용 많았던 스텐트 이제 온몸 막히는 곳에 두루 사용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진한 기자.의사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나이가 들면 뇌, 심장 등 중요한 장기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는 질환들이 속속 발생합니다. 특히 심장에 잘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심장동맥이 막히는 ‘심근경색’과 심장동맥이 좁아지는 ‘협심증’입니다. 모두 급사와 관련된 응급질환이어서 증상이 생긴 뒤 골든타임인 6∼12시간 내에 치료받아야 됩니다. 이때 막힌 혈관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술법이 관상동맥중재술 입니다.

이는 다리에 있는 동맥으로 유도관을 심장동맥 입구까지 삽입해 금속 철망 모양의 스텐트나 풍선 등으로 막힌 부위의 심장혈관을 뚫는 시술입니다. 과거엔 가슴을 여는 수술이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1979년 스위스 취리히대의 안드레아스 그륀치히 박사가 풍선을 이용해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을 성공하면서 이 분야 치료가 급격하게 발전을 했습니다. 심장동맥 내에 금속 스텐트를 이식하는 시술은 1986년에 최초로 시도됐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스텐트가 처음부터 좁아진 혈관을 넓혀 주기 위해 사용된 의료기기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영국의 치과의사인 찰스 스텐트가 1856년 구강 피부를 이식하기 위한 지지대로 개발한 것이 스텐트의 시작이었는데요. 스텐트도 그 치과의사의 이름을 딴 것이죠.

그런데 스텐트가 처음부터 의료현장에서 환영받지는 못했습니다. 스텐트 주위로 혈전이 생기면서 오히려 혈관이 재협착되는 경우도 많았고, 병변에 위치시킨 스텐트가 그 자리를 이탈하는 경우도 있어서 가슴을 여는 수술보다 우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의료기술의 발전과 함께 스텐트도 따뜻한 의료기기로 변했습니다. 스텐트의 가장 큰 변화는 재질의 변경과 약물 코팅이었습니다. 초기 합금 재질에서 시작된 스텐트는 코발트-크롬 합금 등이 적용되면서 유연성도 높아져 그 능력도 배가되었습니다. 또 스텐트 내 재협착을 방지하기 위해 면역억제제와 같은 약물을 스텐트에 코팅한 스텐트가 개발돼 지금은 국내에서만 연간 2만 건이 시술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엔 혈관에서 완전히 흡수돼 없어지는 스텐트가 등장해 향후 스텐트 시술의 패러다임에 혁신이 예상됩니다.
약물방출 스텐트 오닉스
약물방출 스텐트 오닉스


업소브라는 스텐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녹아서 3년이 지나면 체내에 완전히 흡수돼 혈관 내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인데요. 업소브의 성분은 자연스럽게 녹아 없어지는 소재인 폴리락타이드로, 체내에서 봉합사와 같은 의료용 소재로 많이 쓰입니다. 혈관에 스텐트가 남아 있지 않으면 혈관이 가진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고, 나중에 재수술도 용이하며 환자는 1년 동안만 혈전용해 약물을 복용함으로써 약물 복용에 대한 부담감도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보험혜택을 받지 못해 시술 비용 200만원 정도(서울아산병원 기준)를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되는 단점도 있습니다.

녹는 스텐트 업소브
녹는 스텐트 업소브


스텐트는 심장동맥 질환 치료뿐만 아니라 식도, 십이지장 등 소화기 내의 종양 등으로 인한 협착을 막기 위해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 요관, 담관이나 기관지, 말초혈관, 뇌혈관, 대동맥 등에도 스텐트를 이용하는 등 점차 사용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우리 온몸 막히는 곳에 사용되는 스텐트의 큰 변화를 기대해 봅니다.

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