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년 이전엔 아프리카에 유라시아인 유입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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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 UNIST 교수팀 에티오피아 고인류 화석 게놈 분석
“순수 아프리카 혈통” 처음 밝혀내

아프리카 모타 동굴에서 발견된 고인류 화석은 유전체 분석 결과, 유라시안의 유전체가 없는 순수 아프리카 혈통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이언스 제공
아프리카 모타 동굴에서 발견된 고인류 화석은 유전체 분석 결과, 유라시안의 유전체가 없는 순수 아프리카 혈통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이언스 제공
박종화 교수
박종화 교수
현생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출현했다는 ‘아프리카 기원설(Out of Africa)’은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하지만 현재 아프리카인의 25%는 유라시안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이는 농경 사회가 팽창하면서 유라시안이 아프리카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그간 학계에서는 이 시기를 3000년 전경으로 추정해 왔다.

국내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4500년 된 고인류 화석의 유전체(게놈)를 분석해 이런 추정에 무게를 싣는 결과를 처음으로 얻었다. 연구팀은 에티오피아 동남쪽 모타 동굴에서 발견된 화석이 유라시안의 유전체를 전혀 지니지 않은 순수 아프리카 혈통이라는 분석 결과를 ‘사이언스’ 9일 자에 발표했다.

온도가 높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화석이 수천 년간 온전한 상태로 보존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오랜 기간에 걸쳐 박테리아에 오염되는 등 외부 정보가 섞이는 만큼 화석 고유의 유전정보를 추려내는 일도 까다롭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팀은 더블린대가 추출한 화석의 DNA를 넘겨받아 시퀀싱(염기서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모타 동굴인은 갈색 눈에 검은 피부를 가진 남성으로 유라시안의 모습과는 다른 것으로 판명됐다. 또 우유를 소화하는 유전자가 없어 농경 사회 이전인 수렵채집 문화권에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소 4500년 전까지 유라시안이 아프리카에 유입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박 교수는 “한 사람의 게놈에는 민족 전체의 진화 정보가 포함돼 있고 방대한 생명 의료 정보가 새겨져 있다”며 “고대 화석의 유전체는 인류의 뿌리를 찾는 핵심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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