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클리닉]“만성질환자의 정신건강 관리, 치료효과 높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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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자의 관리

이기경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왼쪽)이 한 신부전증 환자와 정신 건강 상담을 하고 있다.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제공
이기경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왼쪽)이 한 신부전증 환자와 정신 건강 상담을 하고 있다.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제공
자영업자 진종운 씨(67)는 20대 초반에 신부전증 진단을 받았다. 질환은 만성으로 발전해 40대 중반 투석치료를 시작했고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의료진은 진 씨의 수명을 50대 정도로 예상했지만 70대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진 씨는 삶의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 씨는 “늘 엄격하게 제한되는 식단과 생활습관을 감수해야 하고, 금전적인 부담에 시달려야 했다”며 “가족들이 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고, 때때로 나를 짐처럼 여기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몸의 병이 마음의 병으로 커져가고 있는 셈이다.

만성질환자, 가족 친지에게 짐 될까 걱정

만성질환자가 가장 고통을 받는 부분은 신체 기능 및 외형 변화에 따른 자존감 저하다. 특히 질병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오래되면 극심한 심리적 변화를 겪을 수 있고 무기력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고립감도 만성질환자의 심리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입원치료로 인해 가족과 분리되면서 혼자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가족이나 동료에게 ‘짐을 지워주는 것 같다’는 부담감도 있다. 또 병이 언제 나을지 모른다는 걱정, 친밀한 타인들로부터 소외된 것 같다는 불안 등이 정신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기경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만성질환자의 정신 건강이 악화되면 그 자체로 사망률이나 자살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회복도 저하된다”며 “만성질환자 치료에 정신건강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가족 구성원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령의 만성질환자를 부양하고 있는 가족 구성원들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특히 환자가 어려움이 있을 경우 열린 마음을 갖고 가족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가족도 적절한 휴식과 마음의 안정을 취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질환은 단기간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국가기관이나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꺼리지 말아야 한다.

뇌중풍, 신장질환, 관절염 환자 정신건강도 챙겨야


정신건강까지 염려해야 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관절염이다. 노인이 되면 퇴행성으로 발생하는 관절염은 생활에 제약이 크고 통증이 심각해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무기력감 우울감에 빠지기 쉬운데, 상담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뇌중풍(뇌졸중)도 마찬가지다. 한번 뇌중풍으로 쓰러지면 충격과 공포가 상당하다. 뿐만 아니라 뇌손상 부위에 따라 신경전달물질에 변화가 생겨 우울한 기분이 될 수 있다. 장기치료율이 높은 신장질환 역시 말기에 이르러 요독소가 증가해 우울증이 발현할 수 있다.

이기경 과장은 “만성질환자의 정신건강 관리는 치료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환자와 보호자 간의 관계를 증진시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신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은 만성신부전증, 치매, 암 등의 중증질환에 대해 정신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이 밖에도 입원 환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풍선아트테라피, 원예테라피, 웃음테라피, 종이접기테라피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힐링콘서트’, ‘암예방 쿠킹레시피’ 등 행사를 통해 환자 및 보호자들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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