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먹으며 스트레스 풀어… 糖중독이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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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체험 클리닉]<21·끝> 단순糖의 저주 끊기

당 과다 섭취로 인한 몸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본보 전주영 기자가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 동맥경화도 검사를 받고 있다. 분당제생병원 제공
당 과다 섭취로 인한 몸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본보 전주영 기자가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 동맥경화도 검사를 받고 있다. 분당제생병원 제공

날마다 계속되는 취재 스트레스, 취재원과의 잦은 술자리….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언제나 기자는 초콜릿을 찾았다. 단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이다. 많이 먹을 때는 하루 권장 칼로리(2000Cal)의 절반 이상을 초콜릿으로 때웠다.

특히 카페문화가 발달하면서 커피와 함께 케이크, 마카롱, 쿠키 등 각종 간식들이 다양해졌고 단것의 유혹은 커져만 갔다. 대개 충동적인 당 과다 섭취는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는 20, 30대 여성 직장인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하지만 이러한 식습관을 지속하면 40, 50대에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이 올 수 있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더 늦기 전에 병원을 찾았다.

○ 초콜릿이 초콜릿을 부른다…당의 저주

충동적으로 당을 과다 섭취하는 습관을 치료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임상영양내과 백현욱 교수를 찾았다.

백 교수는 먼저 기자의 동맥경화도 검사,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복부 초음파검사를 진행했다. 다행히도 기자는 비만, 당뇨병을 비롯한 대사증후군은 없었다.

하지만 기자의 평소 식습관을 살펴본 백 교수는 ‘단순당 중독’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단순당은 설탕 맥아당 유당 등 인체에서 소화시킬 필요가 없는 당으로 혈당을 쉽게 올린다. 식사 대신 먹었던 과자, 초콜릿 등이 이에 해당된다.

단순당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검사를 했다. 우선 백 교수는 기자에게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초콜릿의 최대량을 먹게 한 뒤 30분 간격으로 혈액을 채취해 혈당과 혈액 속에 당을 줄이는 호르몬인 인슐린양을 체크했다. 기자가 한 끼를 굶는 대신에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의 양은 1184Cal. 모두 시중에 파는 K초콜릿, D샌드, M초코과자 등이다. 보통 여성의 1일 필요 열량이 2000Cal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양이다.

초콜릿을 먹기 전에는 낮았던 인슐린 수치가 섭취 후 30분이 지나자 서서히 올라갔다. 섭취 전에는 mL당 6.35μU이었던 인슐린 수치가 1시간이 지나자 mL당 50.82μU까지 올랐다. 반대로 혈당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었다. 섭취 전 혈당량은 dL당 127mg이었지만 섭취 후 1시간 반이 지나자 dL당 85mg까지 내려갔다. 초콜릿이 혈당을 올릴 것이라는 단순한 예측과는 반대로, 인슐린이 과다 분비돼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백 교수는 “초콜릿 등 당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가 풀리고 힘이 날 것 같지만 과다하게 먹었을 때는 저혈당 증상이 오기 때문에 오히려 기운이 빠져 또 당을 찾는다”고 말했다. 기자가 초콜릿을 먹고 난 2, 3시간 뒤 다시 초콜릿을 찾았던 악순환의 이유였던 셈이다.

○ 2주만 참으면 유혹 이겨낼 수 있어

담배를 끊고 싶을 때는 니코틴 패치를 사용한다. 하지만 단순당 중독을 이기고 싶을 때는 마땅한 대체재가 없다. 약물이나 주사 등 간단하고 직접적인 처방이 없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백 교수는 “가급적이면 가공물보다는 자연식품을 먹어라”라고 조언했다. 단순당은 보통 가공된 식품에 많이 들어있는데,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품을 먹으면 단순당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고 싶은 유혹을 억제해 준다는 것이다.

처음엔 초콜릿의 유혹을 견디기 힘들어 이틀, 사흘에 한 번씩 조그만 초콜릿을 먹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바나나 귤 등 나만의 대체식품을 찾아냈고 초콜릿 없이 살 수 있는 시간이 나흘, 닷새로 길어졌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는 영양성분이 표시된 제품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영양성분이 표시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가공된 식품인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가공된 식품을 사야 할 경우에는 꼭 탄수화물 함량에 속해 있는 당 함량을 확인했다. 회식 자리에서도 기본으로 제공되는 과자 안주 대신에 양념이 되지 않은 채소와 고기를 먹었다.

이렇게 2주가 흐르자 스트레스를 받거나 편의점, 마트를 지날 때마다 초콜릿이 생각나던 습관이 싹 사라졌다. 예전엔 카페에서 커피만 주문하면 뭔가 아쉬웠지만 이제는 딱히 아쉽지 않을 만큼 입맛이 변했다. 놀랍게도 예전보다 몸이 가벼워지고 속이 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백 교수는 “2주 동안만 집중해서 단순당 섭취를 억제해도 몸에서 먼저 반응이 온다”면서 “중요한 것은 무너지지 않고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치의 한마디 “불규칙한 식사 - 폭식도 영향… 아침 꼭 먹어야” ▼

백현욱 분당제생병원 임상영양내과 교수
백현욱 분당제생병원 임상영양내과 교수
전주영 기자는 식습관이 불규칙하고 공복감이 생길 때 단순당이 포함된 음료, 과자, 초콜릿 등을 폭식하는 습관이 있었다. 또한 치킨과 삼겹살을 안주로 한 소주, 맥주의 음주 횟수가 잦았다.

또 오후의 피로감은 단순당의 과다 섭취와 이로 인한 급격한 인슐린 분비로 찾아온 저혈당과 연관이 있다. 실제 평소 섭취하는 간식 복용 뒤 시행한 당부하 검사상 혈청 인슐린이 8배 정도 상승하고 이에 따른 혈당 저하 소견을 관찰할 수 있었다.

연령이 낮고 과체중은 아니어서 총 체지방량 자체는 그리 많지 않았으나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상 복부 피하지방이 다량 축적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당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고, 단것으로 끼니를 대신하는 습관을 없애며 가급적 제 시간에 식사를 해야 된다. 당만이 아닌 짠 음식과 조미료 등을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

신선한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과일 또한 지나치지 않게 적정량 섭취한다.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함께 운동을 병행해 상대적으로 적은 근육량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초콜릿#당 중독#당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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