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면증은 뇌 속에서 각성을 유도하는 하이포크레틴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부족으로 발병하며, 낮동안의 심한 졸음이 특징인 질환이다. 10년 전만 해도 기면증은 의사들에게도 생소한 질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매스컴 영향으로 일반인에게도 어느 정도는 알려져 있다. 수면클리닉을 찾는 기면증 환자 중엔 자신의 심한 졸음 증상을 관찰한 친구가 알려줘서 기면증에 대해 잘 알게 됐다는 환자도 많다.
기면증의 졸음 증상은 대개 사춘기 무렵부터 시작되는데 증상이 서서히 진행된다. 따라서 그 무렵엔 여러 이유로 졸음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흔하기 때문에 특별히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졸음이 일상화됐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 병원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길을 가다가 쓰러져서 잠이 들 정도는 돼야 기면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렇게 심한 졸음을 겪는 기면증 환자는 상당히 드물다. 그런데 매스컴에는 심한 증상을 가진 환자만 소개되다 보니 오해가 많은 질환이다. 즉 ‘나는 저렇게 졸리지는 않으니까 기면증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기면증이 난치성 질환, 즉 완치가 안 되는 질환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병원에 가도 낫지 않는 병이니 병원에 가도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면증은 난치성 질환이지, 불치병은 아니다.
기면증 진단 수년 뒤 졸음 증상이 완전히 없어져서 약을 복용하지 않는 환자도 있다. 또 나이가 들면서 졸음 증상이 점점 줄어들어서 약을 안 먹고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기도 한다. 이를 뇌 속에 있는 또 다른 각성물질인 히스타민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가 알레르기, 재채기를 치료하기 위해서 복용하는 약물은 히스타민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이다. 그래서 감기약을 먹고 졸음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기면증 환자는 하이포크레틴이라는 각성물질이 부족해서 졸음이 생긴다. 그런데 기면증이 발병한 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뇌에서 각성물질을 만들어 내는 히스타민 뉴런이 늘면서 하이포크레틴 부족으로 인한 졸음을 줄여준다.
이 때문에 기면증 발병 뒤 시간이 지날수록 졸음 증상이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졸음을 느끼는 모든 사람이 기면증 환자는 아니다. 그러나 석 달 이상 졸음이 지속될 경우에는 기면증을 포함한 수면장애가 있을 지 모른다.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면 졸음이 초래하는 여러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고 평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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