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자를 들고 분주히 돌아다니는 이삿날의 풍경이 사라질 날이 다가왔다. 길이를 측정하는 센서가 부착된 장갑을 끼고 손가락만 벌리면 서랍장 길이를 바로 알 수 있다.
23, 24일 양일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홍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웨어러블 X 페어’에 가면 이처럼 새로운 개념의 웨어러블 기기와 관련 기술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이사용 장갑’은 고등학생 4명이 고안한 것으로 ‘지오메트리 핸드’라는 이름으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장갑은 물체의 각도도 잴 수 있어 액자를 걸 때 수평이 맞는지 금세 확인할 수 있다. 또 장갑을 낀 채 이삿짐을 들면 무게가 표시돼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지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회식 문화를 바꿔 놓을 웨어러블 기기도 등장했다. 김영희 홍익대 디지털미디어디자인전공 교수가 개발한 셔츠는 술에 취하면 칼라에 달린 센서가 입김 속 알코올을 감지해 어깨에 내장된 발광다이오드(LED)를 밝힌다. 셔츠에는 이렇게 감지한 알코올 농도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기술도 포함됐다. 이 셔츠를 입고 있는 한 아무리 “안 취했다”고 우겨도 셔츠 색이 바뀌면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학생 4명으로 이뤄진 일반인 팀이 내놓은 ‘스마트 생리대’도 눈길을 끈다. 이 생리대에는 혈액감지 센서가 달려 있어서 여성의 생리혈 양을 체크해 교체할 때를 알려준다. 이 생리대를 이용하면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거나 옷에 묻을까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번 행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창의재단이 웨어러블 기술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했다. 웨어러블 X 페어에서는 학교와 병원, 운동장 등 일상생활 공간에서 웨어러블 기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전시장이 마련되며, 전문가를 위한 포럼과 세미나도 열린다. 또 ‘만보계 만들기’ 등 웨어러블 기기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코너도 준비된다. 웨어러블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또 그간 창조경제타운 아이디어 공모전 ‘신기해’를 통해 선발된 웨어러블 기기 3점을 놓고 순위를 가리는 결선대회도 열린다. 이사용 장갑과 스마트 생리대 외에 위급한 상황에서는 맥박이나 피부전도도 등 생체신호를 감지해 자동으로 주변 상황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전송하는 기술도 우승 후보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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