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고의 피부암 전문가로 손꼽히는 게리 마크 할리데이 시드니대 의대 피부과 교수(59·사진)는 지난달 2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피부암 증가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강한 자외선이 주원인인 피부암은 흑색종, 편평세포암, 파젯병, 카포시육종 등 피부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원래 이 병은 햇볕이 강한 지구 남반구 거주자나 피부가 약한 백인들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호주는 매년 피부암 사망자만 1900명에 이르고, 70대 노인 3명 중 2명이 피부암 진단을 받는다.
하지만 피부암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우리나라에서도 피부암 환자는 계속 늘고 있으며 가장 악성인 흑색종 환자는 매년 8%씩 늘고 있다. 할리데이 교수는 “검진 인원 증가와 진단 기술 발전을 고려해도 흑색종 환자 증가율이 연 8%나 되는 건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할리데이 교수는 국내에서 피부암 환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한국인들의 자외선 노출 빈도가 이전보다 늘어난 점과 과도한 인공선탠을 지목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암 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35세 이전에 인공선탠을 경험하면 흑색종에 걸릴 확률이 75%나 증가했다는 것. 그는 “2009년 WHO가 이미 인공선탠 기기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면서 “미용 목적으로 선탠기계를 과도하게 이용하면 피부 노화와 유전자 변이를 촉진해서 피부암에 걸리는 건 시간문제다”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피부암 발병률 1위 국가인 호주는 지난해 10월부터 인공선탠을 전 지역에서 금지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은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인공선탠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할리데이 교수는 “한국은 인공선탠숍 운영에 대한 안전기준과 교육기관이 전무하다”면서 “당장 인공선탠을 금지할 수 없다면 미성년자 이용을 제한하거나 자외선 최대 노출 기준을 정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