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첨단의학을 달린다]대학병원, 환자 위해 쉼없는 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내-외과 시술을 한 번에, 검진은 보다 편안하게, 미래 위한 연구는 꾸준히
의술, 첨단을 입다

고려대 안암병원 줄기세포연구소는 축적된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줄기세포에 기반한 맞춤형 재생의료의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고려대 안암병원 줄기세포연구소는 축적된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줄기세포에 기반한 맞춤형 재생의료의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최근 대학병원들은 좀더 효과적으로 질병을 고칠 수 있는 첨단 치료기법을 시행하는 한편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에 대한 생존율이 높아지고 이식수술 성공률이 오르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주요 대학병원들은 향후 생존의 화두가 연구능력 제고에 있다고 보고 우수 인력을 앞다퉈 유치하고 있다. 환자들이 마음 편하게 쉬면서 건강검진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설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첨단 의료기술로 성공적 치료

심근경색으로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이모 씨(71)는 난생처음으로 수술을 받게 돼 불안감이 컸다. 이 병원은 이 씨에게 신기술을 사용한 수술을 적용했다. 수술 이름은 ‘하이브리드 수술’이었다. 심장질환 치료에 내과적인 요법인 ‘스텐트(그물망) 삽입술’과 외과적인 수술을 병행해 양쪽의 장점을 모두 취하는 방법이다. 새 기술로 수술을 받은 이 씨는 경과가 좋아 얼마 전 품었던 불안감을 말끔히 씻어냈다.

수술기법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트렌드가 불고 있다. 과거에는 환자의 질환을 치료할 때 내과의사의 약물치료와 외과의사의 수술을 엄격하게 구분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하이브리드 요법을 이용하면 전에 비해 절개하는 부위가 줄어 회복 기간은 짧아지고 질환을 깔끔하게 치료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은 심장의 근육인 심근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서 생기는 병이다. 내과적으로 풍선이나 스텐트를 이용해 막힌 혈관을 뚫거나 넓힌다. 외과적으로는 혈관이 막힌 부위의 뒤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는 ‘관상동맥우회로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과거보다 내구성이 뛰어난 스텐트가 개발됐다. 시간이 지나도 스텐트가 막히지 않고 잘 유지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상동맥우회로술도 수술 부위를 훨씬 작게 절개하고도 같은 효과가 있는 최소침습수술로 환자들의 회복 시간이 많이 단축되고 있다. 이렇게 발전된 스텐트 삽입술과 최소침습의 관상동맥우회로술을 혼합한 게 서울성모병원에서 시행된 하이브리드 수술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도 병원 동관 3층에 하이브리드 수술실이 있다. 이곳에서는 초고난도의 심혈관 질환 수술을 시행한다. 이곳 역시 한 장소에 내과 시술과 외과 수술이 모두 가능한 혈관 조영장비와 수술 장비를 동시에 설치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이 한 수술실에서 협진하며 치료해 많은 환자들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건강검진도 최첨단으로

병 치료뿐만 아니라 건강검진에도 최첨단 의술에 힘입어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건강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예방을 통해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건국대병원 헬스케어센터는 새로운 개념의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다. 휴식과 건강검진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스마트 휴(休)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를 이용하는 고객은 여유 있게 휴식을 취하면서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흉부나 복부 컴퓨터단층 촬영(CT), 머리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전신 양전자방출단층 촬영(PET-CT)을 한다.

이 프로그램의 일정은 1박 2일부터 4박 5일까지 다양하다. 100개의 병실을 만들 수 있는 공간에 29개의 VIP 병실을 만들어 넉넉한 휴식 공간을 보장한다. 종교 활동을 위한 기도실은 물론이고 개인별로 원하는 영상물을 골라 볼 수 있는 비주얼센터도 있다.

차병원 그룹이 운영하는 ‘차움’도 최신식 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국인의 발병률이 높은 암을 위주로 크게 3가지 유형의 암 검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10대 암 검진 프로그램, 7대 암 검진 프로그램, 라이트 암 검진 프로그램이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차움 프리미엄 10대 암 검진 프로그램’이다. 위암과 대장암 등 10대 암에 뇌종양 검사를 더해 정밀검사를 시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국내 최저선량 CT 장비와 최첨단 MRI 촬영 장비인 ‘옵티마 450w’가 사용된다. 이 장비는 방사선 노출량을 줄여 환자에게 주는 부담을 줄였다는 특징이 있다.

미래를 위해 연구에 투자

대학병원들은 최첨단 의술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중 고려대의료원은 안암, 구로병원이 모두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고 자평한다.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되면 정부의 다양한 정책적인 지원에 힘입어 의료 산업화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암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을 한다든지 신경손상으로 인해 걷지 못하는 환자가 걸을 수 있도록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고려대의료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건 2005년부터 세운 장기적인 비전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대학병원은 규모의 경쟁이 아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연구역량의 질적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준비해온 것이다. 다른 의료기관이 대형화를 발전전략으로 내세울 때 고려대의료원은 적정병상 수를 유지하면서 대학병원 본연의 기능인 연구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우수 연구인력을 양성하고 인프라를 마련해 집중 투자해왔다.

고려대의료원은 의대 본관과 기초의학관인 ‘문숙의학관’을 준공해 기초의학 인프라를 구축하고 2020년까지는 국제 바이오-메디컬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워 매머드급 산학연 연구중심 클러스터를 완성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연구중심병원인 서울대병원도 우수한 인력을 기반으로 연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4월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서울대병원은 연구중심병원의 모델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업계와 대학, 연구소의 삼각 축을 아우르는 연구개발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통해 10년 안에 세계 상위 5대 연구중심병원에 진입하는 구상을 하나하나 실현하고 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