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의약]제약사들 올 주총, 글로벌 경쟁력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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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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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의 선전을 바탕으로… 2013, 해외공략이 대세다

《 지난해 제약업계에는 짙은 먹구름이 감돌았다. 정부의 약가 일괄 인하 조치는 경영에 대형 리스크로 작용했고, 리베이트 의혹도 불거졌다.

어려웠던 지난해의 여운 속에 제약사들은 이달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당연히 세간의 관심이 쏠렸고 사람들은 무거운 분위기를 예상했다. 그러나 지혜를 모아 난국을 돌파하자는 목소리가 더 힘을 얻었다. 》

‘변화’보다는 ‘안정’ 선택한 제약사들

제약업계는 지난해 약가가 평균 14% 일괄 인하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해외시장’과 ‘혁신’, ‘연구개발(R&D)’ 등이 주요 화두가 됐다.

또 경영환경 악화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지난해의 여러 사건을 혁신과 자성의 발판으로 삼자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제약사의 한 임원은 “제약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에 대한 주주들의 공감대가 마련돼 주총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해외시장 개척과 연구개발을 통한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조가 반영된 듯 대부분의 제약사는 기존 경영인을 재신임했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셈이다. 임직원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은 5연임에 성공, 제약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시대를 여는 기록도 세웠다.

시선은 ‘해외로’ 조준

올해 국내 제약사들의 최우선 목표 중 하나는 해외시장 공략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연구개발 활동의 성과가 가시화된 것도 해외 진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회사 전환에 성공하고 강정석 대표의 ‘3세 경영’ 시대를 연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주총에서 지난해에 이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화두로 내세웠다.

이동훈 동아쏘시오홀딩스 부사장은 “지난해 수출 부문에서는 브라질, 인도, 남아공, 러시아, 터키, 캄보디아 등 이머징 마켓에서 매출을 크게 높였다”며 “특히 일본으로 원료의약품을 수출해 2011년 대비 총 76.9%의 매출 성장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슈퍼항생제 ‘테디졸리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우선 검토 대상에 올라 검토기간이 6개월 단축된 점은 지속적 연구개발의 성과다.

녹십자도 해외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조순태 녹십자 대표이사는 주총에서 “올해는 ‘헌터라제’와 ‘신바로’ 등 신제품의 본격적인 매출을 실현하는 동시에 해외 현지법인의 인프라를 확충할 것”이라며 “독감백신 수출 등을 통해 글로벌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의 허일섭 회장도 “지난해는 모든 제약기업이 고난을 겪었지만 우리는 구성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연결기준 영업수익이 전기 대비 5% 성장했다”며 “연구개발 센터를 완공하고 신약개발을 확대하는 등 굵직한 계획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녹십자는 올 1월 태국 적십자가 뱅프라 지역에 발주한 760억 원 규모 혈액제제 플랜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허 회장이 직접 현장을 챙길 정도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연구개발’과 ‘적극투자’로 경쟁력 강화


현재 업계에서는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1조 원을 넘은 유한양행의 행보에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7627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상위 제약사 가운데 외형 증가가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해 매출 상승을 견인한 유한양행의 B형 간염치료제 ‘비리어드’와 고혈압 복합제 ‘트원스타’ 등 제품군은 올해도 전문의약품 분야에서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 역시 유한양행의 성장세가 상위 제약사 중 가장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김윤섭 대표이사는 올해 공격적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해 올 투자 목표치를 800억 원대로 높여 잡았다”며 “세계적 기술을 가진 바이오벤처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지분 투자 또는 인수합병(M&A)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진제약은 최근 충북 오송에 최첨단 의약품 원료 합성공장을 짓고 원료의약품 생산과 수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소염진통제 ‘크리페낙 정’ 등 신제품 10여 개를 출시해 성장성이 큰 고혈압치료제 제품군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특히 삼진제약은 기존 외용제의 한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먹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다. 간편한 복용으로 눈의 혈관까지 고농도 약효가 전달돼 점액물질 분비를 촉진하고 손상된 안구를 치료하는 효과가 확인된 상태다.

지난해 실적이 향상되고 자회사까지 선전한 종근당도 글로벌 신약 개발에 힘쓸 예정이다. 김정우 사장은 “지난해 당뇨병치료제 신약 ‘CKD-501’과 고도비만치료제 ‘CKD-732’ 등 글로벌 신약개발에 주력하고 신제품을 적기에 출시해 전년 대비 4.3% 증가한 4612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며 “앞으로도 책임경영을 통해 흔들림 없는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창립 40주년을 맞은 올해 슬로건을 ‘새로운 도전’으로 정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주총에서 “연구개발 분야에 900억 원을 투입하는 한편 복합신약을 통한 글로벌 수익을 본격화하겠다”라고 말했다. 2008∼2012년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기업 중 가장 많은 61건의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조아제약은 최근 복제돼지를 이용해 바이오의약품을 만드는 연구로 미국 특허를 확보했다. 이 특허는 동물의 젖에서 사람의 적혈구 생성 인자 등 유효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조아제약 관계자는 “외국 기업의 기술을 대체할 수 있어 특허사용료 등 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다”며 “새 특허가 회사의 장기적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일동제약도 다수의 신약 과제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지난달 신한금융투자는 일동제약에 대해 ‘완만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수출 및 헬스케어 사업에서 매출 신장을 보이는 등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중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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