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가기가 싫어졌다. 주말마다 친구들과 신나게 오후 시간을 보내던 곳이었는데 말이다. 지난해 12월 단짝 친구 2명이 ‘고래’를 잡아 버리면서 또래 중 홀로 포경(包莖)수술을 안 한 사람이 됐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수술을 시켜 달라고 해봤지만 “조금 더 큰 후에 하자”는 답이 돌아왔다. ‘목욕탕에 안 가면 왕따가 될 것 같고, 가면 애송이 취급을 당하겠고….’ 초등학교 6학년 진모 군(13)의 주말은 악몽으로 바뀌었다.
진 군처럼 포경수술을 해 달라고 조르는 어린이가 적지 않은 시기다. 실제로 겨울철에는 새 학기를 앞두고 포경수술을 많이 받는다. 여름에 비해 수술 후 회복 속도가 빠르고 덧날 우려도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 한국 60% 이상 수술
부모들의 고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포경수술은 학계에서조차 뜨거운 논란거리로 남아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의학용어로 환상절제술로 불리는 포경수술은 음경을 싸고 있는 표피를 적당하게 잘라 귀두를 노출시키는 시술이다.
찬성론자들은 수술이 청결 유지에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술하지 않으면 소변을 볼 때마다 음경과 피부 사이에 백태가 쌓여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수술을 하면 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백태가 쌓이면 덩어리가 되기도 해 음경 내부에 혹이 생겼다고 잘못 알고 병원에 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요로감염, 음경암 발병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찬성론자들의 주요 논거다. 에이즈, 매독 등 성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설도 있다. 아프리카 왕정국가인 스와질란드의 음스와티 3세 국왕은 “에이즈 예방을 위해 남성 어른과 소년들에게 포경수술을 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음경을 감싸는 피부가 두꺼우면 음경이 충분히 발육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에 포경수술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귀두 표피가 귀두와 요도구를 외부 오염으로부터 보호하기 때문에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포경수술이 음경암, 에이즈 등의 발병 확률을 낮춘다는 설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한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외려 비이성적인 폭력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문화권마다 포경수술을 바라보는 태도도 사뭇 다르다. 유대교와 무슬림은 할례(割禮)라는 종교적 전통을 갖고 있어 신생아 때 시술을 한다. 그러나 유럽은 포경수술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영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영국 성인 남성 중 약 8%만이 수술을 받았다. 반면에 미국은 약 75%로 높은 수준이다. 6·25전쟁 전후 미군으로부터 포경수술을 받아들인 한국도 60% 이상 수술을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 자녀에게 수술 선택권을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자녀의 음경 상태와 수술 의지가 수술을 할지, 말지의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상 어린이의 70%는 만 3세 무렵에 귀두 표피가 젖혀져 귀두가 일부 노출된다. 따라서 귀두 표피가 정상적으로 벗겨지고 염증이 없다면 포경수술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깨끗하게 유지할 자신이 없다면 수술을 받는 편이 좋다. 발기가 된 후에도 귀두 표피가 젖혀지지 않을 경우, 표피가 두꺼워서 젖혀진 후에도 음경을 조이는 경우에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만약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언제가 좋을까?
일각에서는 ‘신생아 시절에는 마취 없이 수술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신생아도 수술을 받을 때 심박동과 혈압 증가 현상이 나타난다. 신생아가 통증에 대한 표현을 못 하고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수술 중 통증은 똑같이 느낀다는 얘기다. 또 신생아 시기의 귀두 표피는 음경 보호에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소마취만 하고도 수술을 잘 참을 수 있는 초등학교 4학년 이후가 좋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자녀에게 포경수술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한 뒤 선택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조강수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백민기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 백성현 건국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