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1989년 발암물질 2A군으로 지정했던 디젤엔진 배기가스를 1군으로 최근에 상향 조정했다. 연구소는 “디젤 배기가스가 폐암을 유발하며 방광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데도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잖아도 암에 대한 공포감이 큰데, 이런 발표가 있으면 더 불안해진다. 길을 지나다가도 디젤 자동차만 보면 ‘저기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때문에 내가 암에 걸리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의학적 ‘팩트’다. 어떤 물질이 암을 유발하는지, 발암물질이 어느 정도 해로운지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를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국립암센터 윤이화 암예방사업과장은 “발암물질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 우선 발암물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는 일상생활에서 특정 발암요인에 자주 노출되는 것을 피하려고 노력하면 된다”고 말했다.
○ 발암요인은 어디에나 있다
발암요인이란 무엇일까. 동물이나 사람이 노출되었을 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흡연, 태양광선, 석면 등 잘 알려진 발암요인 외에도,
고기와 생선을 태우는 경우 생성되는 벤조피렌과 같은 발암물질이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발암물질을 크게 1, 2A, 2B, 3, 4군으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1군은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충분한 물질이다. 담배나 석면, 알코올이 여기에 해당된다.
2군은 발암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되는 물질을 말한다. 2A군은 발암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되는 물질, 2B군은 발암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말한다. 3군은 발암성이 불확실한 물질이며 4군은 발암성으로 보기 어려운 물질이다. ○ 휴대전화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휴대전화도 2B군에 속하니 발암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WHO도 지난해 5월 휴대전화를 ‘발암유발 위험요인’으로 분류한 바 있다. 휴대전화를 1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할 때 신경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이런 판단의 근거다.
따라서 휴대전화를 제대로 사용하는 요령을 알아두는 게 좋다. 우선 얼굴에서 2, 3cm 정도 떨어뜨려 사용하면 된다. 또는 스피커 기능이나 이어폰을 사용해 휴대전화와의 접촉을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드라이클리닝 냄새도 발암 가능성
드라이클리닝에 사용되는 용매 중에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이 있다. 국제암연구소에서 2A군으로 분류했다.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을 많이 들이마시면 몸에 해롭다는 뜻이다. 드라이클리닝된 제품에서 강한 화학물질 냄새가 난다면, 세탁업자에게 더 건조해달라고 부탁하는 편이 좋다. 또 드라이클리닝된 의류를 실내로 들여오기 전에 외부에서 비닐 커버를 벗겨 공기를 쏘이는 것도 노출을 줄이는 방법이다.
○ 생활습관 개선이 선행돼야
1군 발암요인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당장 암에 걸리지는 않는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꼭 암에 걸린다는 의미도 아니다. 발암요인에 노출됐다 하더라도 실제 암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 가령 어떤 경로로, 얼마나 오래, 얼마나 긴밀하게 발암물질과 접촉했는지에 따라 암 발생 여부가 결정된다. 물론 개인의 체질이나 건강 상태도 연관이 있다.
이를테면 담배가 그렇다. 담배 연기에는 발암성이 있지만 폐암으로 연결되기까지 몇 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흡연자가 담배의 위험을 느끼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담배를 멀리하고 유해물질과의 접촉을 줄이며 신선한 야채 등 좋은 먹거리를 섭취하는 기본 생활습관만이 암 예방의 최선책이다”고 말한다.
올바른 암예방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국가암정보센터 홈페이지(www.cancer.go.kr)와 암정보 상담전화(1577-8899)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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