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앱 때문에 스마트폰 골병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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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1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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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개중에는 무료를 가장한 부분유료화 앱도 일부 있지만, 광고 수익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앱이 대부분이다. 광고플랫폼 회사와 계약한 앱 개발자는 사용자가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받고, 사용자는 화면 구석에 노출되는 광고를 힐끗 보는 것만으로도 앱을 무료로 쓸 수 있는 구조다. 얼핏 보면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최근 무료 앱에 노출되는 광고가 사용자의 단말기에 의도치 않게 피해를 입힌다는 보고서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 19일(북미 기준)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연구진들이 광고에 숨겨진 악성 코드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글 플레이 마켓(전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라온 10만 개의 무료 앱을 살펴봤더니, 절반 이상이 광고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었고 48,139개는 GPS를 통해 사용자의 위치를 수집하고 있었다는 것.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 중 297개의 앱이 채택한 광고플랫폼은 인터넷을 통해 원격으로 코드를 수집하는 방식의 허술한 구조라는 점이다. 즉, 해커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사용자의 단말기에 침투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주지안 지앙(Xuxian Jiang) 컴퓨터과학 교수는 “최근 발견된 루트스마트(RootSmart)라는 안드로이드 악성코드처럼, 휴대폰의 제어권을 뺏는 일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퍼듀 대학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진들은 안드로이드 무료 앱의 광고가 스마트폰 배터리를 극심하게 소모시킨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앵그리버드’, ‘뉴욕타임즈’, ‘페이스북’ 등 대표적인 무료 앱을 조사했더니 이들 앱에 설치된 광고가 전체 배터리의 75%를 소모했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르면 앱의 핵심 기능을 구동하는데 들어가는 전력보다 광고가 전환되는데 들어가는 전력이 훨씬 커지는, 소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발생했다. 연구 책임자 아브히나브 파닥(Abhinav Pathak)은 “앱 개발자들이 배터리 소모 문제를 너무 등한시하는 것 같다”라며, “광고플랫폼을 탑재할 때 좀 더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문제점 해결 안 되면 사용자들은 외면

광고가 문제가 된다면, 광고를 차단하는 앱이나 방화벽을 설치하면 된다고 할 수도 있다. 사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간단한 해결방법은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루팅해 관리자 권한을 획득한 사용자라면 각종 광고차단 앱으로 광고를 아예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광고수익으로 가까스로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앱 개발자를 생각한다면 썩 추천할만한 방법이라고 하기 힘들다. 앱 개발자들이 광고로 돈을 벌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영세한 무료 앱 시장은 고사 직전의 상황에 내몰릴 테고, 앱 장터에는 완성도 높은 무료 앱의 수가 점차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앱 개발자들이 좀 더 나은 환경의 광고플랫폼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무료 앱 개발자들은 오로지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광고플랫폼을 선택한다. 사실 무료 앱의 유일한 수익원이 광고인데, 사용자들이 이 광고를 클릭해야 당장 돈을 벌 수 있으니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이익에만 급급하다면 사용자의 외면은 시간문제다. 예를 들어, 광고 근처에 버튼을 위치시켜서 실수로 광고를 클릭하도록 유도하는 앱은 사용자들에게 큰 질타를 받기도 한다.

보안도 허술하고 배터리까지 많이 소모하는 앱을 사용할 사용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용자는 앱을 지워버리거나 광고를 차단하면 그만이다. 앱 개발자가 무료 앱 시장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사용자의 편의성을 중요시하는 광고플랫폼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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