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음악들 DNA 추출, 미래 히트곡 알아맞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7일 03시 00분


■ 기계가 음악 인식하는 시대로

네이버 음악 검색 화면.
네이버 음악 검색 화면.
“어디서 많이 듣던 곡인데?”

거리를 지나다 귀에 익숙한 노래가 들릴 때 머릿속에서 제목이 생각날 듯 말 듯, 입 안에서만 뱅뱅 도는 답답한 경험,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옆 사람에게 물어야 했지만 요즘엔 스마트폰 하나면 해결된다. 음악을 잠깐 들려주면 제목과 가수, 앨범까지 알 수 있다. 기계가 음악을 듣고 제목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표절 여부와 인기곡 예측까지도 가능한 수준이 됐다.

이교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디지털정보융합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분야의 눈부신 발달과 함께 음악을 분석하는 기술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는 기계가 사람처럼 음악을 인식하고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소리 지문으로 파악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피커는 진동한다. 음악의 ‘세기’ 때문이다. 1초를 수만 개 구간으로 나누어 음악의 세기를 측정하면 아래위로 움직이는 ‘파형’이 나타난다. 소리의 크기와 박자는 물론이고 멜로디, 화성, 박자, 음색까지도 파형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음악 검색에 쓰이는 ‘소리 지문(audio fingerprinting)’은 파형을 분석해 각각의 음악이 갖는 고유한 특성을 뽑아낸 것이다. 전체 음악 파일을 3∼6초 간격으로 잘게 쪼개서 수십 개의 소리 지문 자료(DB)를 만든다. 이 자료 덕분에 음악을 잠깐만 들어도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금방 찾을 수 있다.

소리 지문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은 ‘잡음 민감도’다. 잡음 민감도를 조절하면 커피전문점처럼 시끄러운 곳에서도 흘러나오는 곡이 뭔지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검색이 쉽도록 프로그램 자체가 생활소음에 적당히 민감하게 알고리즘을 조정해야 한다”며 “소음 민감도가 너무 높으면 음악 검색 자체가 안 되고, 너무 낮으면 다른 곡이 검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노래 에너지로 표절 찾는다

간혹 어떤 가수가 신곡을 들고 나왔을 때 이전 다른 곡과 비슷하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되곤 한다. 음악을 이루는 화성, 리듬, 템포, 음색 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를 알기 쉽게 수치화한 것이 바로 ‘음원비교분석’ 기술이다. 이 교수는 “노래의 음계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계산해 데이터로 만들면 곡의 유사성을 거리 개념으로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표절곡은 기본음을 변형하기 때문에 100% 똑같은 부분을 찾아내는 파형 분석, 즉 소리 지문 검색만으로는 비교할 수 없다. 멜로디나 화성 등 유사한 느낌이 드는 부분을 뽑아서 비교해야 한다. 음의 높낮이와 박자의 빠르기를 같은 기준으로 맞춰 비교하면 유사 정도가 수치화돼 두 곡이 얼마나 비슷한지 알 수 있다.

○ ‘음악 DNA’로 유행 가능성도 예측

음악의 파형을 분석해 얻은 음색, 화음, 악기 종류, 박자 등은 음악 고유의 DNA라 할 수 있다. 음악 DNA를 분석하면 그 곡이 우아하고 느리게 진행될지, 경쾌하게 진행될지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추천 받을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12월 음악 DNA를 활용한 응용 프로그램인 ‘뮤직 내비게이션’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음악을 감정별로 분류해 사용자가 ‘슬픈 음악’을 고르면 관련된 음악을 뽑아준다.

음악 DNA를 이용하면 앞으로 유행할 곡도 예측이 가능하다. 영국 브리스틀대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인기곡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박자, 노래 길이, 소리 세기, 화음 등 23가지 요소를 골라 인기곡 기준을 뽑고 신곡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정확도는 60% 정도. 이 교수는 “컴퓨터에다 유행한 곡이란 정답을 주고 학습시킨 것이기 때문에 시대·문화·지역별 성향 등을 반영해 알고리즘을 짜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며 “기계로 음악 특성을 분석·검색하는 기술은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