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푸는 한방 보따리]酒毒푸는 헛개나무 지나친 복용 되레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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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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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는 각종 모임과 회식으로 직장인의 간이 쉴 틈이 없다. 연말 모임에서 절주(節酒)를 실천하기는 어렵다.

소극적으로 건강을 위한다면 음주 후 숙취 해소 음료를 마시는 정도인데 요즘 헛개나무 음료에 대한 관심이 높다. 광고 내용으로는 과음해도 헛개나무 추출물을 포함한 음료를 마시면 숙취를 해소하는 건 물론 간장도 보호할 수 있을 듯하다. 헛개나무의 숙취 해소 효능은 오래전부터 알려졌다. 청나라 오의락(吳儀洛)이 편찬한 ‘본초종신(本草從新)’은 헛개나무가 과음으로 인해 손발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의 답답한 상태를 해소하며, 주독을 푼다고 소개했다. 또 원나라 때 나온 의학서도 음주 후 땀을 내려면 헛개나무가 칡보다 더 좋다고 말한다.

과음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 원칙은 땀을 내고 소변을 원활하게 보는 것이다. 헛개나무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속이 찬 사람(비위허한자·脾胃虛寒者)은 헛개나무의 효능에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약은 곧 독이다(약즉독·藥則毒)’라는 말이 있다. 기운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약은 몸의 불균형 상태를 바로잡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해야지 습관적으로 장복해서는 안 된다. 항상 과음을 일삼으면서 헛개나무를 함유한 숙취 해소 음료를 습관적으로 마시면 과음에 의해서만 아니라 헛개나무에 의해서도 몸이 피폐해질 수 있다.

한의학의 고전 황제내경(黃帝內經) 상고천진론(上古天眞論) 편은 절제를 강조한다. 술을 물같이 마시고, 음식에 절도가 없으며, 취한 상태에서 성욕에 이끌려 부부관계를 일삼으면 생명의 진기가 소모돼 장수할 수 없고 조로(早老)를 재촉한다는 것이다.

과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음식이든 약이든 과하면 건강에 해가 된다. 숙취 해소 음료도 마찬가지다. 이런 음료의 효능은 과음 후 따뜻하고 매콤한 콩나물 해장국이나 북엇국, 육개장 등을 먹어 차가운 속을 달래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효과를 지나치게 과장한 숙취 해소 음료의 광고를 적절히 규제할 필요도 여기에 있다. 숙취 해소 음료 오남용으로 인한 폐해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올 연말도 각종 건배사가 신조어처럼 쏟아지고 있다. 또 술잔 돌려 마시는 풍습이 여전한 데다 숙취 해소 음료의 광고도 유난히 연말에 집중되고 있다. 음주가 불가피한 자리에서는 절주로 대처해야 한다. 그 다음 날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습관적으로 마시는 숙취 해소 음료의 반짝 효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 그것이 언젠가 독으로 쌓여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송호섭 대한한의사협회 학술이사


▲ 먹는 것이 때론 독이 될 수도 있다. 잘못된 한방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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