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푸는 한방 보따리]손발 시릴 땐 배를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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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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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손발과 배에 한기가 들어 열(熱)을 돋우는 한약인 부자(附子)를 복용한 적이 있다. 부자는 옛날에 사약의 재료로도 쓰일 만큼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감기환자에게 처방하지 않는데 생애 처음으로 이 약을 써야 할 정도로 심한 감기에 걸린 것이다. 병을 앓다가 극약 처방을 하니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요즘은 소설(小雪·11월 22일)에서 대설(大雪·12월 7일)로 가는 시기라서 기온이 뚝 떨어져 한기에 손발이 시리다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손발이 시린 환자 중 대다수는 배가 차다. 사람 몸에서 배는 뿌리에 해당하고 손발은 가지 끝의 잎에 비유할 수 있다. 배에 있는 보일러의 화력이 약하면 손발에까지 온기가 제대로 가지 못하므로 시리다. 손발이 시릴 때 직접 손발을 덥히는 것보다 따뜻한 국물을 먹으면 증상이 호전되는 것도 이런 원리 때문이다.

배가 찬 이유는 다양하다. 찬 음식을 너무 많이 먹거나 배를 노출시키는 경우가 있다. 과도한 부부관계로 비뇨생식계통이 약해져 단전이 냉각되는 경우도 있다. 여성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생리불순 생리통이 생기고 심한 경우 불임의 원인이 된다.

장 기능이 약해진 경우도 있다. 이러면 배탈이나 설사가 자주 난다.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한약을 쓰거나 배에 뜸을 뜨는 치료법이 효과적이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때도 손발이 시리다.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레이노드증후군’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 질환은 기온이 떨어지면 더 고통스럽다. 차가운 날씨에 약간만 노출돼도 손발의 끝이 하얗게 변하다가 나중엔 검푸르게 변한다. 기혈 순환이 좋지 않거나 몸에 노폐물이 많이 쌓인 탓이다. 또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산후풍 치료를 먼저 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손발의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으면 침구치료로 고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된 경우에는 한약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다르므로 한의사에게 진단을 받아야 한다. 심한 감기에 부자를 잘못 쓰면 독약이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장동민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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