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산다, 응급 상식]<5>드라마속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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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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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환자 안고-업고 뛴다고?
척수신경 건드려 반신불수 될 수도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여주인공 금잔디는 물에 빠진 남자주인공 구준표에게 인공호흡을 시도한다. 그러나 진정 구준표를 생각했다면 금잔디는 인공호흡이 아니라 흉부압박을 했어야 했다. 아니면 재빨리 119를 부르는 편이 나았을지 모른다. 로맨틱한 방법은 아니지만 말이다. 2008년 미국심장학회는 “입에서 입으로 하는 인공호흡이 아주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슴 중앙을 주먹으로 쳐서 심장에 살짝 충격을 준 뒤 흉부마사지를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1초가 급한 상황에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인공호흡을 하면 시간낭비일 수 있다는 것.

2006년 방영한 ‘소문난 칠공주’에서 새엄마 김혜선(덕칠)에게 화가 난 딸 소라가 찻길로 돌진한다. 이때 차에 치이자, 소라의 아버지 안내상(선택)이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급한 마음에 아이를 번쩍 안고 택시를 부른다. 사랑에서 비롯한 행동이겠지만 의학적으로는 최악의 결과를 부른다. 부상자의 척추가 어긋나거나 척수신경을 건드려서 반신불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상자를 업고 다리를 흔들흔들 하면서 응급실로 뛰어 들어가는 것보다 구조대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

의학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 ‘하얀 거탑’에서 응급실로 실려 온 교통사고 환자의 셔츠를 가위로 쭉 자르는 장면이 나온다. 단추를 푸는 데 시간이 걸려서만은 아니다. 단추를 풀다가 환자 몸을 움직일 수가 있어서다.

떡을 먹다 걸렸는데, 일일드라마에서 “괜찮니?”라며 등을 탁탁 두드려주는 장면도 있다. 의식이 있는 사람은 혼자 기침을 하면서 목에서 빼낼 수 있는데, 등을 두드리면 오히려 기침이 잘 안 나온다. 사극에서는 다 죽어가는 사람의 입에 물을 흘려보내 주는 장면도 나온다. 하지만 물이 폐로 넘어갈 수 있다. 의식이 없으면 구역질을 못하는데 이렇게 물을 자꾸 먹이면 폐렴이 생길 수 있다.

재난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가 사망자를 우선적으로 들것에 실어 옮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잘못된 것이다. 재난 현장에서 사망자는 실려 가는 순서에서 제일 뒤로 밀린다. “나 다쳤어요”라고 구조대에 크게 외치는 사람들도 2순위다. 가장 1순위로 실려 가는 사람들은 살아있지만 불러도 대답하지 못하는 중환자들이다.

(도움말: 박인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장)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응급처치법
▽숨이 막혔을 때=일반인이 입으로 하는 인공호흡은 별 효과 없고 가슴 가운데를 친 뒤 가슴을 마사지하는 게 낫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피해자를 업거나 몸을 심하게 움직이게 하면 안 된다. 가급적 몸을 안 움직여야 척추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의식을 잃었을 때=정신을 차리게 한다고 물을 억지로 먹이면 폐렴에 걸릴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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